선생님은 고개를 숙이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의자에 앉은 아이에게 뭔가 하고 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선생님의 손에서 바늘이 반짝인다.
-선생님 뭐 하세요?
-어 얘 꿰매고 있어
-걔, 약분 안 했어요?
-어.
약분을 하지 않으면 약분을 당하는데... 날카로운 쇠자로 약분당한 5학년 아이는 처음 당해보는 약분이 좀 신난 눈치다. 나도 작년에 많이 당했다. 허리가 잘린 뒤 분모가 잘리고 분자가 잘린다. 몇 번 당하면 약분을 꼭 챙기게 된다.
손에 묻은 지우개가루를 털며 선생님이 5학년 아이에게 말했다.
-약분 이제 안 까먹을 거지.
-네.
-숙제는 이거.
-너무 많은데요.
-그럼 이까지.
-이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래. 잘 가.
선생님은 나를 힐끔 보더니 재빠르게 오늘 공부할 교재를 내 앞에 놓는다. 나눗셈이다. 소수의 나눗셈. 연산연습을 지루하게 해야 한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해야 하고 내일도 하겠지. 그러면 뭔가 이뤄질까. 내 꺾은선 그래프는 움직이고 있을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은 잘 안 보여. 지나고 나면 확실히 움직임이 보여.
열심히 나누고 있는데 선생님이 스윽 다가와 지금까지 푼 문제를 채점했다.
-26에서 2가 1번 빠질까 13번 빠질까
-어... 13번이요..
-그런데 1 뒤에 점을 찍었네.
선생님이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도 선생님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손이 재빠르게 한순간 샥 움직였다. 내 목이 떨어졌다. 아 소수점 잘못 찍었구나.
내 목을 천천히 들어 올려서 13 뒤에 점을 꾹 눌러 찍었다.
-나눗셈은 빼기라고. 풀 때마다 염두에 둬야 해.
목 떼서 소수점 찍기도 몇 번 당하면 실수를 하지 않게 되겠지. 선생님이 부지런히 내 목을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