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청소년들의 뇌 속에 쑤셔 넣는 여러 가지 절차 중에 좀 지긋지긋한 것은 뇌를 일단 벌리는 것이다. 벌려야 뭘 넣든지 말든지 할 텐데 조개처럼 뇌를 닫고 있는 청소년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시간에 가만히 앉아 다른 생각을 하거나 낙서를 하거나 친구와 떠든다. 목덜미를 잡아채거나 승모근을 팔꿈치로 누르거나 큰 소리를 내서 수학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어떻게 푸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 귀에다 몇번이고 쑤셔넣어도 가만히 있는 녀석들이 있다. 쓰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녀석의 목에 줄을 채워 수학 공부방에 데려다 놓아야 한다. 그 작업이 반복되면 지치고 화가 나지만 지치고 화난 티를 내면 안 된다. 그건 프로가 아니니까. 숨을 고르고 다시 목줄을 손에 감아쥐고 죽지 않을 만큼 잡아당긴다.
[책상위의 A4]
목줄이 채워지더라도 녀석들은 순순히 끌려오지 않는다. 낑낑거리며 몸에 힘을 주고 버틴다. 휙 잡아당겨버리면 애가 죽을 거고 살살 잡아당기면 내 속이 터진다. 심장은 쉽게 터지지 않는다고 박명수 옹이 말했지만 나는 진짜로 한번 터졌기 때문에 아오시발 속으로 뇌까리며 다시 한번 손에 힘을 준다.
[아크릴60*60]
자신의 세상을 구축하는 중인 청소년들이 나한테 쉽게 끌려와서도 안된다. 영향을 받기야 하겠지만 자신만의 필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나한테 주르륵 끌려오는 것이 더 공포스럽다. 버티라고 새끼들아. 그러면서 근력을 키워야지 새끼들아.
정비례와 반비례 사이에서 방황하는 1학년
직사각형과 마름모를 구분하지 못하는 2학년
사인과 코사인을 헷갈려하는 3학년
개 같은 청소년들이 자신 안에 세워가는 세상의 벽을 조금 깨서 수학을 흘려 넣는다.
하기 싫어요 오늘 놀아요
지껄이며 징징대는 녀석들에게 매일 조금씩 수학의 정교함을 다듬는다.
따라오라고 줄을 당기면서도 쉽게 끌려오길 바라지는 않는
딜레마에 빠진 수학팔이는 마치 개같은 청소년을 복잡하게 바라볼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