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공업소

상동공업소가 뭔데 어디 있는 건데

by 파로암

동네수학팔이는 영월로 휴가를 다녀왔고 영월은 작년에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열심히 으쌰으쌰 하는 중이다. 영월문화도시에서 내게 여러 가지 자료를 보내주었고 그중에 상동공업소의 기록이라는 두꺼운 책도 있었다. 두꺼웠기도 하고 휘리릭 보니 글자도 잘아서 재미없겠지 싶어서 뒤로 미뤄뒀는데...


재밌다.


상동공업소의 흥망성쇠가 매우 흥미롭다. 건조한 문체로 쓰인 기록을 위한 글이었음에도 코어가 강한 글은 재미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상동공업소는 1900년대 초반 텅스텐을 캐기 시작해서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국이 싼 값에 텅스텐을 팔면서 가격경쟁력에 밀려 1994년 생산을 멈추었다.


흐름을 가져왔다가 흐름을 잃어버린다.


상동공업소가 엄청 잘 나갈 때 지금 세계적 대기업인 삼성. 현대. LG 등은 구멍가게였다. 상동공업소의 주요 요직은 제대한 군인들 차지였다고 한다. 텅스텐을 캐서 팔기만 하면 돈이 되니까 회사 경영을 대충 해도 되었고 위기가 왔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할 능력 자체가 없었던지. 이것은 비난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공부방이 서서히 흐름을 잃어가고 있다.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또 생각해 본다.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다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지. 내가 흐름을 가져올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생각한다.


학생수가 줄었다. 10년 전에 비해 학교의 학생수가 거의 반으로 줄었다.

학원수가 늘었다. 10년 전에 비해 동네의 학원수가 거의 두배로 늘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 공부방이 충분히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운영은 된다.

그렇다면 내 공부방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나는 잘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면 너무 평범해져 버리는 매력을 가지고는 있다. 확신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어요

-쉽게 가르쳐줘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어요

이걸 광고로 때려버리면 매력을 잃어버린다.

내 고객님의 입에서 나와야 힘을 가진다.

그런데 이걸 입 밖으로 끄집어내야 할 고객님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져 버렸다.


일시적 보릿고개인지

큰 흐름인지

보릿고개를 몇 번 넘어온 경험이 있어버려서 이번 보릿고개는 판단이 되질 않는다.

이번 보릿고개는 꽤나 가파르다. 나는 굴러 떨어지고 있는 중인가.


상동공업소는 결국 망해버렸고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니던 동네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인가. 아무리 중국이 싼 값에 텅스텐을 팔아재껴도 살아날 길은 있었을 거라고 방만한 경영진들이 잘못한 거라고 서방이 단호히 말했다. 아무리 학생수가 줄어도 아무리 학원수가 늘어도 내가 탄탄히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래


그런데 이제 나는 10년만큼 신체는 노쇠했고 열정은 풍화했다.

나는 가만히 앞을 바라보고 있지만 섣불리 걸을 수가 없다.


학생이 없는 학교

사람이 없는 거리

주민이 없는 주택

책에 나와있는 현재 상동의 모습을 본다.


나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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