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줘야 안다는 것은 가르쳐줘도 몰라-하루키
가르치는 일이 지겹다.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다시 되풀이하는 일이 지겹다. 애들도 지겨워하고 나도 지겹다. 시험 점수를 신경쓰는 일이 지겹고 무슨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도 지겹다. 너무 지겨워서 한숨을 쉬는 것도 지겹다. 닮음비가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문제를 어려워하는 애들이 지겹고 원에서 어떤 개념을 골라써야할지 어리둥절한 애들이 지겹고 더하기 빼기를 헷갈려하는 중1의 엉성한 뉴런이 지겹다. 아이들은 흘러가고 나면 끝인데 나는 계속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하는 것도 지겹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걔가 자기 뒷담화를 했다며 뒷담화를 까는 장면이 지겹다. 서로 욕하고 욕한 걸 또 욕하고 상처를 받았니 마음이 상했니 다 자기 이미지는 좋게 상대방의 이미지는 깎아내리다가 또 화해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지겹다. 선생님이 이랬니 저랬니 같은 학교 같은 선생님의 이름이 계속 들려와서 이제는 친구같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학교의 선생님이 내는 까다로운 문제가 지겹다. 아이고 지겨워
가르쳐준 다음 혼자서 해보라고 시간을 주면 멍하니 딴생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거나 대담하게도 몰래 폰을 보고 있거나 하면서 문제를 풀 시간을 낭비하는 아이들이 지겹다. 다시 설명해주고 있지만 이게 머릿속에 들어가는지 허공에 날라가는지 허공에 날라가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또 알아들어먹고 풀고 있을테니까 설명을 허투루 할 수 도 없는 이 상황이 지겨워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설명을 하나하나하나하한하하낳나핞나하낳나한하나하나 짚어주면서 하고 있는 나의 목소리가 지겹다. 너무 많이 풀어서 풀이과정이 차라라라라라라락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갑자기 생경한 문제가 나오면 뭐야 이런 문제가 있었어? 하면서 각잡고 앉아서 풀어보는데 잘 안풀리면 자괴감이 들라다가 탁 풀리면서 결국 자신감을 회복하는 이런 패턴도 너무 많이 돌았다.
너무 지겨운데 먹고 살려면 광고도 해야하고 애들도 잡아와야 한다. 새로 태어나는 애들을 잡아오던가 기존의 고객님들이 새로운 고객님을 만들게 하든가. 아니면 낳게 하든가. 마케팅과 광고는 자본주의의 핵심기둥인데 아유 그냥 좀 와서 수학 좀 사라. 이런 건방진 마인드로 뭘 하겠냐 질책하는 자본주의적 자아를 한 대 때리고 싶다.
그렇다고 가르치는 걸 때려치우면 먹지도 살지도 입지도 못할테고 어떻게 경제적인게 해결된다 해도 그 많은 시간을 뭐할거야 빈둥빈둥 집안을 서성거리는 일도 지겨워죽겠는데.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
아유 지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