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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경 Jun 23. 2024

아주 안 아픈 데가 없구먼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전부!

‘z-안클즐클’


업무상 사용하고 있는 슬랙 내의 사적인 채널들, 그중 안전하고 즐거운 클라이밍을 추구하는 채널에 내가 초대되었고

나의 초대를 핑계로 채널 내 멤버들의 클라이밍 날짜가 정해졌다.


일단 사적 모임 채널에 초대되었다는 것부터 기대감이 가득이었는데

클라이밍 원데이 체험 날짜와 끝나고 다 같이 가게 될 뒤풀이 장소까지 정해지다 보니

클라이밍에 대한 기대심이 점점 커져만 갔다.


사실 클라이밍에 대한 기대심보다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더 좋았다.

심지어 이번 클라이밍 모임의 멤버들은 모두 우리 팀원들뿐!

우리 팀 사람들과 조금 더 돈독해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클라이밍 체험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팀의 나보다 어려 보이지만 나와 동갑인 녀석이 (a.k.a 호야) 의외로 클라이밍 채널의 주축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누가 시킨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성격상 자연스레 클린이들의 입문과 교육을 가르치는 주요 업무도 함께 맡고 있었다.


“엘라, 업무 다 끝나셨으면 이제 슬슬 가실까요?”


호야의 부름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니고 기다렸으니까!


그렇게 다섯 명의 팀 사람들이 클라이밍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도착한 클라이밍장은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밝은 조명과 젊은 사람들의 삼삼오오 패기 넘치는 응원 소리가 귓등을 때리는 곳이었다.

형형색색의 홀드들도 더불어서!


“자, 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낙법이에요.”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몸통을 삼각형으로 만들면 힘의 부담이 덜 해요. “

”나이스- 오, 처음이신데 잘하시는데요? “


클라이밍 입문자가 부담이 없도록 호야는 클린이 멤버들에게 적절한 칭찬과 함께 기본적인 클라이밍 규칙과 팁을 알려주었다.

‘학생처럼 생긴 놈이 선생님 같은 말투를 하긴.’

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비밀이다.


첫 클라이밍은 내 예상보다 더 재밌고 흥이 나는 곳이었다.

요가만 하던 나에게 클라이밍장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그 사람이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한 마디씩 거들어주는 문화,

홀드를 한 발짝 나갈 때마다 응원해 주는 나이스-! 의 우렁찬 함성.

젊음이 물씬 풍기는 그런 장소에서 요가 매트 위의 나는 이런 생소한 분위기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가장 쉬운 레벨부터 그다음 레벨을 차례로 풀어가는 재미와 더불어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팀원들이 풀어가는 문제를 지켜보며 응원 혹은 야유를 하는 재미.

뭐, 나름 클라이밍 재밌는데?라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에 느낌이 왔다.


아, 이거 내일 근육통 각이다!


“엘라, 이 문제 한 번 풀어보시죠. 이건 좀 할 만할 것 같은데?”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호야의 목소리에 전완근의 신호는 일단 무시..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다음날의 요가 수련을 마음속으로 취소하게 되었다.




생활맥주


내가 클라이밍에 참여하게 된 진정한 이유.

클라이밍 이후의 뒤풀이 타임!


언제 끝나려나 기다리기만 했던 고통과 인내의 클라이밍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치맥 타임을 가지러 모두가 생활맥주로 향했다.


다들 운동을 막 끝내고 나서 그런지, 조금은 상기된 컨디션으로 텐션이 높아진 상태였고

이제야 우리 팀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내 예상대로 이 클라이밍에 모인 팀원들과의 대화는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궁금했던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취미, 그리고 헛소리들까지.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회사 속 사적 모임!!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날 함께 했던 클라이밍 멤버들 중

내가 대하기 어렵거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들어오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이 넘을랑 말랑한 드립과 말투를

모두 맛깔나게 잘 받아주어 나는 안타깝게도 또다시 마음을 먹고 말았다.

(내 식대로 반말을 자연스레 써도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았기에, 아 되었다. 이 친구들이구나 했었더랬다.)


아, 조만간 또 참여해야 되겠구나 이 클라이밍을.


운동 자체에는 관심이 정말 없었지만, 이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관심이 생겨버렸기에.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니며 일과 커리어에 대한 욕심보단,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더 가까워질지에 대한 욕심이 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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