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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Jun 23. 2024

사내 클라이밍 동호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다?

클라이밍장에서 요가로 몸을 푼 건 처음입니다

쓰리빌리언 사내에는 자그마한 동호회가 몇 개 있다.

그중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클라이밍 동호회는 바야흐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이슨, 클라이밍 같이 가볼래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이 들쭉날쭉 하던 2021년 초, 나는 새로운 자극을 줄 운동을 찾고 있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나는 헬스장에 일 년짜리 정기 회원권을 끊고 한참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당시 헬스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나의 운동에 대한 흥미 역시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말이다.


헬스장 운동은 힘들기는 진짜 오지게 힘든데, 재미는 그만큼 크지도 않았다. 제대로 된 만족감을 느낄 때라곤 가끔 인바디를 쟀을 때 늘어난 근육량을 보았을 때 정도였던 것 같다.


운동이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고 하고, 나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무리 지어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운동과 운동 사이에 살금살금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면서 숨을 몰아쉬고, 물을 마시고 하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2020년 말, 나는 다른 운동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클라이밍으로 막연한 결정을 마쳤다. 

마침 대학생 시절 친한 후배가 클라이밍을 잠시 했던 것과,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제이슨(지금은 '찬'이라고 부르지만)이 예전에 클라이밍을 시도해 봤었는데 꽤 재밌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2월, 네이버 지도로 집 근처 클라이밍을 찾아 동네에 사는 친한 동생과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었다. 낡고 허름한 클라이밍장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고인 물들이 가득한 암장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일이 드물면서도 귀찮은 일인지, 신발을 빌려주고, 간단한 자세만 알려주고, 알아서들 해보라고 말씀해 주시더니 사라졌었다.


하마터면 이 재밌는 스포츠를 놓칠 뻔했지 뭐야.

인생 첫 클라이밍을 도전했던 날. 온 몸에 힘이 금방 동났다. 한시간도 제대로 못 했었던 것 같다


이때 클래스 이후 며칠 동안, 클라이밍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같이 갔던 동생은 아직 취준생이었기에 정기 회원권이나 강습 비용 모두 부담이 된다고, 나중에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친구는 클라이밍이 아닌 테니스에 빠져 대회도 쫓아다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선릉역 인근 회사 근처에서 클라이밍장을 찾아보게 되었고, 마침 한티역에 클라이밍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월의 어느 날, 나는 제이슨에게 말했다. "제이슨, 클라이밍 가볼래요?"



"안클즐클", 이안과 함께 제1의 전성기를 맞이하다


그렇게, 우리는 두 달짜리 강습을 끊어 듣기 시작했다.


정말 매주, 서 너번씩 클라이밍장에 찾아갔다.

하루 하루 할 때마다 느는 실력에 더 재미가 붙었고, 강습 기간이 채 끝나기 전에 각자의 클라이밍 신발까지 구매해 버렸다.

아직 클라이밍 붐이 일기 전, 우리는 조금 더 먼저 이 재밌는 운동을 찾았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이후 한참 동안은 거의 둘이서만 다녔었다.

그래도 배우고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에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다른 운동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 첫 전환점이 오게 된 때는 바로, 실력자 이안이 회사에 합류하게 되면 서다.


이미 몇 년의 클라이밍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안은, 엄청난 근력과 지구력으로 회사 클라이밍 동호회에 합류해 힘을 보태주었다.

역시, 멋진 사람 하나는 있어야 해.  


이때쯤부터는 클라이밍이 회사의 신규 합류 직원들의 공식 온보딩 프로그램이 되어, 꽤 많은 동료들이 거쳐가게 되었다. 어떤 때는 열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 가기도 했다 (회사 전체 인원이 50명 남짓할 때였으니, 상당한 숫자였다!)


이때 몇 달간은 분명 우리 회사 내 클라이밍의 전성기였다. 비록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나와, 제이슨, 이안이 거의 전부이긴 하지만.

클라이밍 장비 회사의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이 되어 나누어 가지기도 했었다. 테이퍼스 짱!



2023년 말,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되다?


잦은 클라이밍 인원의 공백기로 인해 (그 이유는 아무래도 부상...) 한 동안은 각자가 조금씩 클라이밍을 하다가 쉬다가 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나도, 이안도, 제이슨도 완전히 복귀한 게 2023년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엘라가 합류하고 클라이밍에 큰 관심을 보인(줄 알았지만 그냥 같이 친해지고 놀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같이 가자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지만) 때를 기점으로, 한동안 같이 가지 않던 멤버들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는 엘라가 문데이(요가인들은 달의 기운이 너무 센 보름엔 요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에 가야 한다며 날짜를 잡았던 그날, 여섯 명이 함께 했고, 주기는 더 길어졌지만 요즘도 한번 가기로 하면 여섯 명 이상의 인원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이 날은 엘라의 리드에 맞춰 요가 자세로 몸을 풀었다.

클라이밍과 요가의 만남이라니!


얼마 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실제로 클라이밍에 유연성 또한 꽤 중요하기 때문에, 요가를 함께 하며 클라이밍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서로 완전히 다른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또 새롭게 다가왔다.


이후에도 몇 번의 클라이밍 데이를 가질 수 있었다. 엘라의 흥미는 처음 같지 않았지만!


"그래서, 요가는 언제 올 건데요?"


즐겁게 클라이밍을 마치고, 생활맥주에서 뒤풀이까지 신나게 즐겼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역시 좋았다.


그러고 나니, 미루어 두었던 요가 데이가 자연스레 찾아왔다.

"요가 간다면서요, 언제 갈거에요? 날짜 정해요!"


이미 한번 클라이밍장에 왔던 엘라가 하는 얘기니,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


생전 처음 요가를 하게 된 제이슨, 이안, 나, 그리고 제제는 엘라의 도움을 받아 송파구에 있는 하타 요가원의 주중 저녁 요가 세션을 예약했다.


내가 요가를 해보다니? 솔직히 말하면, 오랜 기독교인으로서 요가의 기원에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심적인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요가, 어렵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어려운 것이며, 요가원은 어떤 분위기일 것이며, 불편한 건 없으려나? 뭘 입어야 하지? 나 꽤 유연한데, 잘할지도?' 등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뭐 어쩌겠어. 해봐야 알겠지."

나는 운동 이외의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진 않기로 마음을 먹고 그냥 경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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