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UX 라이팅 원칙 세우기
UX 라이팅 가이드를 처음 만들게 되면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있다. 문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떠오르는데, 그 문구가 왜 맞는지 설명할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버튼 문구 하나를 두고도 “이게 더 직관적인 것 같다”, “이 표현이 더 친절해 보인다” 같은 말이 오간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대화는 쉽게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그래서 UX 라이팅 가이드는 개별 문구보다 먼저 문구를 판단하는 기준, 즉 원칙부터 정리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UX 라이팅 원칙을 문장을 잘 쓰기 위한 규칙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문구의 품질을 높이기보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원칙이 정리되어 있으면 이 문구가 좋은지 나쁜지를 감각으로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 문구는 어떤 원칙을 충족하는가”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즉, UX 라이팅 원칙은 문구를 만드는 기준이자, 문구를 설명하는 언어에 가깝다.
여러 디자인 시스템과 UX 라이팅 가이드를 살펴보면,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으로 다루는 기준들이 있다. 보통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향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행동 유도성(Action-oriented)
문구는 정보를 나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버튼, 안내 문구, 에러 메시지 모두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명확성과 단순함(Clarity & Simplicity)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줄이고, 복잡한 전문 용어 대신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한 표현을 선택한다.
일관성(Consistency)
같은 의미는 항상 같은 표현으로 사용한다는 기준이다. 용어, 문장 구조, 톤이 맥락마다 달라지지 않도록 관리하며, 서비스 전반에서 언어의 결을 맞춘다.
포용성과 접근성(Inclusivity & Accessibility)
특정 사용자만을 전제로 한 표현을 피하고,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용자를 고려한다. 성별, 연령, 문화, 숙련도에 관계없이 존중받는 느낌을 주는 언어를 지향한다.
이 네 가지는 특정 브랜드의 스타일이 아니라, UX 라이팅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보편적인 기준에 가깝다.
UX 라이팅 원칙은 정답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상황과 성숙도에 따라 다르게 정리될 수 있다. 그래서 원칙을 세울 때는 무엇을 추가할 지보다 지금 서비스에서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나의 방법으로, 현재 서비스의 문구 상태를 점검해 보는 과정이 있다. 버튼, 알림, 에러 메시지, 안내 문구 등을 살펴보며 사용자가 헷갈릴 수 있는 지점이나 표현이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휴리스틱 평가처럼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간단한 점검 리스트 형태로 살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음 행동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지
같은 의미의 문구가 화면마다 다르게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
불필요하게 어렵거나 내부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특정 사용자만을 전제로 한 표현은 없는지
이런 질문들을 통해 현재 라이팅의 상태를 가볍게 점검해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이슈가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원칙으로 바로 연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히 분류하는 것보다, 지금 서비스에서 꼭 지켜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 합의하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미 잘 지켜지고 있는 원칙을 다시 명확히 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새로운 원칙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기준을 정제하는 쪽이 적절할 수도 있다.
결국 UX 라이팅 원칙은 이상적인 목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일관된 태도로 말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원칙의 개수나 구성보다, 실제 문구를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UX 라이팅 원칙은 이후에 만들어질 라이팅 가이드를 한 번에 완성하기 위한 답안이 아니라, 가이드를 쌓아가기 위한 기준에 가깝다. 라이팅은 버튼, 알림, 에러 메시지처럼 상황별로 나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경우를 정리하기는 어렵다.
이때 원칙이 정리되어 있으면, 라이팅 가이드를 어떤 순서로 확장할지 판단하기가 수월해진다. 모든 상황을 한 번에 다루기보다, 사용자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버튼이나 알림부터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이후에 보조적인 안내 문구로 범위를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은 이 과정에서 무엇을 먼저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이렇게 상황별 가이드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각 가이드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될 위험도 생긴다. 버튼 가이드와 에러 메시지 가이드가 각각 잘 정리되어 있더라도, 기준이 다르면 서비스 전반의 언어는 쉽게 흩어진다. UX 라이팅 원칙은 이때 개별 가이드들을 하나의 방향 안에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즉, UX 라이팅 원칙은 모든 문구를 직접 규정하는 규칙이 아니라, 상황별 라이팅 가이드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계속 참조되는 문서에 가깝다.
UX 라이팅 원칙을 정리한다는 것은 문장을 잘 쓰기 위한 준비라기보다,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태도로 말할 것인지를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원칙이 명확해질수록 개별 문구는 감각이 아니라 기준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고, 이후의 라이팅 가이드도 하나의 방향 안에서 쌓아갈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페르소나에 맞춰 Voice & Tone을 정의해 나갔는지를 다뤄보려고 한다. 서비스가 어떤 목소리로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지, 그리고 그 목소리를 문서로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이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Shopify. Content Fundamentals
https://polaris-react.shopify.com/content/fundamentals
Intuit. Basics of good content
https://contentdesign.intuit.com/foundations/basics-of-good-content/
Adobe. Inclusive UX writing
https://spectrum.adobe.com/page/inclusive-ux-writing/
Atlassian. Inclusive writing
https://atlassian.design/foundations/content/inclusive-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