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하면 뭘 해도 실패한다.(2)

광신도에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by 소원 이의정

전체주의와도 같은 그들만의 리그

[전체주의: 개인은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정부나 지도자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정치사상 및 정치 체제]




나는 학창 시절부터 특별히 열광하는 연예인이 없었고 누군가를 추종하는 것에 시간을 쏟는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이 없고 가십거리를 찾아다니며 듣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내 인생을 내가 개척하고 헤쳐 나간다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던 내가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돈을 버는 일을 선택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욱여넣고 내 마음에게 말한다. "후회보다는 내 인생의 마지막 매운 경험을 했다."라고 마음을 다잡기에는 내 안의 상처가 크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몇몇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역사는 정복자의 이야기고 승리하여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이지만, 그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 속에도 잡초같이 살아남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결국은 그 살아남은 사람들도 빛을 보는 날도 온다.


애터미에서는 성공자의 이야기만 듣고 그들이 했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정석처럼 되어 있다. 한마디로 닥치고 따라 해 봐! Just do it! 이란다. 그런데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모두 다른데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고 한들 너도나도 똑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은 성공한다고 말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똑같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거라고 한다. 똑같이.

천편일률적인 획일화가 싫고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싫어서 삶의 테두리를 자꾸 벗어나 모험을 했던 나에게는 정말 경악할 이론이었지만, 그들의 교육을 계속 듣다 보면 점점 그 늪으로 빠져들었다.

"미치지 않는다면 미치치 못한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그들 앞에서 내 개성과 취향 따위는 코웃음 거리였다. 몇 년만 참으면 월 수천을 벌 수 있는데 왜 못견디냐다.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처럼.

참고로 난 호랑이띠다. 호랑이는 쑥 하고 마늘을 먹다 굴에서 뛰쳐나갔다. 웃프다.

당시에는 그들이 했던 대로 한다면 성공할 거라 확신했던 내 모습이 마치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미국의 인기 미니시리즈 "V"처럼 전체주의 애터미에 세뇌되어 피 색깔도 파랗게 변해갔었다.




우리는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소수의견을 천덕꾸러기 취급한다. 물론 나도 소수의견 따위는 관심이 없던 지극히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네트워크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춰내기가 힘들어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세뇌가 되기까지는 아주 골수 추종자였다. 그런데 인간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실감에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일도 돈도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현실로 불현듯 돌아왔다.

나라고 처음부터 실패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고 현실감이 넘치는 것처럼 생각되진 않았다. 내 인생에는 실패는 없을 것이고 난 절대 실패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것처럼 세상을 향해 돌진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마치 무모하게 덤비는 돈키호테처럼 나의 경험주의는 아주 처절하게 짓밟히고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매운맛을 보게 됐다.


온 세상에는 애터미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 내 삶의 모든 기준이 더불어 당신들의 모든 기준이 애터미여야 했고 그것만이 정답이었다. 애터미가 아닌 주제는 이야기 대상이 아니었고 아침부터 저녁 잠들기 전까지 애터미를 찬양해야 했다. 그래야 성공하고 그것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골든키였던 것이다.

그들이 하는 교육은 하루 24시간 애터미를 얘기하기에도 모자라고 자면서도 애터미를 생각해야 했다.

동양과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처럼 애터미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그것만이 네 세상이다. 오직 그것만이!



방황했다. 그리고 그런 방황이 자꾸 생겼다.

내가 과연 무엇을 쫒고 어떤 결과를 바라기에 그리 살았는지 답을 찾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나의 정신세계는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꿈도 잃고, 나이도 들어버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굉장히 껄끄러워졌다.

그리고 내 인생의 지우고 싶은 과오로 깊이 새겨졌다. 마치 주홍글씨처럼...


괴로웠다. 특히 나를 믿고 기대했던 엄마께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애터미와 단절하고 6개월간을 집에 틀어박혀 아르바이트 자리나 알아보며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보냈다.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희망을 찾으려 억지로 내 마음을 조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괜찮아질 거야."만 반복하며 잉여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이 열렸음을 알아야 하고 빨리 그 열린 문으로 나가야 하는 순간이 왔다.

기회는 또 오기 마련이고 나에게도 일 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의 기회가 왔다.


다행스럽게도 삶의 마지막 희망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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