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원인을 찾고 나를 돌아보다.
좌망(坐忘) - 조용히 앉아 우리를 구속하는 일체를 잊어버리는 것. (장자)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를 너무 몰랐고 세상도 몰랐다.
사회생활을 풍부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배움과 다양한 직업, 해외 유학의 스펙이면 밥은 먹고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세상에서 나름 똘똘하게 처신했다는 나의 생각은 과대망상이었다. 천지분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였다.
삼국지에 나오는 전설적인 명의 '화타'가 있다. 그는 재야에 머물며 전쟁으로 지친 백성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일을 했던 시대의 명의였다. 화타가 조조를 만나 진료를 하고 돌아가려 하자 그를 가까이 두고 싶어 했던 조조는 관직을 줄 테니 곁에 있어줄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화타는 단칼에 거절한다.
나는 '화타'의 결정을 두고두고 곱씹게 됐다.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라올 것을 알면서도 백성을 돌보겠다는 그의 소명의식에 놀랐고 재물에 흔들리지 않는 대쪽 같은 지조에 감동받았다. 비록 그가 조조의 손에 죽임을 당했지만 그래서 백성들은 명의를 잃었지만 2000년이 지나도 그의 의로움은 기록으로 전해지며 칭송받고 있는 것이다.
난 알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섣불리 뛰어든다면 그 책임의 무게를 고스란히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무게는 배에 배를 더해져서 젊은 시절 실패보다 그 경중이 크다는 것을.
48세의 실패는 돌이키기가 힘들었다. 시간과 열정이 배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나날이 슬퍼졌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나를 너무 낮추고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기는 싫었다.
다시 이력서를 정비하고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을 찾아봤다. 올해가 마지막으로 내가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침착하고 꼼꼼하게 나를 점검했다.
예전의 나는 없고 실패 속에서 다시 태어난 나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조금씩 움직여 보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시간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너무 늦은 나이까지 실패를 연달아하니 인생이 무질서와 혼돈뿐인 것 같아 두려웠다.
일에서만 실패자면 좋겠지만 다방면으로 실패를 경험한 나를 둘러싼 환경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아니 위태로웠다.
BUT 프로 실패러의 인생은 거듭나며 성공으로 갈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다고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있을리 없고 작은 보폭이지만 한 발씩 앞으로 나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도 생기고 못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에게는 항상 행운이 함께했고 하늘은 늘 내편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비록 실패의 블랙홀에서 헤엄치고 있지만 괜찮다. So far So Good!
P.S = 일에서의 실패는 인생의 작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젊은 날의 휘황찬란한 성공과 명성을 바라는 허황된 마음도 버렸다. 한때 비웃었던 소확행의 행복을 알아가며 하루하루가 너무도 아름답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기복이 있는 나에게 잿빛인 날도 물론 있지만 희로애락의 원리에 삶을 대입해본다면 그런 어두운 시절들이 있기에 하루하루의 소중함이 더해간다.
부정적인 마음이 스며들 수 있으나 부정적인 사람이 되진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며 가족과 이웃을 행복의 근원으로 간직하며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