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6.25 전쟁 이후 식량 기근이 있었고 피폐화 된 나라를 살려야 했기 때문에 남성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수평 관계가 아닌 수직 상하 복종의 직장 생활에서도 수많은 가장들은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살갑게 사랑하며 아끼고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사회와 가정의 모든 구조가 권위주의적이며 상명하달의 문화가 뿌리내렸고 그래서 대한민국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인프라 구축과 선진국형 시스템 발달이 우선이었을 테니 말이다.
당시 사람들은 나를 표현하기보다 참고 억압해야 한다는 자기 통제가 강한 세대가 아니었을까? 그것이 사회생활 할 때는 억눌려 있다가 가정으로 돌아가서 잘 못 된 표현 방식으로 가정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언어폭력을 한다면 이후의 세대들은 그것을 봐 왔을 것이다. 그런 부모의 행동을 보다 보면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몸에 축적이 된 것일 테다.
우리 어머님세대는 그렇게도 참아야 한다는 말을 말이 하셨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고 그것이 지혜라고 배웠고 가르치셨다. 뭐 정말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실천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내가 가끔 맥주 한 잔 하며 직장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을 때면 울 어머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벙어리 3년,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이라고. 그렇게 어떻게 버티다 보면 10년이 간다는 선조들의 명언이었다. 그러나 나는 참으로 개성이 강한 딸이다 보니 다양한 회사를 많이도 옮겨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능력이 엄청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취업걱정은 안 했던 것 같다. 갑자기 왜 '화병 VS 분노조절장애'라는 우울한 주제를 들고 왔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대한민국 과도기의 역사적인 배경을 놓고 보니 각 가정마다 애환이 있을 것이고 인간으로서 연민도 생긴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데스트: 감사합니다. 00 학원입니다.
여자: 000 분반이 되면서 선생님이 또 바뀐 건가요? 어떤 기준인 거죠? (다짜고짜, 막무가내)
데스크: 다른 기준은 아니고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눴습니다. 초등학생과 중1 그리고 중2학년과 3학년으로 묶었어요.
여자: 우리 아이가 2학년인데 그럼 지금 선생님이 아니고 다른 반인 거죠? 그 기준이 뭐예요?
데스크: (다시 똑같은 말을 해야 하나?) 네, 지금 선생님은 아니시고요. 고등부 담당 선생님께서 담임으로 책임지실 겁니다.
여자는 이때부터 흥분하기 시작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데스크: 어머님 그럼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자: 그게 아니고 지금 전화받으신 분이 내 말을 못 알아듣잖아요. (목소리가 떨리고 흥분한 듯 느껴졌다. )
데스크: 우선 전 담임 선생님께 좀 더 정확한 안내를 해 드리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이후로도 한 참을 씩씩거리고 전화를 끊지 않던 여자는 진짜 고장 난 레코드같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화를 내고 있었다. 왜 그런 걸까? 도움을 주겠다고 해도 받지 않겠다는 건 무슨 생각인 걸까?
우선 전화를 끊고 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다급하게 온 선생님은 그렇지 않아도 이 학부모에게는 따로 연락을 안 드리고 있었고 굉장히 민감하신 학부모라고 했다.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업무의 특이점이나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무턱대고 화를 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화를 억누르고 살아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질환이 생겼다면 지금은 분노를 마구 표출하여 사회적인 문제까지 되지 않는가? 묻지 마 살인이라던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렇게 이유도 없이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급기야 무방비의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게 되는 것을 '이상동기 범죄'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다 할 동기 없이 어떤 대상이나 사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
당신이 모르고 분출한 동기 없는 분노는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래 12개 문항 중 1-3개가 해당되면 분노 조절이 가능한 단계이지만, 4-8개는 감정 조절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9-12개가 해당하면 전문가와의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1) 성격이 급해 쉽게 흥분하여 화를 낸다.
(2) 남의 잘못은 그냥 넘기지 못한다.
(3) 일이 안 풀리면 해결하기보다는 쉽게 폭발한다.
(4)화를 조절하지 못해 중요한 일을 망친 일이 있다.
(5)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던진다.
(6) 무시받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7) 잘한 일은 인정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화가 난다.
(8) 내 잘못도 다른 사람 탓을 하게 된다.
(9)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운 적이 있다.
(10) 화가 나면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다.
(11) 분노감이 생기면 조절되지 않는다.
(12) 게임할 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치민다.
만약 위 문항 중에 해당사항이 3개 이상이면 <하버드 감정 수업>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분노가 치밀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노를 빠르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후 냉정을 회복하며 이 일이 화낼 만큼 중요한 일인지, 객관적으로 화를 낼 상황인지 혹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론 화가 난 상황에서 나의 분노를 빠르게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분노가 잡아당긴 활시위에서 뻗어나간 화살촉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목표물은 결국 나라고 말한다. 분노가 가득한 현대사회 속 갈등 상황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현명하게 이를 표출하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린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다! 노력이라도 해보자!
우리 몸이 11개월마다 탈바꿈하듯이 마인드도 바꿀 수 있다.
(조만간 '하버드 감정 수업' 책을 읽고 북리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