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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스탄트 Jul 18. 2024

멸망한대도 사랑하겠어!

1화

지구를 지나는 소행성 ‘트로이’ 는 어둡고 고요한 우주 공간을 계획된 궤도로 지나고 있었다. 

트로이의 크기는 63 빌딩보다 덩치가 훨씬 컸고 인류 역사상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소행성이었다. 


선진국의 과학자들은 이런 기념비적인 순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들의 데이터를 통해 발표된 바로는 이 소행성에는 엄청난 가치의 다양한 광물들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의 데이터를 두고 세계 최고의 재력가들은 그들에게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분만큼 그들은 광물을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그들이 계획한 대로 소행성이 폭파된다면 말이다. 


2029년 4월 19일, 현재 시간 4시를 막 지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도 숨죽여 ‘트로이’의 경로를 지켜보고 있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극히 적지만 일부 사람들은 지구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우주군기지>

제어실의 모든 화면은 트로이를 실시간으로 쫒고 있으며 팀원들의 손은 긴장한 탓에 땀이 흥건했고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거운  공기 속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 감독관은 떨리는 입술을 겨우 띠었다. 

“모두 각자 위치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십시오. 곧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T-minus라고 화면에 표시된 중심 제어실에서 카운트 다운이 곧 시작되었다.

감독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드디어 발사 명령과 함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10, 9, 8, 7, 6, 5, 4, 3, 2, 1 발사!


굉음과 함께 격렬한 폭발이 분사되며 화염이 지상을 뒤덮었다. 로켓은 자욱한 구름 연기를 지상에 흩뿌리며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구쳐 올라가고 있었다.


*

“해성아, 우리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 믿어?

이 세상의 마지막 희망이 우리뿐이라면. 

너와 나의 변치 않을 신념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의 투명하고 맑은 눈빛이 그 무엇도 놓칠 수 없다는 듯 해성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모든 것들을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해성의 눈에는 투명한 일렁임이 가득했고 보석 같은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우주의 두 손이 살며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럼, 알잖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너와 나를 믿어.”


*

10, 9, 8, 7... 3, 2, 1 발사!


한참을 올라가던 발사체 TC8(Troy capablities_8)는 50분 뒤 1차 분리에 들어갔다. 

제어실 앞면 대형 모니터에는 소행성 '트로이'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한편,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고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발사장 주변으로 몰려왔었고 발사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사람들도 피켓을 들고 있었다. 


'소행성을 건드리지 말아라!', '폭발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 '폭발은 해결책이 아니다. 지구를 지키자!'라는 피켓을 들고 환경 단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드론 스피커에 대고 소리쳤다.

 

"소행성 폭발은 지구 생명체와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들을 막아야 합니다."


"소행성 폭파를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지구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장기적으로 지구에 많은 피해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주군 기지 주변으로 특수 요원들이 배치 됐으나 일부 환경 단체 팀원들은 기지로 침입해 제어실로 잠입하려다 특수대원들에게 붙잡혀 잡혀갔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로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피크닉이라 생각하고 나온 사람들은 망원경을 들고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발사체를 보느라 환경 단체 사람들의 말에는 관심이 없었다. 


트로이가 우리에게 선물이 될지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우주는 해성을 바라보며 잠시 옛 기억에 잠겼다. 


‘화려한 봄날 눈부신 벚꽃 같이 나에게 왔던 너. 우리 집 문을 들어설 때 너의 모습이 너무 눈부셔 손으로 눈을 가릴정도였지. 나는 그날을 정확하게 기억해.’

우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려 왔다. 


“해성아, 나랑 같이 살아줄래? 유성우가 떨어지던 그날부터 너를 한 번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어.” 

뜬금없는 그의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었다. 해성에게는 너무 갑작스럽고 이상한 일이었다.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우리가 열 살 때 만났었다는 그날을?” 

해성은 신기한 듯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물론 공부하느라 잠시 생각을 못 하기도 했지만, 늘 너와 만나고 있었어.” 

부끄러운 듯 환하게 웃음 짓는 그의 얼굴은 마치 열 살 때 라일락 나무 아래에서 봤던 그 미소였다. 


“음… 어떻게 날 만났어?” 


“그건… 말하기가 좀. 중요한 건 지금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 우주 씨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문제는 내가 견딜 수 있을지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함께 할 수 있어. 내가 도울께.”라고 말하며 우주는 해성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조각품을 다루듯 부드럽게 그녀의 등과 머리를 보듬으며 따뜻한 온기를 보냈다. 

이 느낌은 VR에서 만나던 해성이 아니었다. 실제 해성이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우주는 너무 감격스러웠다. 사랑하는 그녀를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을 뛰게 했다.

 

*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은 빠른 속도로 궤도에 안착한 후 소행성 착륙에 성공했다. 

로켓 안의 AI 장비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후 소행성 곳곳에 폭발 장치를 심으며 임무를 완수하고 있었다. 우주군 기지의 대형 타이머에는 앞으로 남은 시간 38분이 기록되었다.  


로봇의 임무가 거의 끝나갈 무렵 소행성 남극 방향의 AI로봇이 허무하게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고 또 다른 몇 대의 장비가 드릴을 심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제어실 팀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TC8을 제어하던 모든 컴퓨터에서 에러 코드가 떴다.


 “뭔가 잘못 됐는데요. 이렇게 되면 소행성 전체가 터지지 않습니다. 지구에 치명적일 수 있어요.”

제어실 팀장 네이트는 각 담당자들에게 수치를 확인하고 로켓의 설정값을 확인했다. 


“젠장! 명령값을 수정해 봐!” 감독관이 소리쳤다. 


“TC8-F, G, H가 이미 트로이에서 탈락했습니다.”

제어실은 주식이 급락하는 광경을 목격한 증권거래소 사람들같이 이리저리 뛰었다고 소리 지르며 광분하기 시작했다. 


“멈출까요? 감독관님!” 네이트가 말했다.


일제히 감독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핸드폰을 들고 시선을 피하던 감독관은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는 듯했다. 통화를 황급히 끝낸 감독관의 두 눈은 흔들렸고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내뱉었다. 


“그대로 진행해!” 


팀원들은 결과가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팀원 중 한 명이 감독관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트로이 파편의 일부만 회수가 가능합니다. 지구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어요. 지금 트로이의 위치가 지구와 너무 가까워요!”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그냥 계획대로 폭파시켜!” 감독관이 고함치듯 말했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소행성 중심까지 설치된 폭탄들이 터졌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각 대륙 사이의 해양에서 수거할 계획이었던 운석들은 앞으로는 그 어떤 방향도 예측할 수 없었다. 운이 좋다면 일부는 회수할 수 있었지만 이미 계획이 틀어진 상태였다.


지구 시간 저녁 8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섬광과 함께 소행성은 폭파되었고 수많은 별똥별과 운석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엄청난 크기의 운석이 불을 뿜으며 지표면으로 떨어졌고 영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지옥불이 떨어지는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소행성의 절반은 터지지 않고 궤도를 벗어나 지구 반대편으로 튕겨지듯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은 소행성의 파편들이 전 세계를 휘감듯 돌며 목표를 정해 파괴하는 듯했다. 마치 누군가가 조종이라도 하듯 운석들이 지구를 휘감았다. 


폭파된 소행성의 파편은 십여분 가량 대기권을 뒤덮었고 도시마다 커다란 운석을 맞아 불이나 거나 빌딩이 쓰러지기도 했다. 도로에 떨어진 파편으로 교통이 마비되고 산불이 났으며 전 세계는 일대 혼란을 맏이 했다. 


CNN “여기는 뉴욕입니다. 지구가 멸망하는 걸까요? 도시가 온통 불바다입니다.” 

BBC “유럽 전역이 Fire ball의 피해로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폭동이 일어나고 사이비 종교의 행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잠시 후 하늘을 볼 수 없었고 별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이 이어졌다.

거대한 유성우 쇼를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생각과 다른 하늘이 두려워 서둘러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엄청난 운석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운석은 도시를 파괴했고 랜드 마크는 힘없이 무너졌다.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욕심과 오만한 이기심으로 재앙이 되어 돌아왔다. 


UN은 온 인류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힌 주도자들에게 엄중한 판결을 내렸다. 

소행성 폭파에 참여한 각 나라의 우주 기지 책임자들은 해임 됐으며 주도국의 지도자들은 탄핵을 피할 수 없었다. 거대 기업들 또한 피해액을 산정해 막대한 복구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폭파 지시를 내렸던 감독관은 무기징역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인류의 불행 앞에서 마냥 좌절하지는 않았다. 건물과 도로를 복구하고 각자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협력해서 다시 만들어 나갔다.  


소행성 폭발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던 대한민국 우주과학의 메카 (주)스페이스 항공은 복구 비용을 지불하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다시 만들었고 차츰 우주 산업으로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복구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가 바이러스 퍼지듯 전 세계에 번지기 시작했다. 

물론 21세기에 들어서며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트로이 소행성 폭파 이후 심각성이 더욱 두드려졌고 결혼이라는 제도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급기야 가족 제도도 사라졌고 모든 인류에게 과거의 가족은 교과서에나 있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2029년 4월 19일 이후 사랑, 결혼 그리고 아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검색으로만 알 수 있는 21세기의 역사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종족번식을 하지 않는다. 

지구는 곧 멸망하게 될 것이다. 


2049년, 소행성 파편이 지구를 덮친 지 이십 년이 흘렀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각 나라의 수도에만 인구가 밀집해서 살고 있으며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마약, 사이비 종교 등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앞으로 100년 뒤에는 지구상에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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