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Earth로 추억의 장소 가기

나는 가끔 순간 이동을 한다.

by 소원 이의정

영국은 나에게 운명 같은 선택이지만 정이 가지 않는 너낌?

미국 유학을 선택했지만 상황이 영국을 가야 했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런던에서 딱히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도 없고 그런 개인주의가 나의 정서와는 참 잘 맞았던 것 같다.

나에게 용돈을 주는 사람은 없지만 내가 열심히 벌어서 그 노동의 대가로 잘 살 수 있었던 젊은 시절의 고향.

얄팍한 지갑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가성비 좋은 식료품들의 천국인 마트가 있어 선택의 즐거움과 함께 소비의 즐거움이 가득한 곳.

다채로운 분위기의 펍에서 골라 먹을 수 있었던 맥주와 와인.

나에게 풍부한 감수성과 심미안적 감각을 불러일으킨 도시이다.

오늘 떠나자!


Google Earth에 우선 런던 캐나다 워터를 검색했다.

컴퓨터로 날아가는 여행인데 지구가 돌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순식간에 런던 캐나다 워터에 도착했고 테스코 마트를 찾았다. 슈웅 하고 나의 아바타가 도착 한 느낌으로 지역에 당도하니 눈에 익숙한 동네의 전경이 펼쳐졌다.

테스코다. 나는 테스코를 쭉 훑어보고 늘 그랬듯이 집 쪽으로 향했다.

세상에나 2022년의 그곳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 멍을 때리던 그 호수와 나의 벤치, 호수를 끼고 병풍처럼 서있던 빌딩 숲과 파란 하늘이 그대로다. 웃음이 절로 난다.

순간적으로 소환된 런던 나의 집.


Canada Water는 내가 가장 오래 살았던 동네였다. 튜브 정류장에서 나오면 테스코가 보이고 몇 가지 식재료를 사고 호수를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오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싱글라이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캐나다 워터(Canada Water)는 존 2(Zone Two)에 위지해 있었고 주거지역으로 안전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내 집에는 작은 앞마당이 있었는데 쭈그리고 앉아 풀 멍을 때리는 나만의 작은 공원이었다. 그곳에는 피노키오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목각인형과 작은 집과 울타리 주변에 잔디 꽃과 은방울꽃 등 이름 모를 꽃이 있었다. 크고 작은 나무들로 잘 가꿔진 나만의 작은 공원. 현관문을 열고 몇 발자국 나가면 호수가 있었고 그 앞 벤치까지도 나만의 공원이다. 그래서 가끔은 거리낌 없이 파자마 바람으로 머그컵에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나가서 물 멍을 하곤 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 동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그린파크', '하이드파크'가 가까웠고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유명한 갤러리를 가기에도 적당한 거리의 시내 중심부에 위치했던 것이다.

대중교통도 좋지만 걸어서도 템즈강과 가까웠고 주변이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때 그 시간들을 더듬으며 나는 Google Earth로 한 발자국씩 그 시절의 향수를 들이켠다.


전지적 시점으로 내가 살던 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고 가고 싶은 심정이다.

3층 천장에 비스듬히 있었던 창문은 비 오는 날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땡땡이치는 나쁜 학생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집이었다. 천장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 최대한 작게 음악소리를 틀어 놓고 간단하게 와인상을 차린다. 비와 묵직하게 어울리는 쇼비뇽 레드와인에 모둠 치즈와 올리브.

침대에 등을 대고 반쯤 누운 자세로 목을 길게 빼고 와인을 들이키며 떨어지는 빗소리에 집중한다.

학교 수업은 이미 시작됐고 나는 이미 분위기와 와인에 취해버렸다. 그리고 이번만 봐주겠다고 감성을 토닥거리며 다음번 비 소식에는 레인부츠를 신고 아침부터 일찍 집을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

전날 빨아서 널어놓은 침대커버를 유리창에 걸쳐 널어놓았더니 운치 있게 보이기도 했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없는 날은 그렇게 뒹굴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끄적이다가 다큐멘터리를 보며 노트북과 함께 물아일체가 됐었다.


동네 주변을 둘러보며 새로운 장소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전지적인 시점에서 내려다보니 내가 갔었던 장소들의 동선이 구석구석 연결되었다.

모르고 갔던 공원의 이름도 알았고 그곳에 테니스장이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좀 더 깊이 있게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못했던 내가 야속하다.

그게 행복이었다. 지금 나를 이렇게 미소 짓게 하니 말이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감성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가끔 추억이라는 서랍에서 꺼내 먹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랫말 가사에서 가끔 꺼내 먹으라는 느낌으로...


우울할 때 가끔 떠나보자.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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