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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스탄트 Sep 25. 2024

애써 외면했던 숨김 친구

서운함으로 끝났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고 천천히 떨어지는 한 방울을 모아 아침에 나에게 꼭 필요한 모닝커피를 만든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꿀을 듬뿍 넣어 휘휘 저었다. 

달다. 무척 달다. 


뜬금없이 카카오톡 숨김했던 친구 몇몇의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다. 숨김과 차단으로 애써 외면하지만 그래도 근황은 궁금했나 보다. 마시려던 커피잔을 들지 못하고 내려놨다. 

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보는 순간 서운하고 짜증이 났다. 


물론 나는 여자사람 친구일 뿐 그의 인생에 관여할바는 아니지만 앙증맞은 하트 폰트로 D+169일 이란다. 

나한테 말하면 내가 못 사귀게 할 것도 아닐 텐데 보란 듯이 여러 장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잠시 얼어버린 동공이 그 사진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뜸했고 술 한잔 하자는 연락도 안 했구나. 그동안 그 친구와 나의 시간들이 이 사진 하나로 설명이 됐다. 동네 술친구가 사라졌다. 이 친구가 마지막으로 싱글 남사친은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혼술을 해야 한다. 


"나 이번에 주식으로 얼마 벌었어."

"나 이번에 코인으로 얼마 벌었어. 한턱 쏠게." 

"나 이번에 그 남자랑 헤어졌어." 이 말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주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다 알고 있던 그였는데. 


여자가 생겨버렸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여성스러운 사람이겠지. 

난 누군가가 없어도 혼자도 잘 살 것 같은 사람인가 보다. 


또 시작이네... 가을이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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