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오답을 마주하다

이작가의 사랑학개론

by 소원 이의정

나는 그동안 왜 연애만 하면 소모되는 기분이었을까?

누굴 만나도 상대에게 맞춰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특히나 이런 감정을 마주하는 것 같다. 연인 외의 사람들과는 감정표현도 잘하고 싫고 좋음이 확실하면서 왜 내 남자 앞에서는 나는 없고 그의 일정에 끌려다녔을까?

그렇게 나답지 못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 난 여지없이 이별을 고했다.


지금부터는 나의 연애사 필름을 되감듯 지난 연애의 민낯을 들여다보기 위해 '최악의 순간들'을 적어 내려가 보겠다. 리스트는 씁쓸했지만 명확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저와 같이 세 가지 리스트를 작성해 보세요. 지나간 '그놈'들을 떠올려보세요. (아, 화내지는 마시고요!) 그들의 어떤 점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나요?


나의 최악 리스트는 이렇습니다.

- 숨 막히는 간섭.

난 독립심이 강하고 자아가 강해서 나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필요했다. 나를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한 관계를 원했던 게 아닐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감은 필요했다.

-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감정 기복.

나 스스로 기복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상대까지 감정 조절이 불가하다면 그 관계는 불 보듯 뻔하다. 내가 원했던 그는 마음 그릇이 단단하고 갈등 상황을 대화로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길 원했다. 그의 욱하는 모습은 전혀 멋져 보이지 않았고 어린아이 같았기 때문에 신뢰감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그 뻔뻔한 침묵(잠수)."

나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던 그. 이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일명 읽씹이라 불리는 메시지의 블랙홀. 그는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런 태도 또한 신뢰감이 바닥이 나고 일관성도 없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며칠 뒤 뻔뻔하게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그 정신세계를 누가 이해 할까? 난 불안감을 주는 사람을 원하지 않았다. 일관적이며 안정감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블랙홀 덕분에.


이실직고하자면 과거의 난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내가 무엇을 견딜 수 없는지 몰랐던 것이었다. 지금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그들의 모습을 적어보니 내가 진짜 원했던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이상형은 나를 가두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대화를 청하는 단단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안심시켜 주는 다정한 성실함이 필요했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찾아야 할 사람은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심장을 편안하게 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