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평탄할 수 없는 러브스토리

by 소원 이의정

#16

수많은 드레스를 보니 결정장애가 왔는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무슨 드레스가 이렇게 많아. 우선 사고 싶은 드레스 순서를 정해보자. 무릎길이. 너무 야하지 않고. 하얀색이나 밝은 색으로...' 그래도 도통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Felix. Please.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요?"

"Hum... This one."

그가 추천해 준 원피스는 라이트 베이지의 비스코스 크레이프 소재로 하늘거리는 재질이었고. 도트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V넥이 나의 기준으로는 약간 깊게 파였고 등도 비슷하게 파여있었다. 5부 정도 길이의 퍼프소매는 여성스러웠고 어깨 부분과 소매 그리고 스커트 일부 부분에 스모킹 주름으로 마감되어 섹시한 듯 귀여운 캐주얼한 원피스였고 무릎길이의 치마단은 프릴로 장식되어 있었다.

탈의실에서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나를 기다리던 필릭스는 눈에서 사랑이 가득했다.

"가은. 너무 예뻐. 사랑스러워."

"그래? 그럼 나 이 옷으로 할래." 그리고 함께 입을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을 같이 샀다.

스퀘어 토 스타일의 핑크색 샌들도 맞춰 신었다. 발등의 스트랩과 8cm 정도의 굽높이는 필릭스와 어느 정도 비슷해지는 키가 되었다.

한껏 차려입고 나온 나를 그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165cm 정도 되는 키에 단단한 몸매와 동양인치고는 큰 가슴은 아마도 C컵 정도는 되어 보였다.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 사이로 살짝 보이는 가슴골이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웨이브 머리는 나와 비슷한 갈색으로 윤기가 나고 하얀 피부는 늘 반짝였다.

그리 화려한 메이크 업은 아니지만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리는 센스 있는 메이크업에 도톰한 입술에 반짝이는 글로우즈를 바르니 더 도톰해 보였다. 곧게 뻗은 다리는 핑크색 힐을 신으니 더 길어 보였다.

"가은. 완벽해.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긴장하지 말고. 내가 같이 있잖아."


그와 함께 토요일 오후 런던을 달린다니 너무 멋진 일이었다. 운전하는 필릭스의 모습도 너무 멋지고 이렇게 완벽한 상황이 있다니 행복감이 몰려왔다. 그는 나의 목선을 가볍게 어루만지다 엄지 손가락을 내 입속에 넣었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간지럽히듯 녹여주었다. 그는 엄지를 꺼내 내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의 부드러운 손끝에 나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가은. 잠깐 쉬다 갈까?"

그렇지만 나는 흐트러진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No.(단호하게) 필릭스... 운전에 집중해."

"가은이 아직 모르는 게 있어. 난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특히 운전할 때는 말이지."

나는 쌩긋 웃어 보였지만 그의 손가락이 팬티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너무 흥분하여 촉촉하게 젖고 말았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고 창문을 열어 나의 달아오른 얼굴을 식혔다.

"필릭스. 위험해. 장난 그만치고. 집까지 조심히 갔으면 좋겠는데."


런던 근교 다트머스에 있는 그의 부모님 집은 그 규모가 꽤 컸다. 나는 내심 놀랐고 긴장됐다.

그는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의 차 외에도 레인지로버와 또 다른 클래식한 재규어가 서 있었다.

'휴우...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잘하자. 식사 예절 까먹지 말고. 괜찮아. 좋은 인상 줄 수 있어.'

"Hi. Hello everyone." 거실로 들어가며 모여있는 가족들을 향해 필릭스가 크게 말했다.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갔고 가족들은 모두 일어났다.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나를 보고 크게 놀란 눈이었다. 어머님이 먼저 나를 안아주고 볼에 살짝 입 맞춰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남동생도 나를 안아 주었다. 여동생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쪽은 서. 가. 은. 가은이라고 불러. 한국에서 왔어요."

"고마워. 필릭스. 네, 저는 서가은이라고 해요. 한국인이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활짝 웃으며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나를 보며 여전히 놀라고 있었다.

"나는 리처드 에드워드 보다시피 필릭스의 아빠다. 하하하. 카은?(필릭스의 눈치를 살짝 봤다) 오. 가은. 만나서 반가워."

"나는 필릭스 엄마 린다 에드워드라고 해. 환영한다."

"나는 크리스토퍼. 동생이죠. 이렇게 예쁜 형 여자친구는 처음 봐요. 대 환영입니다. " 그는 필릭스의 팔을 툭 건드렸다.


필릭스는 내가 재킷을 벗는 것을 받아 걸어주었고. 그사이 그들의 눈빛에 나는 타들어갈 것 같았다.

"샬롯은 좀 늦는다고 하니 우리 먼저 저녁 먹을까?" 린다는 우리를 거실을 지나 키친 옆에 있는 넓은 테라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8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요리사와 서빙하는 사람이 서 있었다.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테라스 밖은 뒷마당으로 이어졌고 가든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와아. 어머님 정말 바쁘시겠는데! 꽃들이 정말 많다.'

내가 정원을 보고 놀란 것을 보고 린다가 다가왔다.

"내가 관리하고 있어. 나중에 나가서 구경해 봐. 자 모두 자리에 앉죠."

전체요리를 시작으로 부드러운 로스트비프 요리가 메인으로 나왔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말에 먹는 가족요리가 로스트비프라고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었다. 디저트로는 커스터드 크림이 있는 스펀지 푸딩이 나왔고 나는 홍차를 주문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은 내가 앞으로 전공하게 될 미디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네. 한국 대학에서 미디어 전공을 했었어요. 꿈은 영화감독인데 어쩌다 보니 여행사 기획자가 됐어요.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국제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였다.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다행히도 나름 뉴스를 열심 보며 살았고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도 박식한 대답을 들려드릴 수 있었다.


밥을 먹다 중간에 물을 마셨던 나는 그들의 마음속이야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필릭스의 어머니는 나를 못 마땅해했고. 지금 상황이 짜증 난 것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나의 지적인 부분을 테스트하기 바빠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남동생은 나의 가슴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성적인 환상이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아 중간에 물을 안 먹으려 노력했는데 습관적으로 물을 마신 것이다. 갑자기 두통이 왔다.

내가 미간을 찡그린 것을 본 필릭스가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어디 아파?"

"필릭스. 나 잠시 자리를 뜰 수 있을까? 머리가 너무 아파."

"여러분. 미안한데 잠시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아요. 가은이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는데.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나랑 다니느라."

"죄송해요.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요." 나는 정중하게 말한 후 거실로 나왔다.


그는 예전 그의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며칠 전까지도 쓰던 방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학창 시절의 필릭스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는 생수와 두통약을 들고 들어 왔고. 나는 그의 책상 의자에 앉아 받아먹었다.

"가은. 괜찮아? 갑자기 왜 머리가 아프지?"

"어... 너무 긴장했나 봐. 자기 부모님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다들 좋으신 분들 같아."

"긴장하지 마." 그는 나의 목덜미를 마사지해 주었다. 그리고 달콤한 입술로 키스해 주었다.

"침대에 잠깐 누워 있을래? 그게 긴장을 풀기는 더 좋을 거야."

"필릭스 이상한 상상하지 마요. 나 잠깐 누울게. 이게 자기가 예전에 쓰던 침대구나."

그는 내 옆에 와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 나를 돌려 눕혔다. 목과 어깨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었다.

나는 필릭스의 생각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그는 온통 나와의 섹스 생각뿐이었다.

"후우.. 필릭스." 하며 웃어 보였다.

"내 방을 여자친구에게 공개한 건 처음이야. 가은이 처음이라고."

"필릭스 너무 귀여워. 자기 방에 들어온 여자가 내가 처음이라는 거네... 흥분되는데."

그는 하늘거리는 치마를 올린 후 팬티를 잡아당겨 그에게 바짝 다가가게 한 후 그의 뜨거운 열정을 한 번에 몰아넣었다.

"헉. 필릭스."

그의 두 손은 나의 골반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우리는 강렬하게 그리고 조용히 환희를 맛보았다.


"가은. 나 먼저 내려가 있을게. 누워있다 괜찮아지면 내려와. 알았지?"

그는 내 팬티를 다시 입혀 준 후 이마에 키스했다.

"알았어요."


말레이시아에서 생긴 사고 이후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물을 마시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난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런 능력이 생기니 나는 일상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주로 물을 마신다.


'그나저나 필릭스 어머님이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쩌지?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모르는 게 약일까? 아냐... 어차피 나에게 생긴 능력인데 알아봐야지. 대처를 하지. 아...언제 내려가야 할까?'


"필릭스. 엄마는 너를 존중한다.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넌 이미 정혼자가 있잖니. 아직 약혼을 한건 아니지만 우리 집안과 레베카 집안과의 약속이다."

"Mother. 전 그런 약속에 동의한 적도 없고 전 가은과 약혼할 생각이에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죠."

린다는 어이없다는 듯이 필릭스를 쏘아보았다.

"필릭스. 다 너를 위한 일이야. 모르겠니. 네가 레베카와 결혼해야 상속자가 된다고."

"어머니, 제발 오늘은 그만하세요. 정말 왜 이러세요. 제가 왜 레베카의 재산을 상속받아요."

"여보. 그만합시다." 리처드는 그녀를 만류했다.

크리스토퍼는 분위기가 상막해지자 자리를 뜨고 정원으로 나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니. 필릭스. 연애는 뭐 너의 사생활이니 따지지 않겠다. 그렇지만 결혼은 레베카와 해야 해. 그건 약속이라고. 너는 고작 백작이야. 그런데 그 집안은 대대로 경제인, 정치인 인맥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너도 알잖니. 공작 집안과 연을 맺어야 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여보... 지금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필릭스랑 따로 얘기합시다." 리처드는 너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린다의 말이 못 마땅하여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당신은 지금 이 상황에 할 말이 그 말 뿐이에요. 필릭스가 알아듣게 설득을 해봐요."

"어머니. 죄송해요. 저 런던으로 돌아가야겠어요." 그는 단호하게 그들을 뒤로하고 가은의 가방과 재킷을 챙겨 들었다.

"필릭스. 다음 주에 너 혼자 오너라. 아직 할 말이 남아있다."

"스케줄 봐야 해요.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거실로 내려가려다 결혼과 백작, 그리고 레베카라는 이름을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머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네.' 나는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어. 그렇잖아도 가자고 하려던 참이야.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 그는 나의 재킷과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어. 그래요? 지금 가요?"

"어. 가은. 가자. 다음에 또 와. 오늘 당신도 아프고 해서 빨리 가는 게 좋겠어."

우리는 어색해진 분위기에 작별 인사를 한 후 그의 차에 올라탔다.

"필릭스.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어. 별일 아냐. 걱정하지 마."

런던으로 가는 동안 그는 내가 물어보는 것 외에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고 화가 난듯했다.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고 그는 차 안에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과정이 힘들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어머님은 집안끼리 약속한 정혼자가 있다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가은. 나를 믿어줘. 그건 어른들끼리 했던 약속 같아. 난 전혀 관심도 없고.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Oh! Shit! 당신은 그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 없어. 나만 믿어."

"Okay. 그러니까 부모님들끼리 당신과 상대방 여자의 결혼을 추진 중이라는 거예요?"

'아까 들었던 그 레베카라는 여자인가 보다.'

"Yes. But 난 전혀 모르는 일이고. 사귄 적도 없고. 더 중요한 건 난 레베카와 그 가문에 관심도 없어. 난 오직 나의 빛과 같은 가은. 당신뿐이야."

"아까 어머님과 당신이 하는 말을 전부 들은 건 아니지만 어머님께서 '백작' 그런 말씀을 하신걸 들었는데. 그건 무슨 말이에요?"

"아... 가은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은 아직도 직위라는 것이 남아 있어. 리처드 에드워드 우리 아버지와 나는 백작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거든. 나의 조부모님께서 내게 남겨주신 거야. 때가 되면 가은에게 모두 말할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직위와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게 살고 있잖아... 이런 전통은 나에겐 아주 무거운 갑옷같이 느껴져."

"아... 백작. 그럼 레베카와 결혼하면 공작이 되는 거예요?"

"가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난 부모님의 계획에 내 인생을 받치고 싶지 않아. 내 미래는 내가 책임질 거거든. 그리고 당신에게만 고백하는데... 난 누구와 함께 살 거란 생각을 해복적이 없어. 그런데 당신은 달라. 내 인생이 당신과는 자세하게 그려지거든. 가은."

"필릭스. 알았어요. 나 당신 믿어. 그리고 그 믿음 지켜줘요."

"당연하지. 난 그 믿음을 지키키위해 태어났어." 그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우리 올라가서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 한 잔 하고 뜨거운 밤을 보낼까? (그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몸이 달아오르는데." 말을 하며 귓등에 키스했다.

"나의 제안은 같이 샤워하고 위스키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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