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를 마주하다.
#20
'가은... 너무 사랑스러워'
오늘 아침은 자고 있는 가은을 가만 둘 수가 없었다. 곤히 자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있으니 거친 호흡이 밀려왔다. 미안하지만 그녀를 깨워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어루만지며 입술에 키스했다.
살짝 눈을 뜬 가은은 나의 키스에 반응했다.
"굿모닝. 필릭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나의 거친 호흡에 그녀의 늘어지는 신음 소리가 대답했다. 그녀가 반응하는 부분을 계속 더듬고 키스해 주었다. 그녀가 행복하다면 하루종일 해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밤보다 더 달콤한 아침을 우리는 행복에 겨워 몸부림쳤다.
"아... 가은. 오늘 출근하기 싫은데. 같이 있을까? 하루종일 이렇게 침대에서. 우리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짓궂은 표정을 하며 가은의 위로 올라갔다.
"필릭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미안한데. 오늘 중요한 수업이 있어."
그는 옆으로 드러누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방송국에서 후원자들을 위한 콘퍼런스가 있어. 편성부에서는 내가 발표하는데. 완벽하게 준비했으니 집에서 좀 쉬다 나가려고 해."
"오. 백작님은 완벽한 준비를 하셨나요? 멋지십니다. Sir. 저의 영어성적은 아직 준비 전이라. 헤헤"
"하하하. 가은 나랑 집에 있어줘."
"발표 잘하시고요.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Sir." 가은은 약 올리는 듯 장난치며 필릭스의 몸 위를 스쳐 지나갔다.
"아..." 못내 아쉬운 필릭스는 그녀를 따라가 번쩍 들어 침대에 가볍게 던졌다.
"10분만. 가은. 10분만 있다 가." 뒤엉킨 필릭스를 겨우 진정시키고 빠져나왔다.
스니커즈에 청바지 그리고 버버리재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는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과일을 챙겨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아몬드밀크를 한 잔 따라줬다.
이것저것 챙기며 분주한 그녀를 배웅하며 문 앞에서 아쉬운 작별 키스를 했다.
"백작님. 발표 잘하시고요. 이따 봐요."
"알겠습니다. 공주님. 오늘 저녁은 잘 챙겨 먹어. 난 좀 늦을 거야."
그녀가 나간 후 침대에 누워있다 잠깐 잠이 들었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막스였다.
"Hey. 필릭스. 리허설하기 전에 미팅 있는 거 알지? 아침에 보니까 출근 안 했길래."
"Max. 걱정하지 마. 준비는 다 끝났고. 좀 릴랙스 하고 나가려던 참이었어."
"점심 뭐 준비할까? 나가서 먹을까? 내가 아주 매니저라니까."
"하하하. 막스. 고마워. 오늘 베트남식당 가자. 갑자기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데."
"이따 봐. 베트나 식당 예약해 놓을게."
"Thanks. Max. see you soon."
"Okay."
콘퍼런스 시작 전 점검 회의를 갖었다.
진행을 맡은 현 BBC 남, 여 앵커들과 순서를 익힌 후 나는 리허설을 한 번 갖었다.
대중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므로 발표자료를 한 번 확인한 후 막스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후 나른해질 것을 대비해 막스와 주변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필릭스, 가은 잘 지내? 시험은 통과했어?"
"어. 잘 지내지. 시험은 아직. 다음 달에 보는데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오네."
"가은. 힘들겠다. 모의시험 많이 보라고해.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게."
"고마워. 전해줄게."
"그럼 둘은 결혼하는 거야?"
"결혼하고 싶어. 가은만 허락한다면."
"와우. 필릭스. 너 이런 모습... 진심이구나?"
"그럼 장난이겠냐." 필릭스는 막스의 어깨를 툭 쳤다.
"둘이 잘 어울린다. 당연히 내가 남자 들러리겠지?"
"여자 들러리 해야지. 무슨 소리야. 하하하." 필릭스는 장난을 쳤다.
"것도 나쁘지 않아. 호호호."
BBC의 주요 프로그램들 소개가 나가고 앞으로 만들어질 프로그램들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남자앵커는 "2018. 블랙버스터 프로젝트. '아름다운 지구의 생물들'"이라고 말하며 대형 화면에서 짧은 영상이 흘렀다.
여성앵커 "2018년 최대 프로그램의 탄생을 알립니다. BBC 프로그램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갈 '아름다운 지구의 생물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만큼 스텝들의 엄청난 노력도 많이 들어갔죠?"
남성앵커 "네. 그렇습니다. 한 지역만 탐험한 것이 아니어서 진행자와 스텝들 모두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01년도부터 준비해 오다가 제작비 지원이 막혀 잠시 중단하고 감독님들이 사비를 들여 직접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요. 올해 이 프로그램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왔죠."
여성앵커 "네. 진흙 속의 진주를 알아본 제작자 레베카 존스를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레베카 나와주세요."
레베카는 반짝이는 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굴곡진 몸매를 뽐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도발적인 눈빛과 섹시하게 바른 붉은 립스틱은 그녀의 인상만큼 강렬했다.
무대 아래 연사자석에서 지켜보던 필릭스는 아연실색했다.
'뭐야. 저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레베카가 댔다고? 젠장. 저 여자 정말.'
레베카는 무대 중앙 마이크 앞으로 걸어가며 필릭스를 보았다. 그리고 살짝 윙크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레베카 존스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지구 환경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조부모님 때부터 주주로 있는 BBC의 수많은 프로그램들과 연관이 있어왔죠. 이번에 '아름다운 지구의 생물들' 프로그램이 무기한 제작 연기가 됐다는 말씀을 듣고 오래 고민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스텝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저의 약혼자, 저 앞에 앉아 있네요. 필릭스와도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렇죠? 필릭스?" 카메라는 그녀와 그의 얼굴을 동시에 잡았고 좌중들은 술렁거리며 필릭스를 쳐다봤다.
카메라가 비추는 것을 눈치챈 필릭스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구를 사랑합시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프로그램 많은 기대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옆에서 어이없어하는 필릭스를 막스는 입을 벌린 채 바라보았다.
"필릭스. 저 여자 무... 무슨 소리야?"
"Shit! Shit! What the....!" 필릭스는 연신 욕을 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필릭스는 발표를 마치자마자 스텝들에게 레베카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다.
'진짜 미쳤군. 이 여자.' 그러나 레베카는 행사장을 이미 떠난 상태였다.
'도대체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는 거지.'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레베카였다.
"필릭스. 지금 애타게 나를 찾고 있어요?"
"당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얘기 좀 합시다."
"그래요. 2층 VIP 룸으로 오세요. 기다릴게요."
필릭스는 다급하게 VIP룸으로 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심호흡 세 번을 한 후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레베카는 테이블 위해 샴페인과 잔 2개를 놓고 따르고 있었다. 필릭스는 그녀를 노려보며 다가갔다.
"레베카. 당신 정말. 너무 막무가내군. 내가 분명하게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했는데."
"필릭스. 잠시 진정하고 우리 프로그램을 위해서 샴페인 한잔해요. 자. 자." 필릭스는 그녀로부터 받은 잔을 다시 내려놨다.
"나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 추호도 없다고 말했는데.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뭐지?"
"그만!" 그녀가 갑자기 소리치는 바람에 필릭스도 살짝 놀랐다.
"미안해요. 소리쳐서. 필릭스가 이럴수록 난 더 흥분돼서. 그래서 그만하라고 했어요. 휴우... 그러니까. 내가 왜 이러냐는 거죠? 간단하게 말하면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당신 내가 갖고 싶다고."
"뭐라고! 미친! 내가 물건이라도 되는 듯 말하는군. 당신이 갖고 싶다고 내가 당신 것이 될 수 있다는 그 착각. 미치지 않고서야. 레베카. 정신 차려."
레베카는 필릭스를 째려보며 다가왔다. 그녀의 요염함은 사실 필릭스외의 남자들이라면 1분 안에 흥분할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다만 필릭스만 그 마수에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레베카는 필릭스의 양손을 거칠게 잡고 그녀를 안게 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안겼다.
"필릭스. 오늘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 그는 그녀를 살 짝 밀어 벽으로 붙였다. 그리고 그녀의 양손을 벽 위로 올리게 한 후 쏘아보듯 노려봤다.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이런 짓거리 다시는 하지도 말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경고야."
레베카는 반쯤 벌어진 입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그의 입술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녀의 혀가 막무가내로 필릭스의 입속으로 들어왔다. 필릭스는 그녀를 밀고 문 밖으로 나왔다.
'필릭스. 결국 넌 내 거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필릭스는 흥분한 상태로 집에 갈 수 없었다. 그는 막스와 방송국 근처 단골 펍에 갔다.
"아니 그러니까. 아까 그 레베카라는 여자가 집안끼리 약속한 정혼자라고?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막스. 저 여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아무리 정혼자라 해도. 이렇게까지 나를..."
"필릭스. 동요하지 마. 내가 보아하니. 너의 이런 모습에 그 여자가 더 흥분하는 거 같네. 평범하진 않아. 그나저나 그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 지워야 하지 않아?"
"가서 사실대로 말해야지. 가은과 비밀을 만들지 않기로 했거든. 레베카 이대로 멈출 거 같지 않아."
"필릭스. 조심해야겠어. 저런 여자들은 본인이 선택한 것들은 다 손에 쥐고 보는 스타일이거든. 무서워."
"아... 생각 좀 해봐야겠어. 앞으로 어떻게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