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고개만 숙입니다.
나는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자신이 온전하고 완벽하다 생각하는 인간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온전하며 완벽한 삶을 산다고 느낀다면 인간 말종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내가 오죽 온전하고 싶으면 350만 원 강의를 700만 원을 들여가며 온전을 추구했을까.
욕이 살짝 나오려 하는데 이런 강의들 따라다니며 듣지 마시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게 없다.
그저 시간 나면 책 읽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 얘기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뼈가 되고 살이 된다. 누군가에게도 배울 점은 있는 것이므로.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온전할까?
저의 어머니의 삶을 얘기하고 싶네요. 딸부자 일곱 분 중에 셋째 딸인 엄마.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님들은 온전한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았으나 그들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대반전이죠.
본인들은 그렇게 사랑을 못 받았으므로 둘만 나아 잘 기르자 자식들에게 올인하셨죠. 그런 끝없는 사랑을 받은 우리들 아닙니까!
여섯 이모들은 죄다 말이 없으십니다. 웃픈 이야기인데 이모들 모이면 무슨 대화를 하나 싶습니다.
또한 엄마는 남 이야기 하는 거, 동네 아줌마들하고 만나서 수다 떠는 거 안 하십니다. 그저 조용하시고 내성적인 전형적인?
K맘.
저희 어머니는 아들이 하나 있어요. 물론 저는 딸입니다. 제 동생인 거죠.
아들은 느지막이 결혼을 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굶어 죽지만 않았지 가난했던 우리 집은 아들 장가가는데 변변찮게 해 준 것이 없습니다.
부모 마음이야 자식에게 모두 주고 싶고 못 해준 것이 천추의 한이죠.
그래서 저희 어머니도 아들에게 많이 못 해준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아들은 술을 못 이깁니다. 정신력도 약하고 술을 잘 못 배워서 결혼하기 전에도 술만 마시면 길거리에서 자고 경비실에서 전화 오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개 버릇 남 못주죠. 이 결혼 무르자고 하는 올케는 이 모든 화근을 저희 엄마에게 돌립니다.
심지어는 엄마 앞에서 남편 머리를 쥐어 뜻 고 싸우고. 새벽이고 늦은 밤이고 가리지 않고 당신 아들 똑바로 가르쳐라 훈계를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소리를 지르고 아들 잘 못 길렀다고 생떼를 씁니다.
5년간 참았습니다. 저도 엄마도 그저 둘만 잘 산다면 새벽에 나가 동생을 찾아 헤매고 그런 것쯤이야 괜찮았습니다.
보통 남. 여 문제는 주변에서 개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둘만의 문제를 알리지 않습니다. 그저 이혼을 하는 이유를 알리고 간단하게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고 말았죠.
그런데 이 커플은 수년간 같은 문제로 싸우고 그 원인이 엄마에게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저는 괜히 끼어들었다 문제가 커질까 봐 참았는데.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애써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게 잘해주려 노력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엄마 왜 전화 안 받아?" 번호를 보니 '사랑하는 000'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 번호를 보면 두렵고 떨린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말 못 한 일들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친척들이 알게 됐고 역으로 '걔는 어떻게 위아래도 없냐고 아무 때고 전화해서 둘 문제를 따진다'라고 합니다. 도대체 저희 엄마가 아들 교육을 잘 못 시킨 걸까요?
저는 INTJ입니다. 처음에 올케가 이런 문제로 조언을 구할 때 저는 갈라서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혼이 정답은 아니지만 저는 제 동생 같은 사람과는 못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친구는 더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쿨하게 이혼을 말하는 저에게 다시는 그런 문제에 대해 전화 또는 톡을 못 보냈었는데 그 문제를 주변 친척들에게 알리고 다녔습니다. 우리 엄마 험담은 물론이고 말이죠. 알아도 끝까지 쿨하려 노력했습니다.
동생은 원인을 제공했고. 올케는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주변에 알려서 일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참을성의 한계가 왔습니다. 그간 엄마를 보며 참아 왔던 저는 그냥 쌓였던 것들을 한 방에 갈겨버렸습니다. 들어주고 조용하게 있으면 왜 사람이 보릿자루로 보이는 걸까요?
둘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남들이 어떻게 해결할까요?
엄마가 지금이라도 사십 중반이 넘은 아들을 훈계하고 교육시켜야 할까요?
왜 이 모든 상황이 엄마 때문이라고 하는 걸까요?
온통 의문투성이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든 것을 묵묵하게 짐처럼 떠안고 아무 말도 못 하시는 엄마를 보며 뜨거운 눈물이 납니다.
아! 식빵! 그간 참았던 모든 것이 한방에 터졌습니다.
술 마시는 남자도 싫고. 어떤 사람과 삶을 나눈다는 것에 두려움이 더 밀려옵니다.
아마도 혼자 사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지 않을까 하는 씁쓸할 결론에 도달하네요.
온전함은 성숙한 문제 해결일 텐데.
전 온전하지도 않고 성숙한 문제해결도 귀찮습니다. 그냥 단절이 하고 싶네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을...
물 흐르듯 살고 싶습니다.
힘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