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허물을 보거라.

더 참아야 하느니라.

by 소원 이의정

MZ 세대에 관해 폭풍 검색을 했다. 그들이 알고 싶었다.


나에게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연구적인 일이므로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일어난 현상에서 벌어진 사실과 결과만 두고 얘기할 뿐이다.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알아서 이해하고 해석해주고 하는 것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엄청난 일이므로 MZ에 대한 정의를 듣고 싶었다.


그들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현재형이며 상대와 거리 두기를 한다.

그들은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하고 개인의 목표에 더 집중한다.

일반화를 하기 싫지만 우선 검색한 부분을 놓고 말하자면 나도 MZ의 성향이 굉장히 많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난 글렀다.

나 기성세대가 되었나 보다. 20~30대에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던 기성세대의 부류에 지금 내가 있다.




피치 못하게 큰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원장님의 간곡한 부탁이기도 했고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일을 맡아야 했다. 기존에 업무를 보던 학원보다 더 멀고 학생수도 600명 가까이 되는 곳에서 적응을 했야 했다.

그런데 학원 거리나 학생 수보다 더 복병은 같이 일 하게 될 직원이었다.

나와는 엄청난 나이차가 있는 사회 초년생? 20대 중반은 갓 넘은 직원은 말로만 듣던 MZ였다.

같이 일하지는 않지만 함께 회식을 한 일이 있었고 그때는 내가 너무 귀엽게 보고 이쁘다고 하고 딸 대하듯? 했던 거 같다. 술 마셔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처사도 난 꼰대였나 보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내가 적응을 못 하고 있다.

꼰대의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으니 그녀가 나를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내가 불편한 것이다.

업무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주 열심히 하길래 행정팀장님께 여쭤봤다.

우리 학원의 직원들은 자격증 공부에 대해서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자격증 공부의 무한대 허용!

전에 어떤 직원은 자격증을 5개나 따고 나갔단다.


그런데 난 그녀의 자격증 공부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AI 같은 태도에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달아나버린 것이다.

며칠은 새로운 터전을 관찰하며 적응하는데 집중했는데 가장 가까이 일 할 사람이 기계 같아서 가슴이 답답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ㄱ주임, 업무적인 부분은 좀 공유했으면 좋겠어. 전 지점과 다른 부분이 좀 있어서 확인차원에 하는 말입니다."

"아. 어떤 부분이 다른지 몰라서 제가 뭘 공유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리고 시험이 코 앞이라 제가 신경 쓰지 못했네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다.




나도 나를 꼰대라고 일반화하는 것인가?

그냥 내 성격이 INTJ와 ENTJ를 왔다 갔다 하는 꼬장꼬장한 성격이라 그런 듯하다.

젭알! 내가 생각했을 때 일주일이면 많이 참았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나는 더 참아야 한다.

실행력과 직설화법에는 에너지가 안 빠지는듯하다.

젭알! 덕을 쌓는 나로 거듭나길 바란다.


조만간 두물머리를 가야겠다.

소주 한 병 따르고 고시래를 하며 나의 버리고 싶은 성격을 두고 와야겠다.

그리고 멋지게 나이 드는 지혜를 장착하고 와야겠다.

하늘이시어! 지혜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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