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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r 24. 2023

나에겐 완벽했던 샌디에이고 ep.4


스포츠 여행 시리즈

샌디에이고에서 야구보기 / 파드리스 ep.4


미국에서 태평양을 마주보고 있는 서쪽 도시들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 샌디에이고. 이 곳은 2022년 현재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는 도시 분위기가 사뭇 평화롭다. 개인적으로 가봤던 미국의 도시들 중에서 워싱턴, 애너하임과 더불어 고요하고 사람 살기 좋은 동네라는 느낌이었다.


LA에서 한인민박에 머물렀을 때, 주인 아저씨가 했던 말이 있다. "미국 여행이 처음이라고? 7시 지나서는 여성들끼리 다니거나, 남자도 혼자 다니면 위험해" 라고. 워낙 1인 1차를 타고 다니는 미국 특성상 해가 진 뒤에 길거리에 사람들이 걸어다니질 않는다. 물론 샌프란시스코나 뉴욕과 같은 관광지는 예외다. 하지만 아무도 밤길을 걷지 않는 동네에서 나 혼자 걷고 있을 때,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의 유형(?)을 보면 그 동네의 위험도를 나름 알 수 있다. LA는 그 점에서 조금 위험했다면 애너하임이나 샌디에이고는 전혀 그렇지 않다. 길가에 노숙자나 거지 등 관광객을 해할수 있는 변수가 별로 없다. 이런 이유도 '사람 살기 좋은 동네' 느낌을 받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LA로 입국을 했다면 굳이 샌디에이고 이동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대구 정도 가는 시간만 기차를 탑승하면 LA에서 샌디에이고까지 금방 갈 수 있다. 샌디에이고 기차역에서 파드리스 홈 구장인 펫코파크까지도 가까운 편이다. 만약 이 주변에 숙소를 잡을 수만 있다면 단기간 거쳐가는 여행지로도 훌륭하다. 야구를 제외하고는 다른 스포츠가 있는 편은 아니고,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이 있지 않다. 박물관, 해안가 구경 정도의 테마는 있는데 LA와 비교했을 때 콘셉트상 큰 차이가 없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장의 뷰나 음식, 분위기 등을 종합하면 미국 30개 구장 중 단연 탑이라고 자신한다. 아직 못 가본 경기장들 중에 새로 지어진 텍사스 레인저스 홈 구장이나 콜로라도 로키스 홈 구장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는데, 그만큼 펫코파크가 명성에 걸맞게 야구 직관하기 좋은 구장이라는 뜻이다.


Phil's BBQ. 한국 도입이 시급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 구장에서는 '필스 BBQ'라고 불리는 폭립을 판다. 샌디에이고에서 유학을 했던 친구가 말하길 샌디에이고의 명물이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야구장 명물이 아닌 이 도시의 명물이지만, 야구장 안에서도 이 폭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미통닭, 보영만두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맛은?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단짠의 완벽한 바베큐 소스 맛이다. 한국에서 폭립을 패밀리레스토랑 갈 때 아니면 먹을 일이 흔치는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도 더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엄청나게 좋은 뷰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야구장임에도 불구하고 티켓값이 엄청나게 비싸진 않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뜻은 동부의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싸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야구장 티켓은 경기마다 가격이 다르고, 중고로 구입하는 경우 좌석마다도 가격을 다르게 살 수 있다. 



이런 뷰라면 매일 시즌권을 끊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도 미국 야구장 예찬을 하나 더 하자면, 야구장 안에 있는 시설들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분명 티켓을 입장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인데, 어린이 팬들을 위한 미니 야구장이 있고 구단 굿즈를 파는 큰 건물이 있으며 식당과 펍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모든 야구장이 그렇지는 않은데 보스턴, 볼티모어도 샌디에이고와 마찬가지로 이런 형태의 구장 내 인프라들을 갖췄다. 야구장에 온 느낌 그 이상, 테마파크에 입장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야구만 잘 하면 된다. 티켓 값이 마냥 비싸기 힘든 이유도 성적이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완벽하다. 훗날 야구 시즌 중에 미국에 갈 일이 있다면 아마 샌디에이고는 당일치기로라도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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