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화랑 Mar 25. 2023

챔피온, 애스트로스 ep.8


스포츠 여행 시리즈

챔피온, 애스트로스 / 애스트로스 (2부) ep.8


휴스턴의 홈 구장 미닛메이드 파크는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은 도시에 있는 야구장이었다고 한다면 더 인기가 많았을 구장이다. 구장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개폐식 돔 형태로 지어져있고, 홈런칠 때 볼 수 있는 움직이는 기차를 보는 것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내야에서 바라보는 외야 형태가 미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비대칭 구조이다보니, 야구적으로도 보는 맛이 있고 다양한 시설들을 볼 수도 있다. 과거 미닛메이드파크 외야 중앙에는 펜스 앞쪽으로 언덕 '탈스 힐'이 존재하기도 했다. 즉 중견수가 워닝트랙으로 가는 길목에 오르막길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 또한 야구 내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요소로서 개인적으로는 적극 찬성하는 편이지만, 현재는 부상 우려 등으로 인해 사라진 상태다. 아무튼 이렇게 미닛메이드파크는 기본적인 소개만 하더라도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러군데의 야구장을 돌아본 바로서 미닛메이드파크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징이 있다면 거대한 구장 샵이었다. 2016년에 비시즌에 구장을 갔을 때는 평범한 샵이었지만 시즌 중에는 아예 복도까지 크게 연장해 마치 백화점 밖 행사장 공간을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샵이 크면 볼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물건들이 있고, 구석구석 아이쇼핑하는 재미가 있었다. 휴스턴 팬으로서 당연히 이것저것 챙겼다. 패치도 챙기고 유니폼도 챙겼고 티셔츠도 챙기고. 휴스턴에 방문할 당시만 해도 모든 메이저리그 구장들의 샵은 이런 규모겠거니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샵을 여러군데에 나눠놓은 구단도 있고, 구단이 관리하는 건물이기는 하지만 구장 외부에 메인 샵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굿즈를 판매하는 형태가 터무니없이 작은 구단도 있다. 진짜로 Case by Case다. 



돔구장이다보니 확실히 쾌적하게 보는 맛이 있었다. 분명 한국에서는 고척돔에서 야구보는 것을 썩 메리트로 느끼지 않았고 불편한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느꼈던 돔구장은 그저 '빛'이었다. 미닛메이드파크에서 경기를 봤을 때는 경기 중에는 항상 문이 닫혀있었다. 실제로 휴스턴 구단은 시즌 중에 어지간히 날씨가 좋은 낮경기가 아니고서야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문을 닫으면 홈 구장 내 관중 소리가 더욱 웅장하게 들리기 때문에 상대팀을 압박하는 데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합해서 약 4경기정도 봤었을 때 중에 경기 끝나고 외야 방면 지붕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 큰 천장의 문이 직접 열리는 것을 본 것도 신기했고, 바깥의 야경도 멋있었다. 개폐형 돔과 폐쇄형 돔의 가장 큰 차이는 구장 내 잔디관리가 아닐까. 잔디도 결국 햇빛을 봐야 하기 때문에 폐쇄형 돔은 천연잔디를 깔 수가 없다. 깐다고 해도 너무많은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휴스턴 야구장 티켓은 그렇게 비싼 편으로 생각되진 않았다. 1층부터 넓게 좌석들이 완만한 계단식 형태로 놓여져 있는 구조이고, 2층 포수 뒤편에서 경기를 볼 때도 뷰가 좋았다. 기본적으로 홈플레이트 뒤 편에서 외야 방면으로 바라보는 뷰가 좋았다. 전광판이 정말 여기가 천조국이구나 싶은 스케일이었고, 눈이 즐겁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오히려 3루나 1루 방면의 뒤편 좌석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아무래도 홈플레이트로부터 절대적 거리가 멀어지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외야에는 펍과 함께하는 좌석들도 있고, 좌측으로는 그린몬스터 급 담장이 있기 때문에 나름의 콘셉트가 있어서 안 팔리지 않는다. 여기저기 좌석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는 미닛메이드 파크다. 


홈런만이 기차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요단 알바레즈의 데뷔 경기. 그는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렸다.


개인적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 팬으로서 지금까지도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미래의 휴스턴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요단 알바레즈'의 첫 데뷔 경기, 데뷔 홈런을 직관했기 때문이다. 요단 알바레즈 선수는 2028년까지 휴스턴에 일찌감치 연장계약이 되어있는 선수로 KBO로 치면 붙박이 4번타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비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화끈한 공격력이 특징인데, 이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갓 메이저리그로 올라올 때 내가 휴스턴에 방문한 시점과 겹쳤다. 어쩌면 휴스턴의 현지 팬들보다 이미 알바레즈에 대한 기대감이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부터 컸던 바, 그 선수의 데뷔 타석을 보고 심지어 홈런까지 봤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 홈런이 외야 오른편 상단 3층인가에 꽂혔다. 한국 야구장이면 그냥 장외홈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휴스턴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 야구장에 일하러 오고 싶다'라고 했었고, 두번째 방문했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야구판에서 일해본 바로는 지금은 글쎄. 오히려 국내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팬이 극히 적은 지금 이 상태에서, 캔자스시티 팬으로 유명한 이성우 씨 처럼 즐겁게 덕질할 수 있는 그런 애스트로스 팬이 됐으면 좋겠다. 또 미국 가게될 일이 있으면 휴스턴 방문은 참을 수 없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사랑 휴스턴 ep.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