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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r 27. 2023

옛스러움, 보스턴 ep.14


스포츠 여행 시리즈

옛스러움, 보스턴 / 레드삭스 ep.14


미국 동부에 갈만한 도시 중에서는 가장 북쪽에 있는 보스턴. 여러 스포츠 구단들이 이 곳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 그 중 이야기해볼 종목은 야구와 농구. 직접 가본 곳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단의 홈 구장 팬웨이 파크다. 개인적으로는 보스턴 야구보다는 보스턴 농구에 조금 더 흥미가 있는 편이기는 한데, 겨울에 미국 방문했을 당시에는 TD가든을 방문할 엄두를 못 냈던 것 같다. 아무튼, 30개의 MLB팀 야구장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큰 꿈을 가진 상태로 여름시즌 미국 투어에는 보스턴 팬웨이파크에 방문해 경기를 둘러봤다.


관광지로 보스턴을 선택할 요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보니, 뉴욕 여행에 연계해서 생각하곤 한다. 뉴욕에서는 약 400km, 서울에서 부산 거리 정도 떨어져 있다. 암트랙 기차가 고속철도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 티켓을 구할 때부터 특이한 난관에 봉착했다. 보통은 구장 내 가장 저렴한 좌석은 외야 구석, 그리고 내야의 가장 상단부에 위치한 자리들이다. 당연히 홈플레이트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싸져야 한다. 그런데 팬웨이파크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야구 팬들이라면 잘 알 '그린 몬스터'가 홈플레이트 기준 좌측 외야 상단에 있다. 펜스 높이가 엄청 높은데, 그 위에도 테이블석 처럼 보여지는 좌석들이 있다. 그 자리는 기본으로 200달러가 넘어간다. 마치 하늘 상공에서 야구를 보는 느낌이 들테니 이해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보스턴 구장만의 시그니처 자리이기도 하고, 그 방면 좌석이 그렇게 많이 세팅되어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내야 고층 좌석이 저층 좌석보다 비쌌던 것이다. 내야 상단 중앙에는 별도의 라운지가 있고, 이 곳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좌석이 그린몬스터 상단과 마찬가지로 200달러가 그냥 훌쩍 넘었다. 모든 야구 티켓이 절대 이렇게 비싸지 않다. 에인절스 구장에서 야구를 볼 때는 15달러도 안썼다. 많이 비싼게 맞다. 내야 상단에 올라가면 야구장 뷰를 멋지게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것을 노렸던 것도 있는데, 결국은 포기하고 1~2층 자리를 구매했다. 



팬웨이파크에 입장해보니 왜 1층 자리가 인기가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같은 1층 자리여도 길게 늘어선 좌석 라인 중 뒤편은 하늘을 볼 수 없는 시야 구조다. 우리나라 잠실야구장처럼 거리와 높이가 점점 멀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상단 부분의 맨 앞줄이 겹쳐져 있는 구조다. 이런 구장이 팬웨이파크 뿐 아니라 꽤 여러 곳 있다.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라면 어느정도 그런 부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래층 자리에 시야방해 부분이 생겼다. 전광판 상단 부분이 잘 보이지 않고, 파울볼 경로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직관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정리하자면 팬웨이파크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구장이다보니 현대식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에도 한계가 있다. 기본 구조를 뜯을 순 없으니 좌석 배치가 '구식'이다. 그런 구식 자리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콘셉트가 있는 좌석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자리들이 비싸다. 하지만 직관 성향에 따라 전광판 시야 등을 보는 것에 예민하다면 가격대가 있는 상단부로 올라가던지, 혹은 1루측 외야 자리를 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옛날 야구장이라는 느낌은 구장 밖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보수라는 보수는 다 했다라는 인식은 들었다. 덕분에 이용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전통을 더욱 살려주려는 것은 관광객 입장에서 또 다른 볼거리로 인식되니 좋게 느껴졌다. 


보스턴의 야구 열기는 단연 미국 전역에서 손꼽힐정도로 뜨겁다. 구장에 방문하는 날을 구단이 팬들에게 무료 버블헤드를 나눠주는 이벤트날 위주로 잡았었다. 보통은 경기 시작 1시간 전 ~ 30분 전에만 가도 무난하게 이벤트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몇 천개씩은 준비를 해두니까. 그런데 보스턴은 달랐다. 1시간보다도 훨씬 전에 갔는데도 버블헤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보스턴 레드삭스 굿즈 샵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잘 남을만큼 인상적이었다. 볼티모어, 샌디에이고 때처럼 스타디움 앞 진입로를 들어오면 경기장 맞은편에 샵 건물이 있었다. 일단 구단이 달랑 경기장만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 앞의 부지를 소유하고, 공원처럼 활용하고 굿즈샵도 별도로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미 너무 맘에 들었다. 그리고 보스턴 굿즈 샵에는 마치 경기장처럼 연륜이 느껴졌다. 빼곡하게 쌓인 옛날 굿즈부터 시작해 기록지와 예전 선수들 사인볼, 기념품 등이 모두 있었다. 전시용품이지만 많은 돈을 주면 살 수 있는 구조였다. 물론 매번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샵을 볼 때 마다 놀라는 부분이지만 실생활에서 쉽게 쓰일 수 있는 온갖 생활용품들이 마치 다이소마냥 있는 것을 보고 제일 놀랬다. 그래, 눈요기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면 트렌드 포인트는 '유틸리티'다. 굿즈도 쓰여야 더 인기가 높아진다. 


미래에 보스턴을 다시 온다면 아마도 농구 시즌에 맞춰서 오겠지만, 솔직히 개인 취향상 보스턴 레드삭스 홈 구장 직관은 기대 이하인 부분이 많았다. 일단 가성비가 맞지 않으니까. 구장 주변도 그냥 평범한 마을 수준이다. 관광 목적으로 스케줄을 짠다면 본인만의 다른 콘셉트에 야구를 더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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