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열광적인 응원, 필라델피아 / 필리스 ep.15
국내에 개인적으로 필라델피아 야구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응원하는 지인들이 꽤 계신다. 열기가 뜨겁다. 보통 스포츠 구단을 응원하는데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국 스포츠 고유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필라델피아는 조금 다르다. TV 속의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들은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때때로 느껴질 정도였다. 필라델피아를 여행지 리스트로 넣게 된 이후 그래서 기대가 됐다. 그런 열정적인 응원 열기를 미국 경기장에서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미국 야구장 투어를 하는 데 있어 동북부 구장들은 접근성 측면에서 편리하다. 북쪽으로 보스턴부터 시작해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까지 5개 도시의 6개 야구장 투어를 모두 할 수 있다. 물론 일정 등을 고려해야하니까 절대로 쉽게 일정을 짤 순 없고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TMI
3번째 미국 투어의 동선은 다음과 같다. LA->애너하임->샌디에이고->휴스턴->필라델피아->볼티모어->워싱턴->피츠버그->뉴욕->보스턴->뉴욕. 피츠버그만 없었더라도 동선낭비를 덜 할 수 있긴 했었을텐데, 어쨋든 버킷리스트상 결국 다 가게 될 곳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가자는 생각 때문에 이런 동선이 나왔다. 피츠버그는 MLB에서는 중부지구에 속해있지만 그 팀들 중에서는 가장 동쪽에 위치해있다. 자세한 얘기는 피츠버그 편에서 하는거로.
필라델피아는 관광 목적으로든 스포츠 관람 목적으로든 장소들이 뭉쳐져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NBA 구장, NFL 구장이 마치 잠실 종합운동장에 모여있는 것처럼 함께하고 있다. 또 번화가 거리도 큰 대로변 아래 밀집해 있는 편이여서 여행 동선을 짜는 데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 필라델피아 안에서 가장 긴 이동거리는 처음에 도착해서 공항부터 숙소였으니까. 그 이후에는 버스 혹은 기본요금 우버로 다 이동이 가능한 정도였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 입구 앞에서부터 웅장한 구장 간판이 맑은 하늘과 손잡고 나를 반겼다. 필라델피아와 이어서 소개하게 될 볼티모어 투어 때는 1경기씩 밖에 예매를 하지 않아서 조금은 불안감을 갖고 갔다. 만약 우천취소라도 된다면? 꼼짝없이 직관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정말 다행히도 여행 중에 단 한 번의 우천취소도 마주하지 않았다. 이는 나에게 최고의 행운 중 행운이었다.
야구장 안에 딱 들어갔을 때 재밌었던 것. 'SHAKE SHAKE', 셱셱버거가 로비 한가운데 있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이다보니, 엄청난 반가움(?)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야구장에서 먹는 셱셱버거의 맛은 어떨까 하여 당연히 주문을 했다. 그런데 셱셱버거 이외에 전반적으로 선택지가 많이 없었다. 보통 핫도그나 피자, 치킨류라도 많이 팔고 있는데 필라델피아는 구장 내 먹거리 인프라는 별로였다.
독설 한 가지 더. 지금까지 가봤던 모든 메이저리그 구장 다 합쳐서 굿즈를 판매하는 샵이 가장 부실했다. 피츠버그의 경우 구장 밖에 사실상 준 오피셜 굿즈/유니폼 매장들이 많이 들어서있는데, 필라델피아는 구장 주변에 상업시설이나 별도의 건물이 따로 없다. 구장 안에서 온전히 다 해결해야 하는데, 메인 굿즈 샵 규모가 너무 작았다. 마치 한국에서 위탁으로 운영하는 샵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구장 내 사람들 많이 올텐데 왜 이 부분은 잘 갖춰져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요즘 시대에 원하는 굿즈 오프라인에서 안사고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살 수야 있지. 그런데 구장 방문 요소에 '야구'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잖아요? 그런 점 마저 한국을 아주 쏙 빼닮았다.
그래도 관중석 컨디션은 매우 굿.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에 시작한 경기는 경기 내용을 떠나서 흥을 돋워주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물론 이날 필라델피아 선수로 뛰는 앤드류 맥커친이 주루 도중 큰 부상을 당하면서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수준 높은 경기를 선수들이 펼쳐줬다. 날씨도 야구보기 정말 좋은 날이었고, '필리건'이라고 불리는 필라델피아 관중들의 열기도 잘 느낄 수 있는 점은 매우 좋았다.
필라델피아에서 2박 3일간 머무를 때 숙소도 한인 민박을 이용했다. 주인장이 직접 살고 있는 집의 개인실에서 지냈다. 보스턴이나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은 도미토리 형태로 된 한인민박을 찾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아니니 당연하다. 그렇지만 숙소 문제 정도만 해결되면 필라델피아는 여행지로 들르기 매우 훌륭하다. 동네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로컬 푸드도 많이 즐길 수 있으며 어느 때 와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액티비티가 있으니까. 결정적으로 뉴욕 혹은 워싱턴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다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