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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r 28. 2023

호텔뷰로 야구장이 보인다면? ep.16

ⓒ지일


스포츠 여행 시리즈

호텔뷰로 야구장이 보인다면? / 오리올스 ep.16


꼭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야구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뷰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야구덕후들에겐 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 구장은 돔 형태로 지어진 구장이다보니, 시설 위층에는 호텔에서 야구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꼭 언젠가 이 시리즈 뒤에 덧붙이는거로. 아무튼 국내에서도 과거 목동 야구장 주변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야구를 보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고, 시카고 컵스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 뒤편 펍의 테라스에서도 야구를 보며 파티를 함께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미국 동부의 작은 도시 볼티모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볼티모어 홈 구장 오리올 파크 뒤편에 있는 호텔의 'baseball park view' 객실. 호텔뷰로 야구장이 보인다. 물론 당연히 비싼 편이지만, 도시 특성상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니다보니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어짜피 야구장 갈 것인데 굳이 야구장 뷰 호텔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볼티모어는 앞서 얘기했듯 관광지가 아니다. 유학생들 일부가 이 곳에서 지낸다고는 하지만 여행 코스로는 '굳이' 싶은 곳이다. 이 동네가 치안이 좋지 않아서 더더욱 여행을 기피해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볼티모어에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웬만하면 낮에도 길에서 걸어다니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어짜피 1박2일만 있을 동네고, 야구 1경기만 지켜보면 될 것이기에 최대한 안전한 숙소를 선택했다. 그것이 호텔이었고, 또 야구장 진입로 문에서 10초면 뛰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필라델피아에서 떠난 뒤 암트랙을 타고 볼티모어로 갔다. 멀지 않다. 금방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우버를 탔고, 우버로 호텔 앞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주변에서 많은 겁(?)을 줘서 정말로 밖으로 돌아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침 또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해서 사람들이 많지 않기도 했고.

*볼티모어 야구장 바로 앞에 작은 항구 비슷한 볼거리가 있긴 하다. 호텔 뷰로 봤었을 때도 몇몇 사람들이 평화로운 산책 등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긴 봤다. 그런데 이 사람들도 안심할 수 없다. 밀워키에서도 그랬고, 볼티모어에서도 그렇고 호텔 밖으로 나오면 착한 거지와 나쁜 거지 모두에게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 


1박 2일로 지낸 곳이기 때문에 우천취소 걱정을 했다. 오후 늦게부터 비가 조금 왔다. 다행히 취소될 정도의 컨디션은 아니어서 경기는 할 만 했다. 오히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야구장과 호텔 사이 그 짧은 거리에 앉아있던 노숙자들도 비교적 없는 편이라고 했다. 




동네가 무서운 편이지, 야구장 안에 들어오면 결국 다 야구 팬들만 모여있다. 관중도 많지 않은 편이라 편안하게 포수 뒤편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투어를 다니면서 한 줄을 통째로 전세냈던 것은 이 경기가 거의 유일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2023년 현재는 볼티모어가 MLB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들이 많은 구단이 됐다. 하지만 여기가 빅마켓도 아니고 엄청난 시련을 오래 겪었다. 하위권일 때 방문했다보니, 팬들을 끌어모을 요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리올파크는 '먹을 것으로 승부한다'라는 말이 부합하는 곳이다. 샌디에이고 홈 구장 펫코파크와 쌍벽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음식 라인업을 갖췄다. 구장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랍스타' 포장마차는 구장 곳곳에 있었다. 물론 당연히 먹었고, 아주 당연히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도 구장 게이트가 외야 뒤편에 지상으로 높게 나있고, 마치 구장이 노천극장처럼 움푹 파인 구조였다. 그리고 외야 뒤편으로 구장 내 시설인 구단 샵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야구장 건물 뿐 아니라 구단주가 땅 주인이 된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런데 큰 건물에 비해 굿즈 샵 안에선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볼티모어와는 관계가 없는 재밌었던 포인트 하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는 애국가가 2번 나온다. 토론토가 캐나다 소속 팀이니까. 그런데 사실 원정 경기이기도 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소속된 선수들은 당연히 미국 선수들이 절대 다수로 많은데 캐나다 응원가가 나오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지만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원정 팬들을 배려하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국가를 초월한 열린 사고로 리그를 운영하니까 팀이 30개나 되는 거대한 리그에 엄청난 돈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변화를 '한국 보다는' 덜 두려워하고 오픈 마인드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MLB도 못 하는 거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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