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km 온도의 주파수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

by 미스터 엄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TV는 외모, 옷차림, 표정, 촬영 분위기, 출연진 등 다양한 요소에 집중하게 만든다. 대체로 다채롭고, 시각과 청각이 가득 차는 느낌이다.


반면 라디오는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 안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청각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음악과는 달리 진행자의 멘트와 사연, 노래 등을 접할 수 있어 생동감이 있으며 활력을 주는 느낌이다.


사연도 보내보고, 신청곡도 신청해 봤고, 상품도 받아본 적이 있다. 마치 일상 속 대나무숲 같은 느낌이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치고, 사람과 사람이 상호 피드백할 수 있는 구조다.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받고, 응원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서로 헐뜯고, 매너 없는 댓글을 쓰며, 시기하는 것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아래는 내가 주로 라디오를 들었던 순간들과 지금도 듣는 순간들이다.

■ 학창 시절 독서실에서

■ 군대에서 운전병 대기 중

■ 대학교 시절 하굣길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 매주 금요일, 집에서 회사까지 26km 출근런


시절을 담고 있는 음악을 기억으로, 그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준 것도 라디오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오늘은 퇴근길에 앱으로 라디오를 들어 봐야겠다. 따뜻함이 담긴 좋은 매개체라면 무엇이든 옳다.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함을 찾게 되는 것 같다.


3년 전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버지가 즐겨 들으시던 휴대용 라디오를 발견했다. 당시 가족과 떨어져 지낼 때, 외로움과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것이 바로 그 라디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라디오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아버지의 라디오가 떠오른다. 문득 하늘나라와 주파수가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사연도 주고받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51027_204115655_01.jpg 아버지의 휴대용 라디오. 차마 버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