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km 일상이 깨지는 좌절이 겹칠 때

무의식에 새겨진 회복탄력성

by 미스터 엄

‘일상 루틴의 상실’을 통해 진짜 시련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 깨지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부상으로 인해 6개월째 재활에 임하고 있다. 출근 전과 퇴근 후의 여유와 쉼 대신, 복귀를 향한 의지로 근력 운동과 치료에 매진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10월 11일 이른 아침, 따사롭고 눈부신 가을 햇살의 축복 속에서 테스트 러닝을 할 수 있었다. 그 후 10월 19일까지 총 6회의 러닝을 진행했다.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생각했던 6회차 러닝에서 부상이 재발했다. 단 1km만 과거의 템포런 속도로 달렸을 뿐인데, 과거 가벼웠던 템포런 속도가 이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달려야 하는 속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 무리하게 1km를 뛰었고, 그로 인해 신스프린트가 재발했다.


‘완전 회복’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찾아온 부상 재발은, 목표와 현재 사이의 벽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느낌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잠시나마 들었고, 희열도 느꼈었다.

10월 20일부터 다시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작했으며, 체외충격파 출력 90%까지 견뎌내던 다리가 이제는 70~80% 출력도 고통스럽게 버티는 상태가 되었다. 순간 ‘부상이 1년 넘게 가면 어쩌지’,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PB(Personal Best)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램프의 지니를 불러 소원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려 한다.


① 체외충격파 출력 90%까지 치료받을 수 있을 때 점진적 복귀를 한다.

② 내년 상반기 대회는 PB(Personal Best) 보다는 템포런 적응으로 생각하고, 내년 하반기를 PB 목표로

한다.

③ 복귀에 필요한 근력운동과 발목 운동은 꾸준히 한다.

④ 러닝 하지 못하는 시간에 글 쓰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단순하고 당연한 것 같지만,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스펀지에 물 흡수되듯 빠져들어야 한다. 일이든 어려움에 부딪힐 때든, 이런 훈련이 되어 있어서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덜 받는다. 무의식에 각인된 힘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러너들에게는 이게 무슨 힘든 일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계적인 계획하에 훈련과 휴식을 하는 중상급자 이상 러너에게는 정말 큰 시련이다. 부상을 회복해도 쉰 기간만큼 투자해야 예전 기록을 겨우 회복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단지 육체적인 아픔뿐 아니라, 매일 쌓아온 루틴이 무너진 데서 오는 ‘자기 정체성의 흔들림’이 크다. 마라톤 트라우마와 부상, 그리고 다시 재발하는 절망은 ‘익숙함’과 ‘희망’이 동시에 꺾이는 경험이다.


■ 월요일: 인터벌- 템포런- 레피티션(포인트 훈련 주차별 반복)

■ 화요일: 헬스장 하체 근력운동

■ 수요일: 조깅

■ 목요일: 헬스장 하체 근력운동

■ 금요일: 집-회사 26km LSD 출근런

■ 주말: 러닝 번개 또는 대회 출전


이게 나의 일상 루틴이었다. 이 일상 자체를 통째로 잃어버렸으니, 상실감이 큰 것이다. 모래시계가 몇 번 뒤집힐 동안 마음과 다리를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받아들인다. 오늘도 회복을 위한 단계별 재활 훈련과 취미를 즐겨야겠다.


당신도 당신만의 소중한 루틴과 일상을 잃는 시련을 겪을지라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일어나는 상위 몇 %의 정신력을 가진 어른이기를. 시련과 상실 앞에서 ‘자기 삶을 다시 조각하는 과정’에 몰두하는 그런 어른 말이다.


올해 3월 대회 등수. 내년 3월에는 18,000~20,000명 중 100등 안에 들겠다는 목표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