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안부를 채우는 시간
연말은 한 해 중 술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인 듯하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송년회 모임은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며, 자주 보는 지인들과는 따뜻한 술 한 잔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송년회 시즌이다. 이제는 한 살 더 먹는 게 왜 이리 싫은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얼른 20살이 되어 호프집에 가보고 싶었는데, 사람 마음은 참 모르겠다. 무더운 여름이면 겨울이 왔으면 하고, 추운 겨울이면 여름이 왔으면 한다. 어릴 땐 나이가 많아졌으면 했지만, 이제는 어려졌으면 한다.
임플란트 2차 수술이 12월 30일로 예정되어, 수술 전후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마치 도 닦는 느낌 같다. 연말은 늘 긴장감과 자기 관리를 잠시 내려놓고, 편안함으로 채워지는 시간이었는데. “연말=금요일의 확장판이라고 할까?” 한 해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과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이 모두 좋다. 조금은 무거운 금요일 같다.
나는 늘 모임의 중심에서 직접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성향이 바뀐 것 같다. 모든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래서 쉽게 나서서 주도하지 못하는 마음이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연말을 맞아 먼저 연락을 돌리고 모임을 추진해 볼 생각이다. 고등학교 친구들, 20대 아르바이트 인연, 전 회사 사람들, 마라톤 부상으로 보지 못했던 크루원 등.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 고등학교 때 동창이 심장이 안좋아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초등학교 동창은 군생활 중에 뇌종양이 발견되어 의가사 전역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 상황을 마주하면서 건강할 때 시간과 핑계대지 않고, 번거로워도 직접 모임을 주도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된다. 건강함이 최고의 안부이고, 이야깃거리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 올해는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다. 7개월 넘은 마라톤 부상, 음식점 치아 파절 사건, 민사소송, 집 누수 등. 부상만 완치하면 긍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 누락된 행복한 소식까지 소급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