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와 음성녹음- 아버지 1주기

Feat.DJ 미스터 엄의 라디오

by 미스터 엄

아빠가 돌아가신 지 딱 1주년 되는 날. 가족들은 각자 연차를 내어 함께 납골당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었다. 분명히 하루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었는데 마음이 왜 이렇게 무거워지는지 이상했다. 이날따라 점심을 먹으며 소주를 많이 마셨고, 집에 와서는 글도 쓰고 녹음도 해봤다.


이때의 감정을 글로 쓰고, 녹음하면서 훗날 생생하게 기억하고 떠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생각 정리’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미묘한 감정으로 어지럽다면 회피하지 말고, 감정을 글과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큰 도움이 된다.


혼자 가지고 있던 글과 녹음본. 이렇게 공유할 수 있는 서랍장 같은 공간이 있어 용기 내본다.


[녹음파일은 배경음악이 있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생략해본다.]


8월 29일 화요일 비 오다 개는 하루입니다. 안녕하세요. DJ.미스터 엄의 라디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늘이 성이 났다 싶을 정도로 비가 내리기도 했던 하루, 그리고 다시 평온해진 저녁이네요. 하루에도 다양한 일과 다양한 감정을 겪는 우리들의 일상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아버지의 1주기를 맞아 납골당을 방문하고 가족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심신의 평온을 느낀 하루였던 것 같아요. 비록 어머니가 갑자기 서글프게 우셔서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팠지만, 내색하기 싫어 토닥토닥 위로만 해드렸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어제 생각을 정리하며 일기를 쓰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요. 하지만 장남이기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굳이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드는 생각은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부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남은 인생은 짝꿍과 사이좋게 지내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일상 속에 소중함은 눈 속에 머릿속에 기억하기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 넣어야 할까 봐요. 그래야 따뜻한 가슴으로 팍팍한 세상을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비가 화가 나서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또 차분해지는데요. 아픈 마음 덮어두고 그 위에 좋은 일 하나씩 쌓아가 봐야겠습니다.


항상 행복한 일만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슬픈 일보다는 좋은 일이 많은 일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는 책임자급으로 주위를 품어주는 나눔의 삶을, 인생에서는 다시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희로애락 함께하며 인생의 깊이도 함께 나누고 배우며 남은 인생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놀이동산에 놀러 갔다고 가정하면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도 있고, 싫어하는 놀이기구도 있을 텐데요. 싫어하는 놀이기구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거고요.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할지라도, 그 시간 동안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으며 기다리는 시간도 의미 있고 재밌게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일상 속 무질서함 속에서 질서정연함을 추구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며, 곁에 있는 것도 놓치지 않고 살아가 볼까 합니다. 미완성인 인간이고 인생이기에,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