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테이크아웃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주라주(zuruzu)인터뷰
패스트패션에 대한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아껴 쓰고 바꿔 입자'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그에 따라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이 성행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누군가를 만나 거래를 진행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할 때가 많아요. 택배 거래를 하자니 쓰레기가 발생된다는 게 걸리고요. 저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당일에 거래를 파기하는 분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어서 대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만약, 나와 거래자 사이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신상 노출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면? 오늘은 브랜디가 우연히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바로 인터뷰 요청을 보낸 비대면-테이크아웃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주라주'를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의류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비대면-테이크아웃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 주라주입니다! 건국대학교의 드림학기제 프로그램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첫 베타 테스트를 갓 마친 소규모 사이드 프로젝트 팀이에요.
주라주는 옷이 제 수명을 온전히 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중고의류 거래에 특화된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어요. 또 나아가 개인정보 노출의 문제, 택배 폐기물, 일방적인 거래 파기, 거래 장소 협의의 불편함 등 기존 중고거래 시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문제를 개선하고 있죠.
주라주 프로젝트의 기획팀은 의상디자인학과 재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의상디자인학과에 재학하면서 패션업계가 예술과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더라고요. 매 시즌 엄청난 양의 옷을 생산하고 또 폐기하는 시스템에 의문이 들었죠. 그렇다면 이미 생산된 옷이나 소비한 옷부터 잘 순환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특히 중고의류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기존의 중고거래 플랫폼은 옷을 전문적으로 거래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었어요. 우선 개인 간의 거래다 보니 대부분의 상품 글은 옷의 사이즈, 소재정보, 하자나 오염 등의 정보 제공에 있어 양과 질적으로 불충분한 경우가 많았죠. 또 중고거래 특유의 ‘쿨거래’ 문화로 인해 옷의 상태를 꼼꼼하게 문의하기 어려워 불필요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 밖에도 거래 시 가격 네고라던지, 거래자 간의 직거래 장소와 시간 맞추기 등 절차상의 번거로움은 중고거래를 꺼리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해요.
저희는 이런 불편함을 발견하면서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았어요. '중고 의류를 거래하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불편함들을 해소해주자!'라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주라주 프로젝트의 출발점입니다.
옷은 몸에 직접 닿는다는 특성상, 타 중고품에 비해 위생의 중요도가 높잖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검수 대행 서비스는 주로 고가의 명품/브랜드 의류 위주로 한정되어 있어요.
저희는 이 문제를 개선해서, 브랜드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중고의류에 대한 검수 및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판매 접수된 모든 의류의 상태를 확인하고 전문적으로 제품 상세 컷을 촬영한 다음, 사이즈 측정과 간단한 오염 검수 과정을 거쳐 앱에 업데이트하고 있죠. 의류의 하자 정도는 객관적 기준에서 파악한 다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 중고거래로 인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어요.
비대면 중고거래는 말 그대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대면 접촉을 생략하는 거예요. 판매자가 앱을 통해 판매 신청을 한 후 옷을 주라주의 무인보관함에 넣으면, 주라주가 픽업해서 검수를 거친 뒤 별도의 물류 공간에서 보관하는 거죠. 그런 다음, 구매자가 선택한 시간에 맞춰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다시 무인보관함으로 출고하는 것까지가 주라주의 전반적인 거래 프로세스예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상노출과 감정 소모, 불필요한 택배 폐기물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라주의 또 다른 강점이죠.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입을 수 있다면 더 입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업사이클을 통해 다른 형태로 옷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가장 추천해요.
헌 옷은 소재가 지닌 물성에 따라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재탄생할 수 있는데요. 가령 캔버스, 데님 소재는 탄탄해서 내구성이 중요한 가방, 지갑, 작업용 앞치마 등으로 적절하고요. 요즘 또 홈트 인구가 급증해서 애슬레저 룩 소비도 늘어났잖아요. 이런 운동복을 주로 구성하는 기능성 소재는 발수, 방수에도 뛰어나고 털도 잘 안 묻어서 반려동물의 쿠션이나 옷, 장난감으로 제격이에요. 게다가 원단 자체에 밴 반려인의 체취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면 강력히 추천해요!
하지만 요즘은 재봉틀이 필수품이 아닌지라, 현실적으로 셀프 업사이클링을 하기 막막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패딩이나 코트처럼 두꺼운 겨울 옷은 보호 동물들이 겨울철을 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가까운 보호소에서 기부 가능 품목인지 확인한 후 보내면 의류의 수명을 남김없이 쓸 수 있겠죠? :)
‘작은 옷장 하나로 충분한 삶’이 확산되는 거예요.
주라주는 하나의 옷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거쳐 지속적으로 순환했으면 해요. 그렇게 제로웨이스트 패션이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데 저희 주라주가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은 일상이란 어떤 삶인지 종종 고민하곤 해요. 구매 가능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더 저렴해질수록 우리 삶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대량 생산을 거쳐 매대를 가득 채운 옷더미를 볼 때면, 가늠하기 어려운 먼 미래의 생산량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로웨이스트 패션은 바로 이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건강한 몸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듯, 옷 역시 마찬가지예요. 튼튼한 옷을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생산하고, 정직하게 판매하고, 잘 관리하여 오래 입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을 점차 비워나간다는 생각으로 의류 선순환에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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