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FG 이엪지 Aug 16. 2021

왜 그게 당신의 문제가 아닌가

EFG TALKS with.모어데즈 무수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you're not alone.” 
“당신이 어디에 있든, 누구든, 이름도 잘 모르지만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해 가고 있어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SNS 피드를 쭉 내리다 발견한 문장이에요.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가슴 따뜻한 문장이었죠. 그게 모어데즈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홀리듯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남기고 나니, 운영자인 ‘무수’님을 반드시 만나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뉴스레터를 보고 나니, 바램은 더욱 간절해졌죠.


제가 모어데즈를 보자마자 반한 이유는, 모어데즈가  마음을 알아차려서예요. 분명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지만, 뉴스에 계속해서 나오는 혐오 이슈를 보다 보면 마음이 착잡하고 외롭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모어데즈의 말은, 다소 뻔해 보여도 제겐 가장 필요한 말이었죠. 


모두가 안전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있는 공간이 부쩍 필요하다고 느껴요. 사실 혐오 이슈가 편하게 말하기엔 어려운 소재지만,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은 있잖아요. 그런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께, 오늘 모어데즈를 소개하려고 해요. 모어데즈는 혐오 없는 사회에서 모든 존재가 더 눈부신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신념으로 태어난 브랜드예요. 뉴스레터를 시작으로, 우리의 더 나은 일상에 도움이 될 경험을 계속 고민하고 있죠. 지난 6월 21일, 무수님과 만나며 나눈 이야기들을 공유해봅니다.



 


안녕하세요 무수님자기소개와 모어데즈가 어떤 매체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무수 : 저는 모어데즈를 혼자 운영하고 있는 무수라고 하고요(웃음). 모어데즈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혐오 이슈를 보내는 뉴스레터예요. 일주일간의 주요 혐오 이슈를 당사자, 연대자 시선으로 보며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해드리고 있죠.


모어데즈도무수라는 이름도 너무 좋은데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무수 : 사실은 모어데즈를 네이밍할 때 아이디어가 엄청 많았어요. 그중 하나가 ‘무수’였는데, ‘무수한 존재들과 잘 살고 싶다’라는 의미거든요. 뜻은 좋은데, 다소 정제되고 잔잔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좀 더 에너지가 있고 낙관적인 태도가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국엔 모어데즈로 이름을 정했죠. 그런데 막상 정하고 나니 무수에 애착이 생겨서, 제 닉네임으로 삼았습니다(웃음). 


모어데즈 같은 경우는 우선 ‘눈부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Dazzling’에서 ‘DAZZ’를 따왔고요. ‘우리는 이미 눈부신 존재지만 더 눈부실 수 있다, 일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의미를 주고 싶어서 앞에 ‘MORE’를 붙였어요. 이름 정하는 데만 1~2주 걸린 거 같아요(웃음).


맞아요 이름 정하는   쉽지 않죠이렇게 열심히 이름을 구상하면서까지 모어데즈를 만든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무수 : 저는 혐오 문제의 당사자이자, 혐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연대자이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혐오 기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다 제 일 같았거든요. 그런데 기사를 보니 좀 이상한 거예요. 기사 타이틀이나 내용에 당사자의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또 문제의 본질을 다루기보다는, 단순 가십을 위한 내용이 많았고, 사건 묘사도 자극적이었죠. 그런 혐오 기사의 댓글들은 어떤가요? 안 보고 싶은데 자꾸 보게 되고, 읽으면 내가 사는 세상이 정말 이런 곳인가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안타깝고 절망적이고 화도 났죠. 하루 종일 끙끙 앓다가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맞아요네가 잘못한  아니냐부터 시작해서혐오로 가득한 댓글들이 워낙 많잖아요그래서 언제부턴가 저도 댓글을   읽게 되더라고요


무수 : 그렇죠. 이게 반복되다 보니 무력감이 커져서, 혐오 문제에 관심 있는 저조차도 혐오이슈 기사를 안 보고 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또 저만의 문제는 아닌 거예요.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과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는 사건을 보며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혐오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뉴스레터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모어데즈 뉴스레터에는 혐오 문제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해요. 그와 함께 힘을 내고 있는 연대자의 이야기도 전하고 있죠
 

우리 사회엔 혐오를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과변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연대자들이 있다고 믿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달라지고 나아진 거죠. 결국 우리가 힘을 모으면 사회가 달라지고, 우리의 일상도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하고 싶어서 모어데즈를 시작했습니다.
 


이슈를 선정하는 모어데즈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무수 : 여성, 장애인, 퀴어, 이주민 등 자신의 정체성이나 특징 때문에 일상적으로 혐오를 겪은 존재들의 이슈에 주목하고 있어요. 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교차성이에요. 우리 각자는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설명되지 않잖아요. 우리가 겪는 혐오엔 여자라서, 나이가 어려서, 퀴어라서 겪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죠. 어떤 이슈를 딱 나눠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어데즈에서는 한 개인의 몸으로 경험하는,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혐오를 기준으로 혐오이슈를 바라보고 선별하고 있어요. 


 ‘어떤 일이 생겼다 현상 자체만을 다루지 않으려고 해요. 모어데즈 뉴스레터는 이미 발행된 뉴스 기사를 바탕으로 재가공하는 형태인데요. 하나의 혐오이슈를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고, 일어난 사건과 그 안에서 당사자의 입장 그리고 당사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서 전달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엪지도 그렇고 모어데즈가 다루는 이슈들이 수요가 많은 영역은 아니잖아요시작하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은 없었을까요?


무수 : 수요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문제여도 사람마다 느끼는 무게가 다른 거죠. 저는 혐오이슈에 관심이 있는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내가 이 문제에 진심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때 ‘내가 이걸로 뭔가를 해봐야겠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걸 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저희처럼 직접 행동 하는 사람이 있다면,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해도 마음으로 연대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모어데즈는 후자에 속한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에게나 차별의 경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확장 가능성은 크다고 봐요. 


무수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힘이 나는데요그렇다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모어데즈의 뉴스레터가 있을까요?


무수 : 6월 4일에 보냈던 <✨자긍심의 달을 보내는 마음가짐>을 추천하고 싶어요. 모어데즈가 주목하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특히 잘 담겨있거든요. 가장 크게는 구독자들의 목소리를 가득 담아 전달한 게 마음에 들어요. 보통 뉴스레터를 보낼 때, 말미에 해당 뉴스레터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나 이야기를 뭐든 보내 달라고 말씀드려요. 그렇게 구독자들의 이야기를 받으면 그걸 정리해서 다음 편 뉴스레터에 전달하곤 하죠. 


저는 모어데즈 뉴스레터를 통해서 좀 더 발전적이고 건강한 대화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구독자들의 피드백이 많았던 해당 편은, 정말 우리가 공통의 이해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걸 구독자분들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모어데즈 구독자로서 느끼는 건데모어데즈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져요여기라면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눌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수 : 맞아요. 비슷한 얘긴데 최근에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가까운 분이, 모어데즈의 구독자들은 ‘보이지 않는 연대 공동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마도 구독자들이 뉴스레터에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다른 구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모어데즈는 언제나 더 많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웃음).



예전에 모어데즈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차별금지법_나도 필요해캠페인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수 :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진행한 액션 캠페인이에요.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 10만 달성을 목표로 했는데, 6월 14일에 성공적으로 이뤄내서 액션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차별금지법은 20여 개의 차별 금지 이유를 명시하고, 차별을 금지한다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법적으로도 보호하는 법이에요. 사회 구성원 중 누구든 해당하고, 필요한 법이죠. 그런데 문제는 인식의 간극이 있었어요. 특정 누군가만 수혜를 입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차별금지법이 자신에게 필요한 법이라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느꼈어요. 나아가 국민동의청원에도 참여하고요. 그러려면 결국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크고 작은 차별 경험을 나누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나온 게 #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 액션이었죠.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건가요


무수 : 네 그렇죠.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모았어요. 첫 번째는 직접 자신의 SNS에 차별 경험을 적어 올리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익명으로 구글 폼을 통해 전달하는 거였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누구나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할 수 있도록, 접근성에 신경을 두려고 했던 거 같아요. 실제로 시간이 갈수록 익명으로 보내주시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모어데즈 채널이 아직은 작다 보니 영향력은 부족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데는 의미 있는 액션이었다고 생각해요.



모어데즈를 혼자서 운영하고 계시잖아요뉴스레터 제작과 홍보까지 혼자 하는  마냥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그럼에도  일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무수 : 우선 뉴스레터 작업이 저한테 큰 도움이 돼요. 예전에는 매일 기사를 보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당사자의 시선으로 뉴스레터를 제작하다 보니, 혐오이슈를 더 깊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이 제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제가 변하는 게 느껴져서 좋아요. 전보다  많은 사람을 이해할  있게 됐고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반경도 훨씬 넓어졌거든요.


또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모어데즈 구독자들이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만난 적은 없지만, 뉴스레터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구독자분들을 보면, 우리가 우리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래도 이만큼 있구나 싶어서 안심돼요. 그런  우리가 서로 연결되게끔 하는 것 중 하나가 모어데즈 뉴스레터가 되었으면 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사실 뉴스레터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피드백만큼 든든한  없잖아요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받았던 피드백 중에 기억에 남는  있을까요


무수 : 가장 처음 받았던 구독자분의 피드백이 기억에 남아요. ‘혐오’라는 키워드만 생각해도 숨이 턱 막히고 그런 기사들이 질릴 때가 많았다고 하시면서, 어차피 세상은 혐오가 넘쳐나는 것 같은데 계속 알아가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지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모어데즈 뉴스레터를 보고 혐오 이면의 본질을 생각하게 됐고, 상위권 기사에 눌려 미처 몰랐던 소식도 알차게 담겨있어서 감동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두 번째 뉴스레터를 보내고 받은 피드백이라 정말 감사했고, 저한테 큰 힘이 됐어요. 초반이다 보니 뉴스레터도 계속 다듬는 과정이었고,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모어데즈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될까?’ 궁금했거든요. 이 피드백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아마 앞으로도 이 구독자님의 피드백에 감사하며 해나갈 것 같네요(웃음).


맞아요사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할 수밖에 없잖아요의도가  전달됐는지도 궁금하고혹여나 잘못  부분은 없나 걱정도 되고그래서 그런지 뭐라도 보내주시는 독자분들이 정말 감사해요다들  읽고 계시는구나 하고 새삼 깨달아서 꼼꼼히 작업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던져야  질문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수 : “ 그게 당신의 문제가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우리 사회는 혐오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 일부의 사람만 겪는 문제라고 구분하고 선을 긋는 거 같아요. 그런데 왜 그 문제가 나의 문제가 아닌지 묻고 싶어요.


누군가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이나 특징으로 혐오를 당한다면, 그것이 언제든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 문제가 아니라고 치워두었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우리의 문제가 되죠. 그러니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찬찬히 들여다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속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 거고, 그 사람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택배 없이 비대면으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