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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FG 이엪지 Dec 03. 2021

우리가 먹는 음식이 기후위기 대책이라고?

EFG TALKS with.식탁을 전환하는 기후활동가들

이엪지의 인터뷰 시리즈 [EFG TALKS]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과 알아차림'입니다. 이엪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바나나를 먹다

떠오른 생각


코로나 19의 확산과 이상기후 등,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몸소 체감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군대와 학교 급식에선 채식이 도입되고 있고, 비건지향인들을 위한 쇼핑몰 '채식한끼'부터 비건 커뮤니티 '비건클럽'과 비건 요리 프로그램 ‘채소가지구’까지. 비건을 위한 제품이나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은 바나나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나나도 문제가 많지 않나? 바나나를 수확하기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고 노동 착취도 한다는 뉴스를 본 거 같은데…’ 그때부터 저는 채식을 넘어 식탁의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식재료를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내가 먹는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까지 생각하게 된 거죠.


그 어느 때보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사실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무엇을 먹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우리에게 도달하는지, 먹거리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몸과 지구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채식에서 나아가 식단의 ‘전환’을 고민하는 <식탁을 전환하는 기후 활동가들> 팀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식전기 여러분! 독자분들께 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EFG 독자 여러분! 저희는 ‘식탁을 전환하는 기후 활동가들’이에요. (줄여서 식전기) 식전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의 ‘식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하고자 모인 기후/환경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예요. 먹거리 전환을 주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의제화하고, 기후위기와 동물권의 연결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맨땅에 초로록] 박경아 _ 트위터

[멸종반란] 벌새 _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안나 _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그리고 수홍, 진아, 채현


여러 단체가 모여있는 게 마치 어벤져스 같아요(웃음)! 어쩌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식전기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됐을까요?


먹거리 전환이 기후 운동 전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지치는 경우를 봐왔어요. 그러다 몇몇 활동가들이 먹거리 전환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죠. 


식전기는 '이제는 공감대가 있는 사람을 만날 때'라는 판단을 하면서 시작된 거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 지치기보단, 연대하면서 서로에게 용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서로 연결되었을 때 그 영향력도 커질 테니까요. 운이 좋게도 지인분들의 소개로 주변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하나둘 모였어요. 서로 마음을 모으고, 함께하는 데까지 마음을 내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처음에 메일로 뉴스레터 협업 제안을 주셔서 놀라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는데요. 멤버 중에 뉴스레터 구독자분이 계시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저희 멤버 모두가 구독하고 있죠(웃음).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을 이야기해요’라는 슬로건 아래 환경, 페미니즘, 비거니즘, 동물권 등 다양한 이슈를 촘촘한 시선으로 다뤄서 좋았어요.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어 감사하더라고요. 독자로서 안전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희 식전기 팀도 이엪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했어요.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을 문제라고 이야기하고자 했죠. 그게 저희에겐 ‘먹거리 시스템'이었고요. 기후위기와 동물권이 함께 떠안고 있는 문제의식을 EFG 독자분들과 공유하며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뉴스레터 협업을 제안하게 되었어요. 



식탁 위 음식과

생명 사이의 ‘고리'


먹거리 시스템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셨군요. 단체 이름에 ‘식탁'이 들어가는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셨나요?


국내 대부분의 기후 운동 단체들은 석탄발전소 폐쇄나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석탄 산업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탈석탄을 최우선의 전략으로 삼는 것엔 동의하지만, 에너지 전환과 먹거리 전환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에너지에 비해 식단의 전환에 있어서는 대개 반응이 소극적이에요. 기후위기와 동물권은 분명 연결되어 있고, 먹거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개인의 실천을 넘어 정책 변화로도 이어져야 하잖아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저희는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올 초부터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동해오고 있어요. 식단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더는 늦춰지지 않도록요(웃음). 



공감해요. 요즘 채식 문화가 많이 확산하긴 했지만, 비거니즘이나 동물권이 가진 문제의식이 그만큼 사회 전반에 공유되었는지는 모르겠거든요. 한편으로는 채식이 개인의 실천에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고 느껴요. 그런 점에서 식전기가 제시하는 ‘식탁의 전환'이 무척 흥미로운데요. 식탁의 전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식탁을 바꾼다는 것이 단순히 식재료를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꾸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식탁 위 음식과 생명 사이의 고리를 ‘연결’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음식을 바라볼 때 물질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요. 


맛과 트렌드로 포장된 자본주의 마케팅은 “더 싸게, 더 빨리, 더 많이” 고기로 식탁 위를 채우도록 해요. 고기가 되어버린 동물들이 사실은 우리처럼 제 수명대로 살고 싶었던 존재들이라는 걸 꽁꽁 숨겨놓죠.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식탁 위 음식이 한 명의 동물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런 ‘연결’을 많이 느낄수록 식탁에는 고기 대신 채소가 더 많이 오를 거고, 고통받는 존재들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한 끼’가 생명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른 알리고 싶어요. 팀 이름이 길지만, 이 질문을 받으니 새삼 이름에 우리 활동의 핵심을 담은 것이 자랑스럽네요.(웃음) 



그 이름이 바로 ‘식탁을 전환하는 기후 활동가들'이죠. 이름이 직관적인데 줄여 부르기도 쉬워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식전기 팀에서는 식탁을 전환하기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희의 목표는 환경과 기후 운동 단체가 먹거리 전환을 주요한 운동이자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가져가도록 촉구하고, 시민들에게는 먹거리 전환의 필요성과 공감대를 나누는 건데요. 


상반기에는 내부 세미나를 진행하며 먹거리 전환 논의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차곡차곡 쌓아왔어요. 기후/환경 운동 내에선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구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는 이유로 신뢰받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요. 식량 관점에서 축산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또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죠. 인간중심주의가 기후위기를 불러왔듯, 종차별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하반기에는 관련 활동을 해오신 스피커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어요. 저희가 좋은 취지로 모이긴 했지만 막막할 때도 많거든요. 참고할 수 있는 ‘지도’가 많지 않아 한발 한발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 잘 모르는 기분이랄까요.(웃음) 그래서 저희보다 먼저 오랫동안 관련 활동을 해오셨던 분들, 저희의 용기가 되어줄 수 있는 분들을 초청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 대표님,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님이 감사하게도 함께해주셨고요. 


이렇게 저희가 올 한 해 동안 다져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장에서 만나 과감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이렇게 EFG와 만난 것처럼요. (웃음) 



서로에게 묻고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인터뷰를 통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거든요. 식전기 여러분에겐 무엇이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나요? 떠오르는 얼굴이 있나요?


식전기를 만나기 전, 각자가 느꼈던 결핍이 그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막막함을 느끼고, 고민해온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식전기 활동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구가 스스로 가열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얼른 식탁을 바꿔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없다는 점도 원동력이 되고요. 기후위기 시대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전환이 바로 식탁 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더 빨리,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요.


또 대규모 공장식 식품 산업으로 직간접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매일 같이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 좁은 축사에서 고통받다 제 수명의 1/10도 살지 못하고 죽임당하는 동물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려요. 그러다 보면 우리 활동이 정말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느껴서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곁에서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전우들, 식전기 멤버들이 서로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



저희도 식전기 팀과 함께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기후위기와 동물권의 연결성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이들은 많지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목소리를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식전기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게 무척 든든한데요. 저희와 같은 마음일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왜 식단의 전환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는지, 답답함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독자분들이 있다면 저희의 이야기가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해요. 또 함께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며 서로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해요. 먹거리의 전환이 이뤄진 세상은 상상하기 쉽지 않고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언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EFG와 식전기가 함께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확인하길 바라요.



뉴스레터 홍보를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가 따로 할 게 없을 거 같아요(웃음).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난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인간중심주의가 과연 지속가능할지 자문해봤으면 해요. 지금의 기후생태위기는 자연과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해요. 인간중심주의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그리고 동물 종 사이의 위계를 나눈 사고이기에 다른 종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성찰하지 않고서 과연 우리가 이 전지구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서로에게 묻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EFGX식전기 콜라보 뉴스레터 읽어보기!(12월 6일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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