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같은 거, 왜 해요?

당신은 왜, 결혼을 '선택'하셨나요 - 1

by 감성공대
"벌써? 왜?"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청첩장을 받아가면서도 시선은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꽤나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 놈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웃음이 삐죽- 샌다.


2018년, 28살의 길목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 소식을 전할 때, 하루 걸러 한 번씩은 들었다.

노는 것, 게임하는 것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좋아하는 생활이었기에, 첫마디가 '축하한다'보다

'벌써?', '왜?'라는 의문이었나 보다.


글쎄, 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까, 나는. 그리고 아내는.


"자기는 나랑 왜 결혼했어?"


언제였던가, 아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물론 아내도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솔직히 우리는 연애 때도 몇 번인가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왜 나랑 만나?", "나 어디가 좋아?"


참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그랬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솔직한 내 고민의 결과를 대답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을 만한 대답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티 내지 않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이런 심정임을 알면서도 마치, 너도 한 번 당해 보라는 듯 나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


내가 대답하는 것도, 아내에게서 돌아오는 대답도 매번 비슷하다.

"글쎄.. 그렇게 물어보니까 어렵네.. 우리 각자 고민해 보고 나중에 같이 이야기해 보자!"


그렇게 우리는 현재까지 몇 년째 고민만 하는 중이다.


"저는 비혼 주의였는데, 오늘 여기 와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드레스도 너무 이쁘고 식장도 진짜 이뻐요."



"아 그래요? 왜 비혼주의셨어요?"


"아직은 여자가 희생당하는 게 많잖아요 결혼하면."


"아.."

결혼해서 당하는 희생은 결혼식날 하루 드레스가 이쁘고 식장이 이쁘면 평생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인 걸까.

그렇다면 애초에 그건 한 개인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마지막 남은 새우 대가리를 뜯어내며 생각했다.


"새우 좀 더 가져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괜히 좀 더 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저는 결혼 안 해요."


회사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던 어느 초가을 날, 후배가 길게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찡그린다.

"결혼하면 얽매이고 속박되고, 희생해야 될 것도 많고, 열심히 돈 벌어도 날 위해 쓸 건 없고, 연애만 할래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넌."


"그냥 다들 그렇대요. 최대한 늦게 하라던데. 아 근데 꼭 그런 이야기 들어서 그런 건 아니고 저도 결혼 생각은 딱히 없어요. 혼자 있으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 외로우면 연애하면 되니깐. 굳이 결혼할 필요 있나?"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주변을 보면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오히려 '연애만 해도 충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좀 더 극단적으로는 '연인 없이 난 지금 혼자 사는 게 좋다. 앞으로도 굳이 노력해서 연애를 시작할 것 같진 않다." 하는 사람도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정책의 실패,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 특정 기득권층 자녀에 대한 특권 의혹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된다. 대한민국이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자본주의가 세대를 걸쳐 누적되면서 이루어진 부의 축적은 이미 한 세대 내에서는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라는 '강남 아파트'한 채는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한 푼도 안 쓰고 숨만 쉬고 살아도 못 살 만큼 높은 가격이다. 소위 '인생역전'이라고 하던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강남에 있는 중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다. 전염병 때문에 바깥은 돌아다닐 수 없게 되면서 실업자는 폭증하고, 방 안에서 접하는 미디어는 온통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투성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일부 청년들은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를 자처하며 이런 자조 섞인 울음을 토해낸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봐야 내 자식은 나보다 더 못살거나 나처럼 살 건데,
그럼 금수저들 주머니 채워주는 노예 낳는 것밖에 더 되나요?
저는 결혼 연애 취업 출산 육아 모든 걸 다 포기할래요."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해간다. 서른이 되기만 해도 노총각 노처녀 이야기를 듣던 시절은 옛날이다.

결혼을 안 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쳐다보던 분위기도 상당히 많이 줄었다.

힘든 시대상이 만들어낸 가치관의 변화일까,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가치관의 변화일까.

어느 쪽이든,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나는 왜 결혼을 '선택'했을까.


결혼이란 건 단순히 남녀 서로를 각각 옭아매기만 하는 족쇄인 걸까.

결혼하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가진 모든 걸 희생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럼 남자와 여자는 왜 만나서 결혼을 하는 걸까.

결혼은 단순히 자손을 낳고 대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까.

아이는 꼭 결혼해야만 낳아서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적을까.

헤어졌을 때 무책임한 행동을 대비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결혼을 하는 걸까.

정말 이런 한줄평으로 인생의 절반을 넘게 보낼 결혼생활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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