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선발전 데프트(Deft) 선수의 인터뷰를 보며
프로 스포츠에서는 선수의 가치가 시시각각 매겨진다. 이렇게 살벌(?)한 세계, 특히 팀 게임에서 현역으로 롱런하는 선수는 뛰어난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데 사람마다 이견은 있겠으나) e스포츠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도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령이 낮기에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리더보다 어리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숙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역으로 10년째 활동 중인 데프트(a.k.a 알파카[닮음]) 선수의 인터뷰에서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주,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진출팀을 가리는 선발전이 있었다. 롤드컵 시드는 2개가 남아있는 상태. 획득한 포인트 기준으로 상위 2, 3위 팀이 맞붙어 승리팀이 하나의 시드를 받게 된다. 나머지 하나의 시드는 4, 5위 팀이 맞붙은 경기의 승리팀이 앞선 2, 3위 경기 패배팀과 한 번 더 경기를 하게 되고 해당 경기의 승리자가 얻는다.
데프트 선수가 속한 DRX 팀은 롤드컵 스코어 5위로 2경기를 이겨야 롤드컵 시드를 따낼 수 있었다. KT와의 첫 번째 경기(ROUND2)를 3:2로 힘들게 승리한 후 데프트 선수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다.
경기 종료 후 방송 인터뷰에서 김혁규는 “5경기 시작하기 전에 킹존 시절에 ‘라스칼(김광희)’, ‘커즈(문우찬)’와 경기를 했던 것이 떠올라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며 “최종전에서 잘해서 (김)광희, (문)우찬이 몫까지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출처 :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209020174
같은 날 KT에서 경기를 펼친 라스칼, 커즈 선수는 19년도에 데프트 선수와 같은 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다. 2:2 상황,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상대팀에 속한 이전 동료를 생각하고, 승리의 기쁨만을 표현하기에도 모자랄 텐데 패자에게 동료로서의 예를 표한 것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다음 날, ROUND1에서 패배한 LSB와 ROUND2의 승리팀인 DRX가 최종 시드 결정을 위해 맞붙었다. 어제의 적이었던 라스칼 선수는 다음 날 데프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을 찾았다. (물론 '혁규[데프트]형 지면 같이 죽자'라는 살벌한 농담을 보여주긴 했지만...) 라스칼 선수의 응원이 통했는지 데프트와 DRX팀의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3:2로 승리, 롤드컵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제 불황과 함께 스타트업 업계도 혹한기를 맞았다. 경영난으로 인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많은 직원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라미드 아래 쪽에 있는 사람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누구든 내 사람 하나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데프트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나니 주변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그리고 미래의 동료가 될 지도 모르는 분들께 이번 글로 응원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