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보통의 면접은 회사 관계자가 묻고 지원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시간의 끝은 '지원자님께서는 회사에 대해 궁금한 거 없으실까요?' 질문으로 맺어지고, 뒤에는 지원자가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으로 넘어간다.
회사마다 전형 단계에 차이를 두지만 대개 1차 면접에는 함께 일할 실무자가, 최종 면접에는 회사의 대표님이나 임원분이 면접자로 참여하신다. 구직 기간 동안 운 좋게도 최종 면접까지 가게 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했던 질문이 있다.
"OO서비스가 정말 잘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단순히 어떤 모습을 꿈꾸시며 사업을 해나가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미래를 알면 나도 더 열심히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일부러 약간은 뭉뚱그린 질문을 하게 된다.
대답으로 서비스나 회사의 매출, 이익, 규모, 유저 수 등 서비스가 잘 되었을 때의 숫자를 말씀해주시는 대표님이나 임원 분이 많다. 투자자에게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숫자로 대답하시는 것이 익숙하기에 그렇기도 하고 숫자로 하는 대답 역시 틀리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대답인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이 실현된 미래 사회 모습, 혹은 고객의 모습'과는 다르긴 하다. (물론 그럴 때에는 추가 질문을 드린다.)
나 역시도 일을 하면서 명확히 전달한다고 숫자로 목표를 정하고 소통하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면 '고객이 서비스를 쓰며 기뻐하는 모습' 보다는 '더 큰 (때로는 작은)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주에 우연한 기회로 『어린 왕자』를 읽었다. 책에서 어린 왕자와 반대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어른들'의 특성 중 하나로 '숫자, 소유'에 대한 집착이 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장사꾼'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이런 모습이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속에도 '어른들'의 모습만이 남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어른들'의 모습이 나를 지배하지 않기를, 어린 왕자의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