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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05. 2021

연애 때 추억으로 평생을 산다

수달 가족의 해풍소




두 손으로 뜨끈한 우동을 들고 오면서 남편은 눈으로 말한다.

“엄청 맛있어”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포차우동이다. 한때 요리사였던 남편은 그날을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우동을 자주 끓여준다.

남편과 나의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추위를 피해 황급히 찾은 포장마차였다.

유난히 추운 12월 딱 한 번 먹은 우동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 우리는 비밀 사내 연애로 시간차를 두고 퇴근하여 만났다. 회사 밖은 살결이 떨어질 듯한 날씨로 입김에 속눈썹이 얼어붙는 무서운 한파였다. 오빠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나는 발끝부터 얼어붙어, 이가 달달 떨리고 동상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편은 눈치를 보느라 늦게 오는 게 미안한지 황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꽁꽁 언 몸으로 만나 온기가 가득한 포차로 들어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뜨끈한 우동을 시켰다. 유부와 파는 면발 위에 호기로이 놓여 있었고 모락 모락 한 김은 화급히 식기 바빴다. 뜨끈한 국물을 한입 맛보고는 서로의 눈빛이 마주쳤다. 엄청 맛있었다. 진한 멸치 육수에 특유에 깊은 맛을 내어 만든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언 몸을 녹이니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쉼 없이 먹다 문득 드는 생각이 ‘이렇게 맛있는 가게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과 ‘나는 술을 못 먹지만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랑과 행복을 먹었다. 지금도 우동 한 그릇이면 연애 때 추위를 잊었던 기억이 생각나, 갑자기 우동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나에게 추위는 우동 더하기 설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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