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이지만 남편은 무교이다. 아이는 세상에 있는 종교의 장점을 골라 다 믿고 싶다 한다.
그런 우리 집에 종종 신기한 일이 발생한다. 이사 온 후부터이다.
예를 들면 사소한 건 티브이가 혼자 켜진다.
채널도 자기 맘대로 돌아간 적도 있고,
현관 센서등도 자주 켜진다.
여기까지야 뭐 전기오류라 생각할 수 있다.
얼마 전 새벽 어떤 사람이 말도 없이 문을 미치듯이 두드린 적이 있다. 우리는 무서워서 인기척도 안 하고 불도 켜지 않았다. 마침 윗집에서 불도 켜고 일어나 걷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윗집이 시끄러워 일어났나 보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윗집이 일어나고서는 문두드림이 사라졌다.
다음날 물어보니 밤새 아무 소리도 못 들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크게 문을 오래 두드렸으면 경찰도 올법한데 우리 집만 들었다니.. 신묘한 일이다.
엊그제는 남편이 어항 세 개에 이산화탄소를 교체하고 밸브를 최대한 열어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보니 밸브 세 개가 모두 잠겨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나는 밸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밸브 위치도 다 다른 곳에 있었다. 남편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이사를 가야겠다고 한다.
얼굴한쪽이 바르르르 떨리며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살아있는 영이 가장 센 거야. 두려움을 가지면 그 안에 비집고 들어와"
"귀신이나 우리나 위치가 다를 뿐 같은 원자였어"
"뭐가 두려워. 겁먹지 마"
"그래도 말로 설명이 불가하잖아. 모든 일들이"
세상에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될까.
그래봤자 5가지 감각으로 보고 판단하는 한계에 그치는 일을.
음.. 아무튼 신기한 일이다.
자꾸 집에서 물건이 없어지는 건 있지만 사람들의 부주의라 생각했는데..
아닌 건가?
어제 잠들기 전에도 이상한 일이 또 있었다.
자려고 불도 끄고 누웠는데 찬바람이 훅 불고 지나갔다. 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윤호야 베란다 문 않닫혔나보다. 좀 닫아줄래"
"응, 엄마"
"엄마 베란다문 닫혀 있는데.."
내가 벌떡 앉아서 말했다.
"애기야 이 찬바람 안 느껴져?"
"어디 문 열린 거 같은 한 기 말이야"
"응. 느껴져"
"근데 엄마 문 열린 곳이 없어"
평소 외풍도 없는 집에 찬바람이 훅훅 불어왔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별 이상한 일이 다 있다.
어제는 도도냥 별이가 밤새도록 내 가슴을 밟고 왕복을 계속했다. 평소에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내양 쪽 팔 베개를 하고, 다리사이에 눕고, 귀에 대고 냐옹을 하며 깨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이 연관성이 있으려나.
안 보이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빠져들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상한 일이 계속되면 진짜 이사를 가야 할 수는 있을 거 같다.
세상엔 별별일이 다 있어 하늘에 별이 그리 많은 건지 모르겠다.(오메 아재개그가 나오다니...)
나는 라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