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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09. 2024

개학 후 첫아들들과의 재회

수달 가족의 해풍소

행복이 머물다간 밤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아들의 고단한 눈두덩이에 풀이 붙어있다. 방학땐 그렇게 일어나지 말라고 해도 벌떡벌떡 일어나던 눈꺼풀이 친구들을 초대해 놓곤 눈꺼풀에 도배를 했다. 가엽고 예쁜 모습이다. 주말 이 아침이 얼마나 달고 맛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눈두덩이 위에 암막커튼을 씌워주고 싶다.


오늘은 귀염이의 친구들이 작정까지 하고 놀러 오는 날이다. 학원보강을 빼고 엄마 몰래 온다고 짐까지 싸두었다는 친구부터 체스까지 싸가지고 온다는 친구까지 있다. 새로운 멤버가 생겨 크루가 늘어나자 아이들 모두 더 신나는 모양이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 아들친구는 안쓰럽고, 빼먹고 우리 집으로 온 걸 알면 분노하실 부모님께는 미리 죄송하다.


애기는 컵라면에 과일이면 족하다지만 엄마 맘이 안 그렇다. 감자탕 한 그릇 뜨끈히 먹이고 싶어 등뼈 3kg을 아들 몰래 핏물을 빼고 있다. 당췌 친구들 불러 고기 한번 구워 먹자 해도 안된다 하고, 감자탕 한 그릇씩 먹이자해도 안 된다 하니 내 맘 데로 해놓아보려 한다.


아들말에 의하면 친구들이 매번 우리 집으로 모이는 것도 많이 미안해하고 자기네 집하고 비교될 거라고 부담 주지 말자고 한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고기 못 먹는 집이 어딨냐고. 다들 외식하게 내버려 두라는 거다.


그런데 엄마 맘은 그게 아니다. 컵라면에 짜장면 아니고 따뜻한 밥 한 끼 다 같이 먹이고 싶은 거고, 애기들이 뜨근한 국물에 밥 한 그릇씩 먹으며 추억이 쌓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가 고기 못 먹는 집 있을까 동정해서가 아니라 따뜻한 우정이 게임 아닌 밥상에서도 나눌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다름을 먹이고 싶어서이다.


암튼 잘됐다. 애기가 늦잠 자는 틈을 타서 밤새 핏물 뺀 등뼈를 푹 끓여야겠다. 애기들이 먹겠다면 고맙고 안 먹는다면 소분해서 냉동해 먹으면 된다.


발 뒤꿈치를 들고 샤르륵샤르륵 가스불을 켜러 가보아야겠다.


잔소리하기 전에


언능 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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