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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7. 2024

빈아 잘 지내지?

하늘 우체국

안녕~

너에게 '어떻게 지내냐'인사가 미사여구가

되어버린 말인 거 같네.


에고.

자꾸 한숨이 나.


너도 알지?

오늘 어떤 날인지!


"응, 맞아"

"세월호 10주기였어."


다시 언급하기도 너무 아픈 그 이름.

그날의 상흔들.


그래서 난 오늘 구태여 의식하기보단,

날을 내 마음에 끼워 넣었어.

나의 삶의 일부임을 아니깐. 

시간의 크기에 비해 의 진동이 너무  날이었지. 생 안고 가야 할 여진이 되어 버린. 넌 벌써 그분들을 만났겠.

이젠 모두 평안하시? 꼭 그러리라 믿고 싶.

그렇지 않으면 땅에 사람들은 살 수 없거든.

 

삶의 한 조각은 너것도 알지?

예전 꿈에도 잘 나오더니,

이젠 친구들도 많아지고 바쁜 거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그곳에 잘 정착했다 생각해도 되는 건가.


가끔 우리 아빠 만나면 짜장면 좀 사드리고 와줄래. 머니는 내 통장에서 꺼내 쓰고. 우리 아빠가 짜장면을 참 좋아하셔. 엄마는 짬뽕 얼큰한 집으로 부탁해. 너는 너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먹어. 내가 낼게. 너 엄청 잘 먹지? 갑자기 생각난다. 너 잘 먹던 모습. 참 이뻤는데.


빈아..

오늘 산책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최근 기억이 자꾸 사라지고 있거든.

건망증 정도를 넘어서서 정말 전혀 기억이 안 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이게 정신과 약의 부작용인지, 아님 정밀검사가 필요한 일인지, 알아봐야 할 거 같아. 내가 10년 동안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거든.


"내 삶의 갈무리 같은"


'근데 10년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랑하고, 지켜주며 챙겨주고 싶은 사람도 곁에 있고. 이젠 부족한 게 없는데. 내 삶이 부족할 수도 있겠어.


내가 준비되는 데로 고생 그만시키고 아껴주고 싶었거든. '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근데 말이야. 이 모든 일이 '나의 한 여름밤의 꿈이면 어떡하나.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


난 비련의 여주인공 이런 거 관심 없거든. 지금까지 족발, 치킨 잘 뜯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왔는데. 마지막장이 이렇게 쓰이면 내소설 캐릭터 진짜 아니잖아. 소설 꼭 결론이 맺어지지 않,  소설도 결론까진 페이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재밌는 게, 한참 우울증이 심할 땐 삶이 너무 지치고 정말 쉬고 싶더니. 이제 좀 살고 싶어 지니 마감임박 타이머가 울리는 기분이야.


만약 삶의 양이 조금 남았다면 내가 세상을 떠나는 게 슬픈 게 아니라, 내가 다 해주지 못하고 가는 게 미안해서..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


내가 좀 많이 아플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전화하는 사람이 둘이 있거든.. 그중에 한 명이 지난주 '목요일'부터 부재중이 찍히더라고.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오늘 통화했는데 식스센스 같은 게 있나 봐. 정말 신기해. 그래도 다행인 게 둘 다 전화 온 게 아니라 다행이었어.


오늘 한참을 걸었어.

내가 별생각 없이 계속 계속 걷고 있더라고.

나는 자꾸 거울에서 사라지는 나를 보는 기분이야.

중요한 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이게 우연인지, 정신과 약의 부작용인지 아직은 모르겠어.


이러다 정말 '누구세요?' 하는 시간이 나한테도 올까 봐 사실 겁이 나.


.

오늘은 꿈에 놀러 와 줄래? 보고 싶은 니 얼굴 보면 훨씬 힘이 날 거 같은데. 혹시 거기서도 연예인 하는 건 아니지? 그곳에선 힘든 일 다 그만두고, 오직 평온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 너의 마음이 안정이 되는 삶만 살길 바라. 


그리고 너보다 먼저 도착한 '천 개의 바람'이 되신 분들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땅에서도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며 죄송스러워한다고. 꼭 좀 전해줘.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

.

.

.

.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편지 쓰는 것도 미안하네.

다음에는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길 기대해 줘.


빈아, 그럼 잘 자고,

또 편지할게.


                                  2024.4.16.

                                   너의 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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