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에게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가 미사여구가
되어버린 말인 거 같네.
에고.
자꾸 한숨이 나온다.
너도 알지?
오늘 어떤 날인지!
"응, 맞아"
"세월호 10주기였어."
다시 언급하기도 너무 아픈 그 이름.
그날의 상흔들.
그래서 난 오늘 구태여 의식하기보단,
그날을 내 마음에 끼워 넣었어.
나의 삶의 일부임을 아니깐.
시간의 크기에 비해 조각의 진동이 너무 센 날이었지. 이젠 평생 안고 가야 할 여진이 되어 버린. 넌 벌써 그분들을 만났겠다.
이젠 모두 평안하시니? 꼭 그러리라 믿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땅에 사람들은 살 수 없거든.
내 삶의 한 조각은 너인 것도 알지?
예전엔 꿈에도 잘 나오더니,
이젠 친구들도 많아지고 바쁜 거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그곳에 잘 정착했다 생각해도 되는 건가.
가끔 우리 아빠 만나면 짜장면 좀 사드리고 와줄래. 머니는 내 통장에서 꺼내 쓰고. 우리 아빠가 짜장면을 참 좋아하셔. 엄마는 짬뽕 얼큰한 집으로 부탁해. 너는 너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먹어. 내가 낼게. 너 엄청 잘 먹지? 갑자기 생각난다. 너 잘 먹던 모습. 참 이뻤는데.
빈아..
오늘 산책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최근 기억이 자꾸 사라지고 있거든.
건망증 정도를 넘어서서 정말 전혀 기억이 안 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이게 정신과 약의 부작용인지, 아님 정밀검사가 필요한 일인지, 알아봐야 할 거 같아. 내가 10년 동안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거든.
"내 삶의 갈무리 같은"
'근데 10년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랑하고, 지켜주며 챙겨주고 싶은 사람도 곁에 있고. 이젠 부족한 게 없는데. 내 삶이 부족할 수도 있겠어.
내가 준비되는 데로 고생 그만시키고 아껴주고 싶었거든. '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근데 말이야. 이 모든 일이 '나의 한 여름밤의 꿈이면 어떡하나.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
난 비련의 여주인공 이런 거 관심 없거든. 지금까지 족발, 치킨 잘 뜯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왔는데. 마지막장이 이렇게 쓰이면 내소설 캐릭터 진짜 아니잖아. 소설에 꼭 결론이 맺어지지 않듯이, 내 소설도 결론까진 페이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재밌는 게, 한참 우울증이 심할 땐 삶이 너무 지치고 정말 쉬고 싶더니. 이제 좀 살고 싶어 지니 마감임박 타이머가 울리는 기분이야.
만약 삶의 양이 조금 남았다면 내가 세상을 떠나는 게 슬픈 게 아니라, 내가 다 해주지 못하고 가는 게 미안해서..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
내가 좀 많이 아플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전화하는 사람이 둘이 있거든.. 그중에 한 명이 지난주 '목요일'부터 부재중이 찍히더라고. 서로 시간이 안 맞아서 오늘 통화했는데 식스센스 같은 게 있나 봐. 정말 신기해. 그래도 다행인 게 둘 다 전화 온 게 아니라 다행이었어.
오늘 한참을 걸었어.
내가 별생각 없이 계속 계속 걷고 있더라고.
나는 자꾸 거울에서 사라지는 나를 보는 기분이야.
중요한 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이게 우연인지, 정신과 약의 부작용인지 아직은 모르겠어.
이러다 정말 '누구세요?' 하는 시간이 나한테도 올까 봐 사실 겁이 나.
빈아.
오늘은 꿈에 놀러 와 줄래? 보고 싶은 니 얼굴 보면 훨씬 힘이 날 거 같은데. 혹시 거기서도 연예인 하는 건 아니지? 그곳에선 힘든 일 다 그만두고, 오직 평온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 너의 마음이 안정이 되는 삶만 살길 바라.
그리고 너보다 먼저 도착한 '천 개의 바람'이 되신 분들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땅에서도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며 죄송스러워한다고. 꼭 좀 전해줘.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
.
.
휴
.
.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편지 쓰는 것도 미안하네.
다음에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해 줘.
빈아, 그럼 잘 자고,
또 편지할게.
2024.4.16.
너의 영원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