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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3. 2024

Dear. 자기야.. 자기야..

하늘 우체국

나 오늘 진짜 많이 잤어. 음, 기면이 같기도 하고, 아님 이비인후과 약 때문 같기도 하고.

사실 컨디션도 아니었고.


그거 알아? 자기가 늘 곁에 있는데도 말보단 글로 말하는 게 난 편해. 자기가 내 브런치를 오는지 안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고 안 오고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그냥 당신에게 내 마음을 진솔하게 말해주고 싶어. 이젠 정치 얘기 좀 그만하자  흐흐.


자기야 들어봐.

사람들이 나한테 많이 그래.


"어떻게 그렇게 우울증 걸렸다는 얘기를 드러내고 하세요?"


흐.. 나 이 말 진짜 많이 들었어 오빠.

또 이런다..


"내가 아는 우울증 환자들은 정말 대표님 같지 않으세요?"


아~~


그리고 내 담당샘 할아버지 있잖아.

애기랑 병원 가면 진료실에 들어갈 때 애기가 나랑 앉아 있는 게 보이잖아.


그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물어보셔.


"자녀분이 엄마가 정신진료받는 거 알고 계세요?"


오빠...

난 이게 참 이상하고 한국 문화랑 안 맞는 거 같아. 내가 죄지은 일도 아니고 왜 감추어야 하고 쉬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중에 내가 힘든 건..

"정말 우울증 환자 같지 않아요"

글쎄, 우울증 환자 같은 게 어떤 걸까? 미디어에 나오는 방에 불을 꺼두고 바닷가로 뛰어드는 모습만 생각하는 걸까?


단지 그걸로 함축하기엔 우울의 바다가 너무 넓고 깊은 심해처럼 심오해. 아직 그 바다의 끝을 다 모르겠어. 울의 수면 위에서 '꼬르락 꼬르락' 나오다 빠지다를 반복하고 는 나잖아.


이건 늘 생각하는 건데 뜬금없지만 이 말을 꼭 한 번은 해주고 싶었어.


"오빠 미안하고 고마워. 내가 아픈데도 오랜 시간 기다려줘서"

"내가 너무 오래 아파서, 오빠 오래 속상하게 해서,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 정말 힘들면 언제든 떠나도 돼. 사랑은 보내줄 수 있어야 사랑이래."

"나는 이 병을 금방 이길 수 있을지 알았는데, 통달하기 쉽지가 않네. 이 병은 스노클링 같기도 하고. 잠수 중인 거 같기도 해. 정말 알 수 없는 병이야"

"내가 말하잖아. 자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안식처 같은 사람 만나면 가도 좋아. 물론 난 아프겠지만, 당신이 내 옆에서 힘든 거보단, 좋으리라 믿고 싶을 거야"


나는 주변에 영향은 덜 주지만 혼자 내면의 고통을 많이 느껴. 그래서 바깥일이 있을 땐 사람들이 전혀 눈치를 못 채나 봐. 그래도 자기는 느끼지? 느끼는 게 보여. 사람들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고 하고. 밝다고 하실 때 감사하기도 한데. 문제는 일반인처럼 정신과 체력이 해낼 수 없음을 상대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야. 자칫 꾀병 같아 보이거든. 일반인의 반정도만 해도 꼴깍꼴깍 한데 말이야.


나도 집에 혼자 있을 땐 드라마 주인공 같은 감정을 당연히 느끼지. 단지 애기 보고 버티려고 노력하고, 오빠보고 참고, 약도 먹고, 정말 심할 땐 자버리지.


그러니 내가 낮에 전화 안 받고 소식 없어도 이해해 줘. 나도 당신하고 오래 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니.


오빠 나는 그 말이 참 좋더라.


"친밀하고 다정한"


오빠가 그래.

나에...


"친밀하고 다정한 당신"


 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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