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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15. 2024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5.13/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_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지?"


"응, 살금살금 지내고 있지.."


"하하하"

"아버님 장례식 이후로 처음 연락하네"


"그러네"


"인스타로 니 글은 계속 보고 있어"


"나도 인스타로 너 숨 쉬는 거  확인하고 있어"

"넌  요즘 어때?"


"지금 가게에 너네 형부 오셨어. 회사분들 다 모시고 회식 오셨네"


"응, 형부가?"


"널 알아보셔?"


"응, 장례식 때 잠깐 인사드렸던 기억이 있어"


"그나? 형부 기억력 짱이네"


"장례식 와줘서 고맙다고 우리 가게로 회식 오신 거 같아"


"어머, 형부한테 감사하다고 전화드려야겠다"

"맛있는 거 좀 많이 드려"


"횟집에 맛있는 게 어딨. 다 생선뿐이지"

"이따 멍게 좀 잡아서 서비스 넣어드릴게"


"알았어"

"끊어봐. 형부한테 전화해 볼게"


"그래. 또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내가 나한테 깜짝 놀랐다. 내가 통화에서도 이런 단어를 쓰다니 살금살금


글이 머리를 점령하니 생활이 달라진다. 티브이를 볼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소재 찾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대화를 하든, 사물을 보든 모든 일상에는 왜가 항상 달라붙어 버렸다. 안 그래도 많은 호기심이 증폭되어 40대에 돌잔치를 할판이다.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도 점점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단어로 변해갔다. 이런 호기심과 사 변화는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어제는 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요즘 책 보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집에 있어도 엄청 활발한 사람인데"


"응.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가 봐. 미안해"


"아니. 그 말이 아니고 엄마 재판 끝나면 내가 체스나 바둑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엄마 좋은 거로 골라봐"

"엄마도 나 훌라 가르쳐 주었잖아"


"응. 좋지. 엄마 그런 거 좋아해. 공원에서 어르신들하고 바둑 두어 보고 싶었어. 바둑 가르쳐"

"근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엄마 머리를 환기시켜주고 싶은데, 난 엄마처럼 돈이 있어서 여행을 데려갈 수도 없고"

"게임에서도 새로운 경우의 수를 알면 글 쓰는데도 도움이 되고 엄마 스트레스 풀릴 거 같아서"

"엄마머리를 식혀주고 싶어"


나는 아이가 쓰는 단어와 생각에 깜짝 놀랐다. 평소 내가 하는 말에서 배웠다는 것일 테니. 내 글을 자주 읽어달라고 애원하고, 대화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이의 생각과 단어를 확장시켰다는 일 신기했다.


조금 있다 아이가 또 와서 묻는다.


"엄마는 밖에 나갔을 때 맛있는 것부터 먹어?

맛없는 것부터 먹어?"


"나 맛없는 거"


"왜?"


"집에서랑 같은 이유지, 아빠랑 너 먹으라고 덜 먹듯이. 나가서도 맛있는 건 다른 사람들 먹으라고 배려하는 거지. 맛없는 게 남잖아. 똑같이 귀한 생명인데"


"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아, 그게 아니고 엄만 먹는 게 삶에 무지 중요한 일이 아닌 사람인 거야. 그게 삶에 가장 기쁨인 사람이 있듯이. 그러니 몸에 좋은 거 필요한 만큼 먹음 그걸로 된 거야. 먹는 거에 큰 욕심이 없는 거"


"그렇군. 엄만 젓가락이군.."


"엥? 그게 뭔뎅?"


"안과 밖이 똑같아"

"집에서나 나가서나 똑같다고"


"아,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책을 보다가 일본인들 특성 중에 혼네 다테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건 개인일 때와 집단일 때의 속과 겉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뜻 이래"

"개인일 때는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이어도 집단일 때는 굉장히 예의 바른 문화를 말하는 거지"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그렇게 변하는 유형도 있고, 사람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어떤 유형인가 궁금해서?"


"응, 그랬구나. 그럼 넌 어떤 걸 먼저 먹어?"


"난 맛있는 거. 집에서도 밖에서도"


"응. 이유는?"


"그렇게 많이 안 먹어서 양보단 질이 중요하지"

"엄마가 항상 그랬잖아. 무엇이든 브랜드 보단 질이 중요한 거라고"

 

"응. 그렇구나. 근데 넌 니 나이에 이런 게 궁금해?"


". 역사 많이 봤더니 이젠 사람과 언론, 심리 이런 게 궁금해"


"그래? 엄만 니 나이에 그런 거 안 궁금했는데, 세대차이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글 배우고 쓴다는 게 나 한 사람의 변화가 아니었다. 식구들 모두가 각자 자기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공부를 끊임없이 한다. 지루하지 않은  되어 가는 것이 글을 배우는 장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글이 산과 바다로 갈 때마다 그만 써야 하나를 수 없이 생각했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끌고 온 보람이 있다.


나의 물이 끓는 온도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나의 물이 끓고 식더라도 나의 쓰기는 계속될  같다.


나와는 한 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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