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반찬 뭐 해 드세요?
수달 가족의 해풍소
에고고...
허리가 부라질 거 같아요.
아들이 학교에서 심한 목감기를 걸려 온덕분에 세균을 전달받아 몇 주를 끙끙 앓고 있네요. 일주일에 하루 밥하는 날은 정신이 없습니다. 식구는 셋인데 왜 이리 많이 먹는지요.
<밥>
-흰밥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소고기 볶음밥
-무다시마밥
-고구마다시마밥
<찌게, 국>
-돼지고기 두부찌개
-빨간 어묵탕
-묶은지 들기름 지짐
-소고기 육개장
-소고기 미역국
-소내장탕
-주꾸미볶음
-갈치구이
-제육볶음
<반찬>
-그린빈, 마늘 새송이 볶음
저희 집은 반찬을 거의 안 먹어요. 조금 먹어봐야 '블랙 올리브, 머윗잎쌈, 셀러리,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명이나물, 산초장아찌'정도예요. 이 반찬들은 다 상비로 준비된 것이니 따로 할 건 없지요.
에혀..
까탈시런 식구들 입맛에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일주일 식사를 다 해서 냉동하기예요. 제가 아파서 못할 때도 생기니깐, 냉동해 놓으면 덥혀 먹기만 해서 너무 편하더라고요.
누굴 탓하겠어요. 반품도 안 되는 신랑을 시엄니께 보낼 수도 없고요.
난 풀을 좋아하고, 그들은 고기를 좋아하니 서로 입맛이 달라요. 남자들 입맛에 맞추면 내가 굶고, 내 입맛에 맞추면 남자들은 배달 아님 라면만 먹더라고요.
우리는 위장도 달라서 난 위가 작고, 남자들은 대식가예요. 감자탕을 한번 끓일 때마다 2킬로는 해야 한 끼 먹지요.
남편은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호텔 요리사였어요. 공부를 다시 해서 디자이너가 된 거지만 그전 업력이 있잖아요. 그러니 솜씨면에선 저보다 위죠. 잔소리도 많고 툭하면 자기가 해 먹으면 된다고 배짱을 부린답니다.
해먹지도 않음시롱~
물론 손님 왔을 땐 스페셜 요리로 자신의 솜씨를 자랑합니다. 손님 오시면 제가 편하죠. 한식은 제담당. 그 외에는 다 그 사람이 다 하거든요.
아들도 입맛이 미슐랭 3 스타는 되는 거 같아요. 중2밖에 안 됐어도 동남아요리나 이탈리아 음식을 혼자 뚝딱 합니다. 어려서부터 먹어봐서 그런가 미각도 좋고 간을 잘 맞추더라고요. 그래서 전 밥한다고 생색을 내진 못합니다.
그냥 주방 아줌마정도지요. 저도 손맛이 없는 게 아닌데 저희 집에서는 평범한 거죠.
요리만 잘 먹던 아들이 요즘은 이젠 묵은지지짐도 먹고, 시금치된장국도 잘 먹으니 얼마나 기특한지요.
고기 안 들어간 음식도 맛난 게 많다는 걸 어서 빨리 아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돼지국밥과 버터염통꼬치를 해보려 해요. 저의 러버 고기보다 맛있는 가지구이도 해볼까 하고요.
쉽고 편한 요리 공유해서 우리 함께 주방에서 냉큼 탈출해 보아요~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