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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09. 2024

기특한 공황장애

오늘을 씁니다

어제는 정신과 가는 날이었다. 그이는 초기 우울증으로, 나는 심한 우울증으로 같은 정신과를 다닌다. 남편은 주차하는 동안 나는 병원으로 먼저 올라갔다.  이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접수를 마치고 앉았다 의식이 아득해다. 공황발작이 시작한 것이다. 탁자에 엎드려 숨을 쌕쌕이과호흡이 시작됐다. 눈이 떠지지 않고 의식은 반만 있는 상태.. 어지럼과 혼미한 안개가 의식을 수면 아래로 잡아당기는 기분. 이것이 나의 공활발작 증상이다.  그때 탁자를 잡고 있던 팔이 툭 떨어고, 온몸에 신경 스위치가 꺼다.


"자기야, 자기야 정신 차려봐"


남편은 팔을 주무르고 계속 말을 걸었다. 나는 가까스로 숨 넘어가며 대답을 했다.


"응"


남편이 간호사께 가서 아내가 공황발작이 심하게 왔는데 응급약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잠시만요. 원장님께 보고하고 오더 받아볼게요"


"000님 약 나왔습니다. 이거 드시고 대기하실게요"


고개도 들 수 없는 난 남편이 부축해 올려 입안에 약을 넣어 주고 물을 먹였다. 이번에는 약을 먹고 소파로 쓰러져 누웠다.


그때 투덜이 아줌마 환자가 매우 시끄럽게 굴고 있을 때였다. 친구분과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 건 기본이고, 당신 담당 원장선생님 휴진이라 약만 타가면 되는데 왜 대기를 해야 하냐는 둥, 다른 정신병원은 약을 퀵으로도 보내준다는 둥..

이병원은 왜 약을 진료받고 처방받아야 하냐고 계속 친구분이랑 욕을 했다. 그리곤 내가 아파 쓰러지니 자신보다 먼저 들어갈까 봐 안달복달이 났다.


나는 남편에게 우리가 몇 번째 차례인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의식이 사라질까 봐 겁이 났다. 남편이 우리가 끝에서 두 번째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아주머니는 좀 더 마음이 급해진 듯 숨이 넘어가게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아유 멀었어요? 나 빨리 가야 하는데, 글쎄 약만 전처럼 주면 된다고요. 난 얼마나 남았어요. 나 급하다니깐. 얼른 좀 해줘요. 들어간 사람은 왜 안 나와오고 그래요?"


"이분이 초진이셔서 상담이 좀 긴 거예요. 끝나시면 곧 하실 거예요"


"아휴. 나 바쁘다니깐, 시간이 없어. 내 앞에 누구 들어가는  아니죠?"


"네. 바로 하실 거예요."


나는 의식이 넘어가다가 그 아줌마 덕에 도로 돌아왔다. 컬투쇼에서도 이런 아줌마 사연이 나왔던 게 생각나서 순간 빵 터졌다. 결국 아줌마는 쏜살같이 다음 차례에 진료를 보시고 나가셨다.


이제 나의 차례가 왔다. 나는 과호흡에 말하기가 힘들었다. 남편이 대신 내 상을 얘기하며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소파에 반쯤 접혀 있는 나를 보며 계속 괜찮냐고 체크하셨다.


"약 하나 추가해 드릴 테니, 잘 드시고 일주일 후에 또 지켜볼게요"


나는 그이의 부축을 받아 기듯이 진료실을 나왔다.

공황장애는 보통 20분~30분 길게는 1시간도 간다는데, 어제 나는 1시간 환자였나 보다. 원장님 앞에서 증상발현이 돼서 그런가 약을 하나 주신게 효과가 있는 거 같다. 그렇게 못 자던 잠을 이 약을 먹으면 소도 때려눕히게 쓰러진다. 그런데도 아직 과호흡과 불안초조증은 남아있다. 오늘은 약을 제시간에 챙겨 먹어서 그런가 정신이 혼미하거나 어지럽지는 않다. 그래도 주치의 앞에서 증상이 나타난 게 참 잘 된 일 같다.


백날 말로만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면 실감이 덜 가기 마련이다. 약을 먹는다고 완전히 일반인 같은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증상을 세게 말해서 약을 더 타려 하고, 의사들은 그걸 감안하고 약을 단계별로 맞춰본다. 난 3주 동안 잠을 못 잔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는데 앞에서 쓰러지니 바로 쓰러지는 약을 주셨다. 문제는 공황장애는 수면부족시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 수면이 부족하면 악화되는 병이란 뜻이다.


이번주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이렇게 집에서 조신하게 숨쉬기 운동만 해야 한다, 사실 나가고 싶지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유튜브도 티브이도 재미없어 책 조금 읽다 쉬고, 음악 조금 듣다 쉬고 있다. 요즘은 '그리운 금강산'에 빠져서 며칠을 듣고 있다. 마음도 나이를 먹는 걸까? 가곡을 듣는 횟수가 늘어났다. '달의 노래, 별 헤는 밤'을 무척 애정하는 가곡이다. 한 번쯤 들어보시면 관상동맥들이 감탄하여 꿈틀 거리는 경험을 하시리라~


"짐은 오늘처럼 헛헛한 밤엔 공황이 너를 곁에 두고 싶지 않으니 잠시 장밖으로 나갔다 오니라.

아예 아니 와도 탓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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