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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30. 2024

생존 일기

오늘을 씁니다

[주의]

이 글은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글로 읽기에 신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마음이 천리길 아래로 떨어지는 날입니다. 누가 제 마음에 고인돌을 묶어놨나 봐요. 한 발 떼기가 너무 벅찬 날입니다.

한낮을 통째로 통증과 싸웠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의 신경통이었어요. 그러나 아이가 놀랄까 봐 잇몸에 피가 날 정도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제발 숨이 끊어지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통증이 지나고 청소를 하고 습관처럼 짐을 버렸습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오늘 버린 것은 책 서른 권 정도입니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해야 마음이 편해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이는 그럽니다. 제가 아주 깔끔한 성격이라 정리를 잘하고 물건을 쌓지 않는다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전 두려운 거예요. 내일이 허락되지 않은 날이 오면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 때문입니다.

이번 주 정신과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긴급입원을 권유하셨어요. 하지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서너 시간마다 안겼다 가는 아이가 있으니까요. 악몽을 꾸면 어느새 이불을 질질 끌고 와 엄마 옆에서 자고, 아직도 일주일에 이삼일은 엄마랑 자야 마음이 편하다는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그 하나뿐인 아들이 지금 아프기 때문에 곁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아들이 불안장애와 PTSD로 학교도 못 가고 병과 중인데 엄마가 애기를 두고 어딜 가겠어요.

아침에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로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봤습니다. 순간 확 뛰어내릴 뻔했는데요. 바로 정신을 차리고 꾹 참았습니다. 어떻게 꾹 참은 줄 아세요? 저희 집이 2층이거든요. 뛰어내렸다가 안 죽고 다치기만 하면 나만 아프고 가족들만 고생할 거잖아요.

예전에 3층에서 뛰어내렸는데 발등에 금만 가고 다른 데는 안 다쳤거든요. 왠지 제가 낙법으로 구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못 뛰어내렸습니다. 가려면 한 번에 확실히 가야지 서로 고생하지 않으니깐요.


그이는 저의 이런 상태를 모릅니다. 겉으로는 전혀 티가 안 나거든요. 저는 이제 그이를 떠날까 생각 중입니다. 아님 그만 버틸까도 생각 중입니다.

이젠 정말이지 더 이상 내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가는 것과, 때가 되어 가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요? 저에겐 언제라도 똑같은 일이지만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고통을 떠넘기고 가게 될까 봐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과 이별하고 싶은 밤입니다.

이것이 나의병인지, 본연의 나인지도 이젠 헷갈립니다.

우리가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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