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도착하셨어요?

하늘 우체국

by 이음

아빠..

오늘 아빠 첫 기일인데 차린게 별로 없지. 내가 낮에도 엄청 울었잖아. 엄마 아빠 찾으면서..


"아빠 나 좀 살려달라고"


365일 약국을 찾아서 애기랑 다녀오고, 약 먹고 또 구토하고. 그러는 거 다 보셨지 아빠?

그래서 많이는 못 차렸어요. 죄송해요. 그래도 지방이 끝까지 잘 타는 거 보니 아빠가 잘 드시고 가셨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아빠 내가 대표로 언니 둘하고 우리 이쁜 막내하고 다 통화했어. 작은언니랑 막내는 오늘 아빠한테 다녀왔데. 아빤 반갑고 좋으셨겠다.

난 아프니깐, 아빠가 날 보러 오셔. 내가 다 나으면 나도 아빠 보러 갈게. 아빠 큰언니는 아빠가 좋아하는 전도 부쳤는데 잘 드셨지? 아빠 지방은 아빠가 그렇게 사랑하는 셋째 딸 아들이 썼어요. 기특하죠?

절에도 모셨으니 절에서도 기도 려주셨을 테고. 큰언니랑 나는 집에서 다시 모셨고. 아빠는 오늘 바쁘겠다. 명절에 우리가 가면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네. 우리 아빠 참 구수하게 머쓱하게 좋아하셨는데..


아빠 참 이상해. 국운이 기울어도 이렇게 일이 흘러갈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오늘 버드 스트라이크로 항공기 사고 난 거 보셨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흔한 사고도 아닌데 말이야.. 그것도 연말에 이 귀한 목숨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아빠 하늘은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 하늘도 인원파악하고 집 배정하느라 바쁘시려나. 내년에는 진짜 세상이 국민을 돌보고 지켜야 하는데.. 국민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거든. 한강 작가님이 그러셨잖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_소년이 온다>

정말 후손들을 보살펴 주셔요. 무례하고 무지한 일부 자손들의 만행으로부터. 그들의 죄가 하늘을 덮지 못하도록. 악이 선을 이기지 못하도록..


아빠 요즘은 하루하루가 참 힘들다. 어제는 애기 학교 폭력 당한 걸 알게 됐거든. 그래서 애기 교실 앞에서 한 시간 동안 그 학생 나오라고 난리 난동을 피웠어. 아빠 내 성격 알잖아. 진짜 화 잘 안 내는 거.

어제는 거의 평생 낼 화를 다 낸 거 같아. 결국 가해 학생 부모를 만나고 다시 이번주에 얘기하기로 했는데 아빠 나 너무 힘들다. 지금.


어제 애기 과학 선생님이 내 손을 잡고 펑펑 우시는 거야 그래서 좀 진정을 했지 아니었음 더 버텼을 거야. 학교폭력 전담 선생님은 애기 1학년 담임이셨어. 어젠 술 드시고 주무셨다고 오늘 전화를 주셨더라고.

지금 2학년 담임선생님은 내가 집에 가자마자 반 전체 일대 일 상담을 하셨다네..

학교에서 이렇게 애기를 믿어주시고 함께 가슴 아파해 주시니 너무 감사했지.


근데 그 가해 학생이 언어 폭행만 인정하고 신체 폭행을 인정 안 해서 속상해 미치겠어. 어제 집에 오자마자 변호사랑 상담하고 지금 난 사건 준비 중이에요. 삶이 참 비참하고 숨 막혀 아빠.


아빠 내가 더 속상한 건 뭔지 알아? 우리 애기가 지켜주던 친구들까지 그동안 학폭 당한 거 다 같이 사과받으려고 했거든.

근데 그 친구 아버님한테 오늘 전화가 왔다.


"갈비뼈 부러지고 관절 돌아가는 건 쪼개 부려야죠. 하지만 사내 새끼들이 욕하고 괴롭히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런 걸 하나하나 다 따지고 살면 세상 못 삽니다"


당신이 해결할 테니 내일 학교로 오라는 거야. 술도 엄청 드셔서 발음도 안되시고 나한테 아들 잘 못 키웠데..

자식의 본분이 무슨 일이 있으면 부모에게 즉시 말해야 하는데. 그쪽 애기는 보복이 무서워서 이제 말했으니 자식도 잘 못 큰 거고, 어머니도 자식 교육 잘 못 시키신 거래. 자식이 힘든지, 왜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냐고. 잘 돌보지 못했다면서 우리 아이들 다 학교 잘 다닐 수 있게 당신이 좋게 다 마무리할 테니 나오라네. 그래서 아버님 자녀분도 우리 아들하고 같이 사과받는 방법이 싫으시면 따로 학폭위를 하시라고. 난 내 방식으로 할 테니깐.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뭐라는 줄 알아?


"아 00 어머니 고집 엄청이 쎄시네"

"내 말을 들으라고요"

"내가 다 해결해 주려고 하잖아요.."


아빠. 나 모르는 남자한테 30분 동안 전화로 혼났다. 아휴.. 진이 빠져서, 애기 절친 부모님인데 싸울 수도 없고 힘들었어.


나 자식 잘 못 키웠단 말도 첨 들어봤어. 크크.. 술 잡으셔서 그런 거는 알지만. 남자들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 말이 안 통해도 그렇지 한 줄도 안 통하는 사람은 처음 본 거 같아.


오늘은 속이 속이 바싹 타는 날이었어.

부디 이 혼란이 잘 해결될 수 있길 기도할 뿐야.

아빠 오늘 뵈어서 좋았어요. 자주 오셔요.

아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