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편지네요 작가님~

하늘 우체국

by 이음

S작가님 새해 떡국은 드셨나요? 하긴 지금 시국이 떡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가는 때이지요. 정국이 혼란스럽고 사건사고가 많아 더 불안한 1월이네요. 저도 심난해서 뉴스에 귀를 붙이고 있습니다.


지금 작가님은 제가 모르는 세계를 여행 중이시겠죠. 제가 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건너시는 터널은 온갖 시간이 뒤섞이고, 감정과 이성이 부딪히는 혼돈의 터널이지 싶습니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감정과 기억이 다가와서 감당하기 힘드시지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견딘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것이고, 버틴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고요. 그렇다고 다른 정신에 기댄다고 고통이 씻겨지는 것도 아니지요. 정말 작가님을 생각하면 제 마음도 아립니다.


저도 얼마 전에 작가님처럼 지인을 잃었거든요. 저 역시 미안함과 죄책감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분이 없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고요. 잊히지도 지워버릴 수도 없는 자욱이 되더라고요.


작가님 제 친구 중에 어릴 때 가마솥에 빠져서 피부가 녹아 버린 친구가 있거든요. 한쪽 손가락이 서로 붙어 있어요. 한쪽 얼굴은 파도 같은 물결자국이 남은 채로 성장했고요. 화상이 심하면 흉터 제거되는 게 어렵더라고요. 지금 그 친구는 뜨거운 통증은 없지만, 공포의 통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시간이 흉터가 되어 남은 생을 함께하는 것이지요.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해결되는 일보다 떠안고 살아가는 일이 많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제가 본 우울증 환자들은 그렇게 주변에 나의 고통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뭅니다. 왜냐면요. 슬프게도 거기까지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없습니다. 내 팔다리가 나의 의지대로 안 된다고 생각해 보셔요. 환자들은 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 때문에 내 가족과 이웃이 힘들다고 자책하지, 내 가족과 내 친구들이 공감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안해서 더 안 아픈 척 밝게 보이려 하지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병이고, 겪어 보지 않은 병이니 환자가 맘을 긍정적으로 갖거나, 운동을 하면 좋아지리라 생각하고 문제가 환자에게 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감기처럼 치료 기간이 있는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거 왜 안 낫지?"

"어떻게 안 되나?"


이런 말이 위로라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우울증이 별거 아닌 것처럼 훈수를 두면 환자는 정말 더 빨리 삶을 포기하게 됩니다. 내가 문제라는 죄책감에 빠지거든요.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병원치료와 동시에 일상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우울증 환자도 공부하고, 책 읽고, 차 마시고, 친구와 놀고, 일하고, 등산 다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일상 속에서 우울증이 눈 녹듯이 치유될 수 있거든요


환자 본인은 압니다. 내가 언제 쉬어야 하는지?

지금은 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지요.


"넌 니 몸이나 잘 챙겨"


이건 언뜻 보면 위로 같지만, 일상에서 배제시키고 우울 속으로 가라는 말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너무 집착합니다. 드리마에서 불 끄고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이 우울증 같으시지요? 맞습니다. 우울증에 이런 증상도 있지요. 하지만 1000개의 증상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는 일반일들과 같고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은 더 타인을 배려하고 속으로 인내하는 성향들이 많습니다.


막 화내고 이런 분들은 오히려 우울증이 덜 걸립니다. 왜냐면 당신 기분이 당신 입에 달렸거든요.


아, 반대로 급격한 감정이 오가는 조울증인 분들 도 우울증이 옵니다. 이분들은 화를 잘 냅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자기중심이 많이 흔들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변덕이 심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지요. 이런 분들은 보통 자신의 생각이 정답인 분들이 많으세요. 다른 상황을 못 받아들여 자기 화를 못 참으시는 거지요.


오해는 마셔요. 여기까지의 사례는 제 사견입니다.

사 년 동안 관찰한 우울증 환자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변수를 제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요. 다만 작가님이 속을 파고 들어가시는 것을 멈추시길 바라는 마음에 풀어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바람 한 점, 빗물 한방을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세상입니다. 하물며 내 마음도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식 아니라 그 누구에 마음이라도 알 수 있었을까요.


비가 오는 일은 그냥 오늘 비가 오는 거지요.

사람이 오가 가는 일도 때가 되어 오고 가는 거 아닐까요?


우리 우울증 환자들은 하루를 한 달처럼 삽니다.

마음이 더 바쁘고, 쓰러지고, 버티기를 반복하거든요. 그러니 공감하기 힘드실 겁니다. 그리고 공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서있는 곳에 따라 비를 맞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니깐요.


생각이야 많은 후회와 집념들 때문에 괴로우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지 않는 곳에 서서 비 맞은 사람의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아시잖아요!


부디 이 고난의 해를 고스란히 덤덤히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비가 오면 오는 데로, 그치면 그 치는 데로 서 계신 자리만큼만 젖으시고 서서히 걸어 나오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2025년 1월 3일 시라현 작가님께,

함께 서 있는 이음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