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가족의 해풍소
연애고자라고 했던가! 이것도 유전인가 보다. 아들은 우리를 닮았는지 연애에는 아주 꽝이다.
무슨 엄마가 아들 연애코칭하다 아들과 싸울까 싶지만, 내가 그 유치한 무슨 엄마이다. 이제부터 아들의 애타는 청춘소설을 꼬지르겠다.
"쉿, 읽으신 분들은 저희 아들에게 발설 안하기로 약속해 주세요~"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와는 초등 3학년때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아들은 계속 반회장이었고 여자아이는 늘 그림재능기부를 하는 아이라 친해졌다고 들었다. 어느 날 아들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는데 모든 사진에 그 친구가 우리 아들 옆 아니면 뒤에서 어깨나 목을 잡고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내가 그걸 보고 아들에게 얘기해 줬다.
"이 친구가 사진 찍을 때마다 니 옆에 있었네. 넌 알고 있었어?"
"어, 아니. 그러네...!"
"친구들하고 모여 놀 때 이 친구가 다른 남자애들 옆에도 이렇게 있어?"
"몰라"
"생각해 봐~"
"아니었던 거 같아. 항상 나랑 얘기하고 있었어"
"그래? 그럼 이번 롯데월드 가서는 어떻게 다녔어? 다 같이 다녔어? 나눠서 다녔어?"
"다 같이 다녔는데 얘기하느라 둘씩 앞뒤로 다녔지"
"응 그래. 그럼 넌 누구랑 다녔어?"
"그 애랑"
"와우~"
"그 친구가 티 나게 잘해준 거 있어? 기억나게나?"
"음.. 다리 아파서 벤치에 누웠거든, 그때 옆에 앉아서 괜찮냐고 걱정해 줬어. 일어날 때까지 옆에 같이 있어줬고"
"헐.. 대박! 그럼 너 따라다니는 친구 가리비는?"
(가리비는 말이 하도 많아서 불리는 학교 별명입니다)
"가리비도 옆에 있었어"
"저런 삼각관계가 시작되었군. 그렇게 엄마한테 며느리처럼 싹싹하게 잘했는데 미안하다"
"아, 내가 아닌데 엄마가 왜 미안해"
"안 그래도 가리비가 밀착해서 따라다녀서 고백을 못하겠어 내가"
"지금 해. 니가 좋아하는 친구 3학년 등교하면 다른 애한테 뺏긴다. 그 친구 이쁘지, 똑 부러지지, 공부도 잘하지. 니가 이렇게 고민할 동안 누가 먼저 채간다니깐. 두고 봐라"
"진짜? 엄마 근데 아직은 고백받은 적 한 번도 없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물어봤지~"
"오~ 진짜 좋아하나 보네"
"그렇대도. 엄마는 장난인 줄만 알아"
"이 친구도 너한테 마음 있어. 그러니 지금 고백해. 맨날 고민하면 뭐가 달라져?"
"아니. 근데 싫다면 어떡해?"
"아냐. 여자는 여자가 보면 알아. 애는 학원 릴레이한다며? 근데도 니가 나가면 나오고 니가 안 나가면 않나오잖아. 이대정도는 가야 한다며 애네 집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일 땐 그냥 해 봐. 상대한테 알려라도 줘. 니가 좋아한다고. 꼭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때! 말도 못 하고 후회할바엔 말하고 후회하는 게 났지. 그래야 체념도 된다. 니 맘 정리하는데도 말하고 차이는 게 나아"
"알았어. 고백해 볼게"
"언제?"
"지금"
"근데 왜 그림을 그리려고 해?"
"이 친구가 그림을 좋아해. 그림으로 고백하려고"
"와우 배신자. 엄마 생일 선물로 그림하나 그려달라고 할 때는 않그려주더니"
"엄마 원래 다 그런겨"
"알았다. 그 친구한테라도 잘해줘. 그 집엄마한테는 너처럼 세상 귀한 보석일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