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체국
봄에 끝물입니다. 여름 공기가 시절을 모르고 넘나더니 벌써 반팔을 입고 다닙니다. 유독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지요? 저도 오늘 그런 날입니다. 숨이 턱끝에서 꼴딱 꼴딱 넘어가고 있거든요.
삶이 야속한 시기가 있습니다.
왜 살아 있나 싶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시간들이요. 저도 늘 지나고 있고, 작가님도 저와 같은 편에서 가슴을 치고 계신 듯합니다. 어쩜 이럴까요? 이게 인생인가요? 왜 나만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지 세월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봐도 늘 제자리이거든요. 전 늘 통증 앞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작가님 아실까요? 제가 사실 굉장히 겁보입니다. 전 제가 우울증인 게 굉장히 두렵거든요. 제가 통증 앞에 두 손을 드는 날 혼자 남을 아들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위기를 넘기고 넘기며 세월을 줄다리기처럼 위태하게 타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여 이 엄마가 병마에게 지게 되는 날이 오면 남겨줄게 뭐가 있을까 하고 브런치에 아들과의 추억을 남기곤 합니다. 그래서 유독 브런치에 아들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저는 환자이고 작가님은 가족이시잖아요. 제 짧은 글 속에서 무엇이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렇듯 버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울증은 뇌가 죽는 병이거든요. 모든 장기는 몸속에 들어 있고, 살아 있을 때만 의식이 있으니 생은 다 몸속에 담겨 있잖아요. 이 몸속에서도 뇌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요. 이 뇌가 죽으면 다 죽으니요. 우울증은 뇌를 죽이는 병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하루가 길고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이 병을 오래 앓다 보면 죽음에 경계가 얕아지고 두려움도 흩어집니다. 이 모든 작용은 매일 우울증과 싸우며 인식에 오류가 생기고 삶에 의지를 놓아버리게 되는 거지요.
저는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고..
작가님은 남겨진 사람이지요. 제가 감히 작가님의 고통을 헤아릴 순 없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분의 마음은 조금 헤아릴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그리 생각하며 떠나기를 합리화했거든요.
내가 먼저 가 있을게.
어차피 모두 올 곳이니깐..
내가 너무 아파서 시간만 앞당겼을 뿐인 거야.. 그러니 부디 이해해 줘.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우리 곧 만날 수 있으니~
유독 비바람이 세찬 날이 있지요. 우산을 안 가져왔다고 비를 맞는 게 당연하시면 안 됩니다. 감기 드세요. 그렇게 조금씩 작가님을 내어 놓지 마시고 그럴 땐 잠시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 계세요. 우산도 없고 우산을 들 힘도 없을 땐 다른 이의 시간 속에서 잠시 피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직은 밤이 익숙해지시면 안 되세요. 떠나는 이도 바라지 않습니다.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의 하루가 되어주시길 소망합니다.
고통의 어느 지점에서 S작가님께~
2025년 5월 23일 이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