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하늘 우체국

by 이음

우리 가족은… 다들 조금씩 아파.
몸이 아니라, 마음이 말이야.
엄마는 우울증이 있고, 불안장애랑 공황장애랑도 함께 살아가고 있어.
아빠는 조울증을 앓고 있고, 너도 사회불안장애에 청소년 우울증, 공황장애가 있어서 정신과를 함께 다니고 있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게 참 큰일 같겠지만, 우리에겐 그냥 매일의 일상일 뿐이야.
엄마는 이 모든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단다.

엄마는 백신을 맞은 후 아프게 되었고, 아빠는 시댁 식구들 대부분이 조울증이 있는 집안이라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아.
너는 작년에 학교에서 겪은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폭력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싫을 만큼, 마음 아팠던 시간들이었어.
그땐 정말 속이 터지고 눈물이 났지만, 지금은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어.
세상엔 그런 아이들도 있구나 하고, 엄마는 그렇게 받아들이며 지내고 있어.

요즘 들어 엄마는 걱정이 하나 생겼어.
우리는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웃으며 재미있게 지내잖아. 엄마 눈에 넌 체력이 조금 떨어진 것 빼곤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거든, 근데 정신과 선생님은 자꾸 “집에서는 어떤가요?” 하고 물으셔. 엄마가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그러세요?” 하며 고개를 갸웃하시네. 그 말투에서 ‘엄마는 잘 모르시는 거 아닐까요?’라는 느낌이 묻어 나와서 말이야.

엄마가 걱정하는 건, 청소년 우울증은 어른들과 다르다고 해서..

넌 주말엔 친구들도 잘 만나고, 평일엔 크루들과 통화도하고,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언어도 만들고 너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잖아?
하지만 혹시 그게, 엄마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 싶은 거야.

엄마는 너에게 공부나 시험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지.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을 때도, 흔쾌히 그래도 된다고 했고. 학업 스트레스는 언젠간 네가 스스로 마주할 일이니까. 엄마가 굳이 주지 않아도, 넌 친구들과 비교되며 생각하게 될 거야. 그건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니까, 혼자 이겨내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만 엄마는 친가쪽에서 너에게 학업에 대한 기대를 얹지 않았으면 해. 너도 이전의 칭찬을 다시 받기 위해 무리하게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고 말이야. 세상에 길은 많고, 살아가는 방법은 정말 많으니까. 엄마는 네가 스스로의 길을 천천히, 건강하게 찾기를 바란단다.

겉으로 보이는 네 모습이 진짜 네 속마음이었으면 좋겠어. 아픈 것도, 좋은 것도 엄마한테는 다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해. 정신과 선생님께만 말하지 말고, 엄마에게도 이야기해 줄래?

오늘 저녁에 엄마가 물었었지.


“엄마가 언제 애기 제일 사랑하는지 알아?”
넌 “응.” 하고 말했고, “언젠데?” 물으니
“언제나.”라고 대답했잖아.
“어구, 이뻐라 내 새끼. 어떻게 알았어?”
그랬더니 너는 말했어.
“부모니까.”
“부모라고 다 그런 건 아니잖아?”
“내 부모니까.”

그 말에, 엄마는 정말 날아갈 것 같았어.
넌 엄마 마음을 참 잘 아는 아이더라.
부디, 아픈 마음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 줄래?
너는 엄마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깐...

늘 사랑해.
언제나.
엄마가.


2025년 6월 1일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