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어둠이 걷히고, 적막만이 감도는 이곳엔 풀벌레 소리만 가득했다.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 후두두둑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낮의 신났던 수다를 조용히 잠재웠다.
6년 만의 외출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백신을 맞고, 후유증으로 버텨낸 수많은 시간들이 토네이도처럼 스쳐 지나갔다. 돌아보면 참 긴 시간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죽음과 나란히 누워 있던 시간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땐 지금처럼 다시 행복한 날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우리는 20년 전에 만났다.
내가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나의 사수였던 언니와 그 친구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그러니까 다들 전 직장 선배이자, 한때 무섭던 사수의 친구들이기도 하다. 여자 넷으로 구성된 이 모임에서 나는 막내, 재롱둥이를 맡아 언니들의 이쁨을 독차지하고 있다.
어제는 언니들이 갑작스럽게 나를 보고 싶다며 만든 급조된 캠핑 모임이었다. 우리 집 근처인 파주로 장소를 잡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언니들이 모였다. 나는 그저 캠핑장에 갔을 뿐인데, 언니들이 준비해 온 저녁 한 상이 어마어마했다. 소고기 등심, 오겹살, 삼겹살, 목살, 열빙어 튀김, 고구마, 감자, 과자까지…
어제 같은 저녁을 매일 먹으면 나는 분명 고도비만으로 쓰러질 것이다. 그렇게 언니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밤은 깊어갔다.
신나는 하루였다.
언니들은 겨우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와의 수다보다 나를 먹이기에 진심이었다. 나는 그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체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해서였을까.
사람이 그렇다.
살결이 스치고 온기를 나누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 눈을 마주하면 마음이 전해지고, 함께 밥을 나누면 말 없는 공감과 위로가 자연스레 오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조용히 위로하고, 깊이 공감했다.
그렇게 우리의 20년 우정은 또 한 겹, 조용히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그 소중한 인연 앞에, 그저 고맙고 따뜻한 마음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