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월 29일
애기냥이가 옆에서 새근새근 잠을 잔다.
중성화 수술을 한 지 3일째, 아직도 기운이 없나 보다.
첫날, 아들 방에 사료와 물, 화장실을 챙겨두고 문을 닫았다.
혹시라도 다른 고양이가 와서 괴롭힐까 봐서이다.
수술 전부터 애기 고양이와 다른 냥이 사이가 좋지 않아, 더 마음을 쓰고 있었다.
한참 자던 애기냥이는 기운을 조금 차리더니, 결국 내 방으로 걸어왔다.
내 방은 수술 전에도 고양이들이 자는 방이었다.
결국 다른 고양이를 아빠 방으로 보내고, 사료와 물, 화장실을 옮기고 다시 문을 닫았다.
애기냥이는 내 침대 위에 조심스레 몸을 눕히고, 오롯이 쉬고 있다.
문을 열어두면 아빠 방이나 형아 방으로 살금살금 놀러 가지만, 잠만큼은 꼭 내 방에 와서 잔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궁금해졌다.
가만히 애기냥이 곁을 지키다 문득 생각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구나.
엄마가 아프셨을 때, 나는 학교를 쉬며 곁을 지켰다.
아빠 교통사고 때도 내가 병실을 지켰고, 동생이 아플 때도 내 곁에 있었다.
시아버님, 시어머니, 시누이 조카까지… 가족 누군가 아플 때마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고양이들조차 아프면 내 옆을 찾아온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내가 그런 사람 이어서일까?
아픈 이들이 안심하고 기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나 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플 땐 누구나 약해진다.
그 약한 틈을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그게 나라는 사실이, 오늘따라 조금 따뜻하게 스며든다.
어차피 누구나 언젠간 흙으로 돌아갈 인생이다.
나는 그전까지 내 곁 사람들에게 베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하고, 잠시 눕게 하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흙 밑에 묻힌 뒤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지금… 마음껏 함께하고 싶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