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의 검정고시 D-1

수달 가족의 해풍소

by 이음


깊은 새벽, 내 마음은 벌써 동구 밖에 나가 있다.

여름 몸살로 코와 목은 아프고, 온몸은 천근만근이다.

내일이면 아들 검정고시 시험일이라, 내가 더 심난한 것 같다.


아이가 워낙 태평해서 시험에 신경을 안 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엊그제부터 배탈이 심해 장염인가 물어보니, 남편이 혹시 긴장해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온 거 아니냐고 했다.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그동안 시험 때마다 이런 증상이 있었니?”

이전에도 약하게는 있었다고 하길래, 토요일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데리고 갔다 왔다.


놀고 신경 안 쓰는 모습일 땐 내가 덜 불안했는데,

시험 때문에 아프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더 긴장된다.

합격은 하겠지만, 만점 받고 싶은 마음… 그걸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또, 만점을 바라기엔 너무 놀았던 건 아닌가 싶은 게 엄마 입장이다.


생각보다 아이가 검정고시를 본다는 건 단순하지 않다.

시간은 넉넉해도, 청소년 나이에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종일 붙어서 잔소리만 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다.


학교를 다닐 때보다 친구와의 교류가 줄어드니, 자녀는 엄마에게 더 많은 관심을 원한다. 그러면 엄마는 친구도, 선생님도 되어야 한다. 아이와 게임, 역사, 음악, 애니메이션, 책까지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힘들다. 집안일보다 정신력이 더 고갈된다.


아이가 책상에 앉기까지 속에서 사리가 쌓이는 답답함을 참아야 한다.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

새벽까지 게임하며 안 자는 아들의 방황도 이해해야 하고, 매일 야식을 해주는 ‘신세대 엄마’ 역할도 맡아야 한다.


지금은 기타와 무에타이 학원만 다니지만, 검정고시가 끝나면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러자.” 흔쾌히 대답했지만, 사실은 ‘제발 어디라도 좀 나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그마저도 아들이 마음이 내켜야 하니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자퇴한 지 이제 곧 1년이 된다.

원래 순한 성격이라 큰 방황은 없었지만, 사회불안장애는 아직 다 나아지지 않았다. 외출할 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일진 무리 아이들을 보면 불안해한다.


우리 아이는 마음에도 병이 있고, 몸도 성장 중이고,

원하는 대학에 갈 때까지 나는 늘 곁에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친구 대신, 선생님 대신, 학교 대신…


그러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


엄마가 항상 함께할게.

사랑해, 아가.